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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으로 파고든 '서울독립영화제 2006' 개막
개막작엔 황철민 감독의 <우리 쫑내자!>, 15일까지 76편의 상영작 소개
 
임순혜   기사입력  2006/12/08 [12:28]
'파고들다'라는 주제로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06' 개막식이 12월 7일 오후 압구정 CGV에서 열려, 개막작 황철민 감독의 <우리 쫑내자!>가 상영되었다.
 
권해효와 류시현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12월 7일부터 15일까지 CGV용산에서 상영되는 47편의 경쟁작과 초청작 등 총 76편의 상영작 소개에 이어 이한철 밴드의 개막공연으로 화려한 막을 열었다.
 
▲ 서울독립영화제 2006 포스터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드디어 독립영화가 강남에 진출하여 객석보다 밝은 무대가 있는 압구정에서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을 열게 되었다. 독립영화를 틀 때마다 빈 객석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오늘은 2층의 커플석 25석이 꽉 차서 너무 기쁘다. 내일부터 가슴이 찢어지지 않도록 독립영화에 쭉 파고들기 바란다"며 개막 선언을 하였다.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은 "영화의 길을 만들고 문을 만들어 온 독립영화에 힘을 같이 추슬러 곳곳으로 번져나가고 파고드는 전진하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한다. 독립영화가 은밀하게 물처럼 파고들리라 생각한다. 축하한다"며 서울독립영화제 개최를 축하하였다. 
 
전주영화제에서 <디지털 삼인삼색 : 여인들-휴일없는 삶>을 제작했었고, 해외 특별 초청으로 4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싱가폴의 에릭 쿠 감독은 "서울에 다시 와 기쁘다. 초대해준 서울독립영화제에 감사한다. 첫 장편 데뷰영화인 <면로>와 <12층>을 내일 상영한다. 기쁘다. 상영이 끝나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 마련하겠다"며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게 된 것을 기뻐하였다.
 
개막작 <우리 쫑내자!>는 죽음을 결심한 세 남녀가 마지막 여행을 하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황철민 감독은 "대추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많다. 그러나 극영화는 없어 대추리를 무대로 하는 영화를 기획하였다. 대추리와 새만금이 주 무대다. 올 한 해 열심히 사신 분들은 제 영화를 보고 동감하기 바란다"는 인사를 개막작 상영 전에 남겼다.
 
▲ 왼쪽부터 서울영화제 개막선언한 조영각 집행위원장,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의 축사, 해외 초청작 4편을 상영하는 싱가폴의 에릭 쿠 감독     © 임순혜

<우리 쫑 내자!>는 한 여자(요하킴)와 두 남자(헤벌레와 LA)가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는 여정을 담았다. <우리 쫑내자!>는 아름다운 길의 풍경을 마음껏 담았는데, 장면 곳곳에 은유와 상징이 넘친다.

죽음을 결심한 마지막 여행길임에도 불구하고 요하킴은 매일 밤 아름다운 몸을 위해 스스로를 가꾼다. 영화는 세 사람이 죽음을 결심한 '왜?'를 드러내지 않는다. 말없는 그들의 몸짓과 표정이 그들이 죽음을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을 언뜻 언뜻 드러내준다.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그들은 여행을 계속한다. 그런데, 그들이 마지막 멈춘 곳이 대추리다. '평화지킴이, 파랑새'가 서 있는 평화의 동산에서 매일 밤 평화의 촛불을 밝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은 희망을 찾는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쫑내자!"(Let's finish!)고 결심한다. 여기서 영화 제목의 비밀이 밝혀진다.
 
▲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우리 쫑내자!>의 한 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우리 쫑내자!>는 아름다운 하늘, 저녁노을, 새만금의 갯벌, 길가 풀섶의 아름다움, 강가의 아름다움과 함께 여름날 아름다운 여치 소리, 물소리 등 잊고 있던 자연의 아름다움, 생명을 동시에 깨우쳐 준다.

<우리 쫑내자!>는 꼭 필요한 대사 외에는 최대한 대사를 생략하였고 관객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세 사람의 등장인물, 자동차, 강아지 시츄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각적으로 촬영하여 지루함을 덜게 해주고 있으며, <글루미 썬데이>의 매력적이고 감상적인 선율은 대사를 뛰어 넘는다.

베를린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황철민 감독은 사회참여적인 영화를 줄곧 만들어왔는데, 졸업작품인 <퍽 햄릿(fuck hamlet)>으로 199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영포럼에 초청되었고, <프락치(Sping cam)>로 2005년 로텔르담영화제 국제비평가상(FIPRESCI Award), 브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에서 특별언급상, 브리즈번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넷펙)을 받았으며, 2회 서강데뷰영화제 대상을 수상하였다. 
 
▲ <우리 쫑내자!>의 주연배우, 왼쪽부터 헤벌레역의 홍기준, 요하킴역의 김현주, LA역의 김민재 , 황철민 감독     © 임순혜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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