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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패배는 KBS의 편파보도 탓이다?
언론노조와 KBS, 한나라당 해체투쟁 나선다고 밝혀
 
윤익한   기사입력  2003/07/09 [19:53]

▲언론노조가 지난 7월 3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가진 한나라당의 공영방송 말살 음모 규탄 시위모습     ©언론노조홈페이지
KBS 노조와 한나라당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연주 KBS 사장 취임 이후 KBS에 대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언론노조가 지난 7월 3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가진 '한나라당의 공영방송 말살 음모' 규탄 시위에서 경찰과 충돌, 노조 전임자와 조합원 등 2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양측의 갈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나라당, 공영방송 때문에 작년 대선 졌다

한나라당은 최근 KBS를 겨냥해 KBS 시청료 폐지, KBS 2TV와 MBC의 민영화 추진,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조항 철폐 등을 정책적으로 들고 나왔다. 7월1일에는 KBS의 2002년도 결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부결했다. 그러나 (이 결산안은 본회의 얼마 전 한나라당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문광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은 또 정연주 KBS 사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정 사장이 노무현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라는 점과 정 사장의 아들들의 병역면제 등을 거론하며, 공영방송 사장으로 정 사장이 부절적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연주 사장이 처음으로 단행한 여름철 프로그램 개편안에 대해 문성근씨 진행의 '인물현대사'와 '미디어포커스' 등의 프로그램이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을 가졌다며 거세게 반대해왔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KBS고사작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난 5월 12일 한나라당이 발표한 '16대 대선 부정선거 백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백서에는 한나라당의 지난해 대선패배 원인을 '공영방송의 편파보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대선패배의 분풀이를 하는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또 KBS의 공영성 강화를 주장하면서, 정작 KBS의 재원인 시청료를 폐지시키려 한다는 것은 'KBS고사작전'에 나서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이 일부 보수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와 함께 KBS 2TV와 MBC의 민영화를 거론하면서 거대족벌언론과 재벌들에게 신문과 방송을 맡겨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속셈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7월 1일 KBS 결산안을 스스로 부결, 결과적으로 KBS의 방만한 경영을 눈감아 주는 결과를 초래해 한나라당이 방송법의 국회심의 과정도 몰라 스스로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KBS결산안 부결이라는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하고 'KBS 고사작전' 밑그림을 완성짓기 위해 한나라당은 KBS예산 사전심의제를 하겠다고 나섰다. 공영방송 예산의 국회 사전심의는 국회의 다수당이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본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이에 대해 지난 3일 "KBS 결산안을 국회에서 부결시켜도 다 써버린 돈이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국회가 사전에 예산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이와 관련한 방송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와 KBS 한나라당 해체 투쟁 나설 것

▲KBS 한국방송     ©KBS홈페이지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성명을 내면서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지난 17일 한나라당의 언론대책특위 위원장인 하순봉 의원이 KBS의 수신료 인상안을 비판하면서 "시청자를 외면한 정권홍보성의 목적성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국민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며 시청료 폐지를 비롯해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높일 방송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을 한데 대해 "KBS에 대한 치졸한 협박"이라며 "이러한 망언과 수준미달의 협박성 발언이 국민의 대표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정책적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비극일 뿐 아니라 국가의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또 한나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백서를 두고 "방송장악 없이 권력획득 없다는 퇴영적 정치집단의 삐뚤어진 현실인식의 반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정연주 KBS 사장의 비난에 대해 "적법하게 선임된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방송을 장악하려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방송노동자들은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의 이런 작태는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시도라고 규정. 한나라당 차원의 공식적인 유감이나 사과표명이 없을 시 6천여 전 KBS 사원과 전국 만 팔천여 언론노동자 및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바라는 전국민과 함께 한나라당 해체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또 'KBS 말살 획책하는 한나라당 5인방'으로 한나라당 최병렬, 하순봉, 고흥길, 이경재, 김정부 의원의 사진과 이력이 적힌 프로필을 노보 특보에 실었다.

양측의 정면 충돌, 경찰 강경 진압, 최병렬 대표 불신 드러내 

KBS와 한나라당의 비난 수위가 극에 달한 7월 3일 언론노조와 KBS본부 등이 'KBS 말살하는 한나라당 해체 결의대회'를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던 도중 집회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십 여명의 노조 조합원들이 부상을 당했다.

언론노조 간부들은 이에 대해 4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방문, 한나라당의 최근 'KBS 고사작전'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최대표는 이 자리에서 "KBS 정연주 사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특별한 인간관계가 있고, KBS 보도 역시 한나라당 시각에서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노사모의 핵심인 문성근씨가 방송진행자로 나선 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영삼 KBS노조위원장은 "KBS를 내년 총선을 앞둔 '포석’으로 이해하지 말라"면서 "만약 정치권력 싸움에 영향력있는 기관으로 본다면 시정해달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간부들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의 이날 만남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 양측의 전선은 더욱 확실해 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KBS에 대한 공세가 KBS의 '공영성강화'라는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 노정부의 언론정책을 견제하고, 방송을 특정세력의 전유물로 만들려고 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이후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논란을 해결하는 중요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언론노조와 KBS지부 등은 7월 11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규탄 결의대회'를 다시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영등포경찰서측은 지난 3일 언론노조의 집회는 집회신고가 되지 않은 불법집회였고, 한나라당사 앞은 올 7월부터 12월까지 '민주참여 네티즌연대'에 의해 집회신고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측은 그러나 11일은 '삼성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위원장 윤진열)'가 집회신고를 냈다가 취소해, 언론노조가 현재 집회신고를 낸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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