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들도 정치인 '수법'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지난 2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엉겁결에 당선된 여당 의원들을 '탄돌이'라고 한다"며 "이들 탄돌이들이 탄핵 역풍에 무임승선해 배에 가득 실린 달콤한 권력을 나눠먹을 땐 '우리 선장님'을 합창하더니 침몰 조짐이 보이자 자기만 살자고 선장을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탄돌이들이 그간 노 대통령에게 그토록 '애정'을 보이다 이제 책임을 대통령에게 몽땅 떠넘기고 자신들만 빠져나가려는 것은 자기만 살자는 욕심 때문"이라며 "조직이 붕괴되면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사람을 보고 '난파선의 쥐 같다'고 비유한다"고 여당 의원들을 겨냥했다.
이런 내용의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혀를 끌끌 찼다.
주 의원은 좋은 말로 여겨질 수도 있었던 걸 '난파선의 쥐' 운운하는 모욕적 표현을 동원함으로써 전혀 불필요한 논란만 일으키고 말았다.
매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특강'을 하다보니 몸에 밴 버릇이겠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도 감히 당부드리고 싶다. 논쟁이나 토론을 할 때에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는 건 삼가하여 주시기 바란다.
그건 싸우자고 시비를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용이나 호랑이처럼 긍정적 비유라면 괜찮겠지만, '쥐'만큼은 피해야 한다. '개'도 곤란하다.
2005년 9월 1일 대연정 문제를 다룬 MBC <100분 토론>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경제가 문제"라고 하자,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종이 땡 치면 밥주는 것처럼 아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며 "경제를 이유로 선거제도 논의를 회피하지 말라"고 했다.
유 의원은 어느 인터뷰에서도 "무슨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노 대통령이 무슨 말만 하면 종소리 듣고 침 흘리는 개처럼 위헌이니 뭐니 이런 얘기부터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 의원은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지라, 나는 노파심에서 학생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유 의원이 '파블로프의 개' 운운하는 건 언어 폭력이며, 절대로 흉내내선 안된다고 말이다.
그냥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하면 안된다"고 말하면 될걸 "파블로프의 개" 운운하게 되면 상대편을 '개'로 비하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 정상적인 대화와 토론이 어려워진다.
'난파선의 쥐'와 '파블로프의 개'는 결코 예외적인 표현이 아니다. 요즘엔 인터넷 때문인지 자신의 골수 지지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모욕적 독설이 횡행하고 있다.
상대편과 정상적인 논쟁을 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건 상대편을 약 올리고 모욕해 자신의 골수 지지자들을 기쁘게 만드려는 수법 말이다.
구경꾼이라도 그런 수법에 놀아나선 안된다. 설사 자신이 지지하는 편이라도 인신공격적 독설을 구사하면 따끔하게 지적할 줄 아는 공평무사함이 있어야 한다. 자기편이면 무슨 짓을 저질러도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아메바'가 연상된다.
이렇게 쓰면 안된다는 걸 예시하기 위해 일부러 실수를 해보았다.
'아메바'는 '쥐'나 '개'보다 더 모욕적인 말이다. 이 경우 속 시원한 맛은 덜 하겠지만, "'아메바'가 연상된다"보다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도가 무난하다. 인간들 사이의 대화에서 애꿎은 동물 끌어들여 욕 보이지 말자.
새전북신문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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