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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심기일전' 인디포럼의 새로운 영화들
새로운 실험성과 다양성으로 관심 모았던 독특한 독립영화, 관객 찾아
 
임동현   기사입력  2007/05/17 [18:04]
'그렇다면 심기일전' 지난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던 '인디포럼 2007'의 슬로건이다. 비경쟁 독립영화 축제로 뿌리를 내린 인디포럼은 2년만에 신작전이 개최되었고 슬로건대로 독립영화인들이 새출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된 행사라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심기일전'이라는 말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실험성과 다양성을 선보였던 독립영화들. 그들의 열정 만큼이나 관객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인디포럼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주었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며 인디포럼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유령 소나타> '이미지 메이킹'의 부활

▲ 인디포럼 개막작으로 선정된 안경숙 감독의 <유령 소나타>    ©인디포럼

개막작으로 선정된 안경숙 감독의 <유령 소나타>는 이미지로 승부를 건 독립영화다. 감독 스스로도 "영화를 보다가 불편함을 느끼고 도중에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할만큼 이 영화는 상황 설명에 있어서 굉장한 '불친절함'을 보여준다. 초반에 나오는 두 남자의 대화는 그 뜻을 도저히 모르겠고 연극과 두 남녀의 에피소드 또한 갈피를 잡기가 힘들 정도다.

스토리로 영화를 따라잡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족스런 면모가 많지만 독립영화, 단편영화의 '초심'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오랜만에 보는 실험적인 영화다. 그간 단편영화들이 너무 재미 위주의 에피소드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 영화의 등장은 단편영화의 참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과의 소통면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반신반의 상태다.
 
<Un/Going Home> 그냥 '혜진'으로 봐줘

▲     © 인디포럼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입양아, 성노동자, 이 영화의 주인공 '혜진'은 이 모든 부분에 다 속해있다. 한국을 찾아 온 혜진은 친구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속으로는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유령 소나타>와 함께 개막작으로 상영된 김영란 감독의 이 영화는 벨기에도 한국도 결국 'home'이 될 수 없는 주인공 혜진을 트랜스젠더나 성노동자가 아닌 그냥'혜진'으로 봐 주기를 원한다. 치료를 받으러갈 때는 더 여성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고 퀴어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쇼를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등 힘든 일도 있지만 그럼에도 혜진은 늘 밝게 웃는다. 혜진의 그 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영화를 보고나면 정말 궁금해질 거다.
 
<Love Story> 장애가 있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     © 인디포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라는 신경림의 싯구도 있지만 이옥선 감독이 이 영화에서 밝히고자 하는 것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성욕을, 사랑을 모르겠는가'이다. 비장애인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인들의 사랑, 하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여성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성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 느끼면 느끼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그러면서 우리는 느낀다. 그들과 우리가 얼마나 소통이 되지 않았는지를. 이 리얼한 '소통의 부재'는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오아시스>를 훨씬 뛰어넘는다.
 
<카사블랑카> 이게 영화야?

▲     © 인디포럼

이 영화, 내용없다. 웬 괴청년(?)이 나타나더니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를 계속 외쳐댄다. 중간에 그는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천하장사' 소시지를 사먹으면서 계속 외쳐대지만 골목길의 차들과 사람들은 그냥 지나갈 뿐이다. 10분의 시간 동안 나오는 장면은 이것 밖에 없다. 이게 영화야? 하지만 영화가 꼭 내용을 드러내야하고 틀에 꼭 맞추어야 하나? 김종국 감독은 그렇게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단편영화가 보여주는 '함축의 묘미'를 제대로 발휘한, 그래서 재미있는 작품이다.
 
<외계인> 이런 반전도 있구나

▲     © 인디포럼

6.25때 폭격으로 무너져 수많은 피난민들이 희생됐다는 남지철교. 그리고 이 곳에 대한 추억이 많은 칠순 노인 이철교씨의 사연. 영화 중반까지는 제법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로 흘러간다. 그런데, 갑자기 작업실이 등장하더니, 이게 웬일인가? 6.25때 폭격맞은 다리는 남지철교가 아닌 한강철교라는 말이 나오면서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엉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럼 지금까지 본 이야기는 다 뻥이었단 말이야?' 박재현 감독의 <외계인>은 참으로 황당한 반전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그런데 그 반전, 정말 웃긴다. '반전 강박증'으로 소화불량에 걸려버린 상업영화들을 생각해볼 때 이 영화의 어처구니없는 반전은 차라리 신선하다.
 
<아스라이> 20대 영화청춘에게 바치는 시

▲     © 인디포럼

20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신이 있지만 그것을 추진할 능력은 아직 부족한 시기. 꿈은 크지만 그에 대한 좌절도 쉽게 생기는 시기. 폐막작으로 개봉한 김삼력 감독의 <아스라이> 속에는 20대 영화청춘들의 상실과 희망이 담겨있다. 인디포럼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모두 겪었었고 겪고 있고 그리고 겪게 될 이야기. 이 영화가 폐막작으로 지정된 것은 바로 그 속에서 '심기일전'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인디포럼인들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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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17 [18: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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