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T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부 공무원연금, 밀실논의 절대 안될 말"
[사람] 신용수 서울시공무원노조위원장..공무원연금관련 입장 밝혀
 
김철관   기사입력  2023/02/11 [19:19]

▲ 신용수 서울시공무원노조위원장  ©


윤석열 정부 인사혁신처가 새해 들어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공무원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1월 27일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에서 연금제도와 관련해 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어 논의해 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사자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도 배제한 밀실논의라며 공무원 노동자들이 강한 반발을 보였다.

 

실제 공무원연맹, 교사노조연맹, 우정노조 등 노조 대표자들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연금 재정계산 조기 착수’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밀실 논의는 연금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과 공무원 등 직역 연금 대상자들과의 소통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공무원연금은 이미 2015년 공무원들의 희생을 통해 큰 폭의 개혁이 이뤄진 상황에서 인사혁신처가 은밀하게 연금을 손보겠다는 행태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10일 오후 4시 서울시청 노조사무실에서 신용수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 위원장을 만나 관련 대화를 나눴다. 신 위원장은 지난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 규탄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먼저 신용수 위원장에게 ‘공무원연금이 적자인데다가 국고 보전 문제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점’에 대한 의견을 타진했다.

 

“‘적자’라는 말에 오류가 있다. 연금에는 ‘적자’도 없고, ‘보전’도 없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연금은 세금과 임금에서 나오는 것인데, 연금이 적자라면 세금도 적자고 공무원 보수도 적자인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과거 공무원 보수가 너무 적어 정부가 이를 연금으로 노후보장을 해 주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일종의 후불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정부 부담금을 공무원들보다 월등히 많이 부담하거나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3배, 미국 4배, 영국 6배, 프랑스 8배이고, 독일은 전액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정부 부담금과 공무원 개인기여금을 1:1로 설계해 놓고 모자라는 부분을 ‘보전금’이라고 해 세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을 개혁했고, 또다시 정부가 연금을 손보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공무원사회의 반발이 크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2015년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대타협은 공무원들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인사혁신처)는 지난 2015년 5월 3일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의 의의 및 주요 성과’ 설명자료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로 인해 앞으로 70년 동안 333조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상호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끈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으로 국가적 갈등 과제 해결의 모범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당시 공무원 연금개혁의 사회적 대타협 합의가 지켜지지 않아 현재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점도 분명히 지적했다.

 

“당시 개혁안은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을 높였다. 개혁안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수익비(연금총액/보험료 총액)는 기존 2.08배에서 1.48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런데 2015년 대타협 당시 정부와 국회가 약속한 것이 지켜지지 않아 공무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연금지급개시 연령이 2022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짐에 따라 이에 맞춰 정년연장 등 소득공백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했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논의조차 회피함으로써 작년부터 연금 없는 퇴직자가 양산되고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국민노후 생존권을 위해 국민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을 50%로 인상하고,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의 20%를 실질소득 대체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에 사용키로 한 합의도 일방 파기됐다. 결론적으로 2015년 대타협은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함께 국민연금법 및 인사 관련 법령 등 관련 입법을 동시에 하지 못함으로써 ‘줄건 다 주고 찾을 것은 못 찾는’ 결과로 귀결됐고, 향후 사회적 논의의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비교하면서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그는 ‘설계구조가 전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양팔저울식으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형평성 때문에 비교하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같은 것은 ‘연금’이라는 이름뿐이고 나머지는 다 다르다. 예를 들어 공무원연금에는 연금, 퇴직금, 미래의 보수, 인사정책 등이 모두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설계구조가 전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하는 것은 틀린 얘기이다. 지난 2010년과 2015년 개혁으로 공무원연금액이 국민연금보다 오히려 못한 수준이 됐다.

 

먼저 연금과 퇴직금을 합한 부담을 보면, 보험료율은 국민연금이 9%이지만(본인 4.5%, 사용주 4.5%) 공무원연금은 18%로(본인 9%, 국가 9%) 공무원이 두 배를 더 내고 있다. 많이 부담하는 공무원이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퇴직금에서도 차이가 난다. 민간인이 1년 근무하면 1개월 치 월급의 퇴직금을 줘야 하므로 사용자는 매달 임금의 8.3%를 적립해야 한다(1개월/12개월=8.3%). 공무원도 퇴직금이 있지만, 민간인의 39% 수준이다. 이를 보험료로 환산하면 3.2%이다. 민간인 퇴직금 부담금 8.3%보다 5.1%가 적다. 공무원연금은 퇴직금을 낮춘 대신 그만큼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다.”

 

그에게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통합 주장과 향후 공적연금이 갈 방향에 대해 여쭈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도 적고 받는 연금도 적은 ‘저부담-저급여’체계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내는 돈도 많고 급여 수준도 높은 ‘고부담-고급여'체계이다. 공적연금의 보장 수준이 낮으면 그 틈을 개인연금과 기업연금이 메꾸게 되고 결과적으로 구조적 불평등은 더 커지게 된다. 그럼 신규 공무원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현재 은퇴한 공무원들의 연금(연금부채)은 누구의 돈으로 줄 것인가. 즉 연금제도 ‘전환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결국 세금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게 되면 기존 공무원연금보다 더 나은 소득대체율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되면 공무원연금의 대폭적인 하향평준화가 일어나게 된다. 민간보험회사 입장에서는 120만명의 공무원 퇴직연금 시장이 새로 만들어진다. 황금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연금통합을 왜 하자고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연금의 존재 이유는 노후 소득보장에 있다. 따라서 공적연금은 상향평준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규 공무원 이직 등 공직 이탈 수준이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은 각종 재난이나 민생현장 등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보수에다 노후연금마저 지속적으로 개악된 상황이어서 공직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이로 인해 신규로 입직한 청년 공무원들의 1/4 가량이 5년 안에 민간분야로 이직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같은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군인연금은 훨씬 후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직급이 높은 국가공무원보다 하위직이 많은 지방공무원이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무원을 우대하고 사기를 앙양시키는 이유는 공직부패를 방지하고 자발적인 헌신봉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처럼 공무원의 사기를 끊임없이 악화시키는 것은 정부의 올바른 역할을 손상시키는 중대한 실책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공무원연금법은 지난 1960년 1월 1일(법률 제533호) 시행됐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62년 1월 1일에 군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군인연금법이 공무원연금법에서 분리 제정됐다. 1960년 당시 공무원연금법 제정 취지를 보면 ‘공무원으로 상당한 연한 동안 성실히 근무하고 퇴직한 공무원과 유족의 생계를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에는 공무원 보수가 워낙 열악하거나 아예 주지 못한 경우가 있어 쌀이나 곡식으로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한 공직 기피 현상 때문에 공직에 우수 인재들이 들어가길 꺼려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공무원연금’ 제도라는 점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02/11 [19:1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