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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장인물과 같은 시선으로 관객이 참여하는 영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임순혜   기사입력  2023/10/12 [09:55]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가운데 감독이나 배우가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섹션이다.

 

영화 ‘괴물’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초청되어 상영된 작품으로 작년에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인 ‘브로커’로 잘 알려진,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같은 반 아이들 사이 벌어지는 사건과 어른들의 오해가 겹치면서 겪게 되는 혼란을 그린 영화다.

 

영화 ‘괴물’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어느 가족’, ‘브로커’ 등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세계적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 수상자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상을 받은 영화다.

 

▲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자회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괴물’은 전 세계적인 음악가 故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에 참여하여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의 ‘노부요 시바타’ 역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안도 사쿠라가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엄마 사오리역으로 참여했으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미네 류타로 역의 나가야마 에이타가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담임선생님 호리 역으로 참여했다.

 

‘괴물’은 미나토(쿠로카와 소야)가 어느 날 사라져 흙투성이가 된 미나토를 발견하자 학교에서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분노한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학교에 찾아가 교장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다.

 

‘괴물’은 학교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을 두고 엄마, 선생님, 아이들의 각기 다른 시선의 3부 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깊이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소년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건의 실체보다는 루머와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을 보여주며 개인과 가족, 사회의 여러 측면을 들여다본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괴물’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엄마 사오리는 학교의 불성실한 사과와 대처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폭행의 진실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고 오리무중이다. 미나토와 절친한 친구 요리는 어른들의 행태에 휘말리나 그들만의 천진한 놀이와 관계에 몰입한다.

 

어른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입장과 행태를 보이고, 아이들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며 제멋대로의 폭행을 서슴치 않는 어른들의 이러한 행태의 희생자일 뿐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이 연상되는 ‘괴물’은 동일한 사건이 시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파고들며 진실을 밝혀나간다.

 

과연 괴물은 누구인가? ‘괴물’은 시점에 따라 다른 관점과 마음을 보이는 인간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자회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 부산국제영화제


10월7일(토) 오후 6시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자회견이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 주연 배우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가 참석해 내한 소감, 한국 개봉에 대한 소감,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영화의 이해를 도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년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인 ‘브로커’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으로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이다. 특히 신작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으며, 배우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는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며 처음 방문한 한국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역 배우,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를 캐스팅한 과정에 대해 “두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발굴했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어 고민 없이 캐스팅을 했다. 보통 아역 배우들을 섭외하면 배우의 개성을 대본에 반영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성인 배우들과 동일하게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 나갔다”고 밝혔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괴물’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에 빛나는 사카모토 유지와 세계적인 음악가 故사카모토 류이치의 참여에 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 중에 정말 존경하는 두 분과의 작업이 실현이 돼서 아주 값진 경험이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는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람들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 사회에서 일어나는 관심사의 방향이 가깝다고 이전부터 느꼈다. 이번 ‘괴물’에서 끌렸던 부분은 음악교실 장면이었다. 악기 소리로 표현을 하는 것이 작가님 같다고 생각하고 연출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故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가에 대해서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는데, 기본적으로 편지를 보내드리면 음악이 오고, 그렇게 여러 차례 편지와 음악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나갔다. 이런 작업들이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괴물’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작품엔 평소 제가 써온 시나리오엔 없는 요소가 꽤 많이 포함돼 있다"며 "그중 하나가 등장인물과 같은 시선으로 같은 사건을 체험하게 되는 관객들이 이 영화에 참여하는 기분을 갖게 되는 구조다. 제가 평소 써온 방식과는 달랐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사카모토는 짓궂은 작가다. 관객에게 일부러 오해를 일으키는 장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도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아이들을 궁지로 몰았던 쪽에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괴물’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속에서 오해와 루머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관객들이 그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화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의도 했는가?하는 질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작품에는 평소에 제가 써왔던 시나리오에는 없는 요소가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 하나가 등장인물들과 같은 시선으로 동일한 사건을 관객들이 체험하게 하는, 이 영화 속에 참여하는 기분을 갖게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를 계속 보고 있으면 작품 속 주변인물과 마찬가지로 알고 보니 우리도 이 소년들을 궁지로 몰아갔던 쪽에 있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저는 항상 영화 너머에 무엇이 존재하고 그것이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영화 속 두 소년에게 공감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두 소년이 우리 모두를 떠난 상태에서 남겨진 우리 어른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같은 것들이다. 그런 질문을 던지고 남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자회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 부산국제영화제


소년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어떤 감정이 들었는가? 하는 질문에 미나타 역의 쿠로카와 소야는 "저는 평소에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착각을 하게 되거나 마음이 엇갈리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하는 일과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 배우는 “시점이 달라지면 사람의 마음도 느낌도 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볼 때는 나쁜 학교가 되지만, 또 호리 선생님의 입장에서 같은 장면을 보면 오히려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때때로 사람들이 착각을 할 수도 있는데,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괴물’은 11월 중에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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