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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공 당하는 현대-기아차, 해법은 있나
[김영호 칼럼] 현대-기아 노사, 노사화합으로 비우호적 환경변화 뚫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7/04/23 [21:13]

 일본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정상을 향해 질주한다. 중국 자동차가 본고장인 미국 상륙을 위한 채비를 서두른다. 적자의 늪에 빠진 미국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인 디트로이트에도 생존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있다. 이와 달리 한국 자동차 산업의 주축인 현대-기아차는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나 변화를 모른다. 노사마찰, 원화강세, 내수이탈에 겹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오는데도 말이다.
 
 도요타는 금년을 세계시장 1위 쟁탈의 원년으로 잡고 뛴다. 작년보다 6% 증가한 934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종신고용을 신봉하는 도요타는 지난 반세기 동안 노조파업의 무풍지대였다. '노사는 한 축의 두 바퀴'라는 슬로건이 노사협력을 말하고도 남는다.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으로 50년 이상 흑자를 구가해 왔다. 지난해에 이어 엔화약세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평정하려는 기세다.
 
 선진국의 차용기술-자본을 결합한 중국이 광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단시간 내에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했다. 선발주자인 5개사가 금년에는 미국시장을 공략할 태세다. 품질경쟁에서 다소 뒤지더라도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그것도 소형차가 아닌 중형차를 주력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국시장에서 이제 교두보를 확보한 현대-기아차로서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은 셈이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上海)자동차가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에서 첫선을 보인 중형차 로위 750을 내년부터 쌍용에서 생산, 동급차종보다는 싼값에 팔겠다고 한다. 당장 현대의 쏘나타와 기아의 로체는 국내에서 또 다른 경쟁자와 싸워야 할 처지다. 이제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중국차와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최강자였다. 그런데 1970년대 미국에 상륙한 일본 소형차가 석유파동을 등에 업고 시장판도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도요타에 이어 혼다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형차 시장부터 잠식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빅3는 시장변화에 둔감한 탓에 중-대형차 시장에서도 일본, 유럽 자동차에 추월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자동차노조(UAW)는 강성으로 유명하다. 시장은 가격과 성능을 요구하지만 원가절감을 통한 생존전략은 그 걸림돌에 걸리곤 했다. 기술혁신과 가격경쟁에서 밀리니 시장반응은 싸늘하다. 결국 크라이슬러가 1998년 360억달러에 독일의 다임러벤츠에 팔리고 말았다. 그 크라이슬러가 지난해만도 15억달러의 적자를 내더니 9년만에 다시 매각될 처지에 놓였다.
 
 지금 디트로이트에는 해고선풍이 드세다. 2005년 2만6,000명을 감원한 크라이슬러가 2009년까지 또 1만3,000명을 또 감축할 계획이다. 조립공장 2곳과 부품센터 1곳을 폐쇄한다는 것이다. 포드는 지난해 127억 달러라는 최대의 적자를 내더니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공장 16곳을 폐쇄하고 4만4,000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거액의 적자를 낸 GM도 12개공장 폐쇄와 3만4,000명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상습적인 노사마찰을 빚는 사이 시장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의 독주가 제동에 걸렸다. 지난 1/4분기 판매량만 보더라도 현대차는 전년 동기에 비해 1.4% 줄었고, 기아차도 0.3% 감소했다. 반면에 외국자본에 넘어간 회사들은 가속기를 밟는 형국이다. GM대우가 28..0%, 르노삼성이 21.7%, 쌍용자동차가 10.5%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 수입차가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작년 시장점유율이 4.2%였는데 지난 2월에는 5.3%로 껑충 뛰었다.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장의 기치를 내건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선전한 편이다. 그런데 가속기에 장애가 생겼다. 재고적체가 그것을 말한다. 한-미 FTA가 거대한 파란을 예고한다. 미국의 수입관세 2.5%는 3000㏄이하만 즉시 철폐되나 한국의 수입관세 8%는 차종과 상관없이 즉각 철폐되고 배기량기준 세제도 개편된다. 수출증가는 미미하나 미국차 수입은 급증할 판이다. 현대-기아차가 안방을 지키기도 힘겨워진 판세다. 여기에 친환경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투자비가 경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비우호적인 환경변화의 의미를 뼈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해답은 노사화합에 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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