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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의 <디워>와 네티건의 맹목적 애국주의
[논단] 전체주의적 사고에 침윤돼 있는 네티건은 '자각한 대중' 아니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7/08/15 [20:57]
네티건이란 단어가 있다. 사이버 상에서 갖가지 패악(悖惡)을 부리는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 단어는 흔히 유럽에서 목격되곤 하는 훌리건을 그럴 듯 하게 변용시킨 표현이다.
 
사이버 세상의 경계가 비약적으로 확장되는데 비례해서 네티건들의 행패도 점점 그 도를 더하고 있다. 네티건들은 사이버 세계의 특수성, 즉 용이한 접근성과 익명성에 편승해 특정인에 대한 사이버 린치와 이지메를 서슴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사안에 대한 판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네티건들의 공격이 명예훼손을 넘어 인격살인의 지경에 이른 대표적 사건이 ‘개똥녀 사건’과 ‘탈레반 인질 억류 사건‘이다. 이른바 개똥녀와 탈레반에 의해 억류된 한국인들에 대한 네티건들의 댓글 공세 수위는 사납다 못해 때로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이 쓴 댓글을 보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마음도, 건전한 의견 제시를 통해 공론장을 풍성히 하겠다는 의욕도, 곤경에 처한 타인에 대한 연민도 찾을 길이 없다. 그저 극렬한 공격성향과 적대적 증오심 그리고 저열한 패거리의식만이 가득하다.
 
특정 사안에 대해 판관 노릇을 하는 네티건들의 행태 역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미 자본의 논리와 광신적 애국주의에 깊이 경도돼 있다. 대한민국을 혼란 속으로 몰고 갔던 ‘황우석 사태’와 최근의 '디워(D-WAR)논쟁'이 좋은 예다.
 
세계최고의 줄기세포 기술을 통해 수 십 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논리가 황우석을 광신적으로 지지하게 만들었다면,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CG를 가지고 영화의 본 고장이라 할 헐리우드를 정복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런 저런 이유로 디워(D-WAR)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사이버 린치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네티건들이 전체주의적 사고에 침윤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한다. 다양한 견해와 소수의견에 대한 존중은 이들의 뇌리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성 싶다. 이들은 특정사안에 대해 누군가가 다른 견해를 말하면 논리를 가지고 이를 반비판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사람에게 몰려가 돌팔매질을 하곤 한다.
 
이번 '디워(D-WAR) 논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심빠'들의 행태가 정확히 그렇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디워(D-WAR)의 미학적 성취 등에 대해서 비판하는 몇몇 인사들에 대한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면서 몇몇 인사들이 지닌 성적 취향(동성애)과 출신지역(전라도)까지 문제삼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면 논리의 타래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어진다.
 
자본의 논리와 맹목적 애국주의로 무장한 채 마녀사냥에 열중하고 있는 네티건들을 일각에서는 지식인들의 지적 교만과 권위를 허물고 있는 자각한 대중(mass)으로 상찬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특정 의견과 이를 제시한 사람을 동일시하여 인격살해를 마다 않는 무리를 자각한 대중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네티건들이 구사하는 논리의 허술함과 문장의 조악함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네티건들을 퇴치할 묘방은 없을까? 무리를 아늑해 하지 않고 고립을 두려워 하지 않는 주체적 개인들이 늘어나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번 '디워(D-WAR)사태'를 관통하고 있는 코드가 황우석 사태의 그것과 놀랄정도로 닮아있는 걸 보면 그런 날이 금방 올 것 같지는 않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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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8/15 [20: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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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국과 망국 2007/08/19 [20:42] 수정 | 삭제
  • 애국이라는 거대담론이 모든걸 덮어 버릴 때,
    그 아래 짓눌린 수많은 외침, 절박한 요구는 압사할 것입니다.
    일상의 공간에서 필요한 것은 발랄한 개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삶일 것이며
    유사시에 필요한 것은 애국이지만
    오늘날 한국인들은 삶을 거꾸로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평상시에는 집단적 삶을 강조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개인적 삶의 도주로를 찾아 탈주합니다.
    애국이 필요할 때는 개인을 찾고
    개인이 필요할 때는 애국을 찾습니다.
    안타까운 나라입니다.
  • 긴 한숨 2007/08/16 [23:51] 수정 | 삭제
  • ㅉㅉ 그렇게 보여?

    애국이 아니라 애국할애비라도 좋으니 국군통수권이나 가진 나라였으면 좋겠다. 식민지상태나 마찬가지인 나라에서 애국 때문에 걱정하는 멍청한 먹물들 보면 어디서 용어는 줍어들어가지고 개구라 치는 것 같아 정말 한심하다. 더구나 객관적으로 봐도 주변국에 비해서 힘이나 있나. 정말 좆도 없는게 애국이라도 있어냐 그나마 생존이나 도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엉뚱한 걱정이나 하고 헛소리나 늘어놓으니..

    애국 걱정마라. 유사시에 다 튈것이 더 걱정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