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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침공 23일째, 민간인 사망 1천명 넘어
유럽과 아랍국들 ‘즉각적 휴전’ 요구, 미국 반대로 두 차례나 무산
 
최방식   기사입력  2006/08/04 [17:14]
이스라엘의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침공 23일째를 맞은 4일 민간인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레바논의 전쟁 난민수는 1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아랍국들이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나 즉각적 휴전 결의는 미국의 반대로 거듭 무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3일에도 1만명 이상의 지상군을 레바논 남부 10개 도시에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고 AFP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또 이날 팔레스타인 남부 가자지구 공격도 강화해 라파에서 12살 어린이를 포함한 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서 900명, 가자지구서 150여명 살상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23일째를 맞는 이날까지 레바논 민간인 사망자가 9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도 150명을 웃돌고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로켓포 공습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교전 중 숨진 이스라엘인도 50여명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인 '인권감시'(HRW)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무력화를 내세워 레바논을 무차별 공격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는 건 분명한 전쟁 범죄라는 보고서를 내고 즉각적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에후드 올머트 이스라엘 수상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연합 등이 참여하는 1만5천명 규모의 다국적군이 레바논에 들어올 때까지 남부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 3일 오전 미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무력 침략과 대규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시민·사회·문화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다산인권센터 제공

이스라엘의 공격에 반발해 레바논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3일 100발이 넘는 로켓포를 북부 이스라엘지역에 발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공격으로 3명의 이스라엘 병사와 8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3일 오후 이스라엘이 베이루트의 공습을 계속하면 자신들도 이스라엘의 경제 수도인 텔아비브를 공격하겠다고 베이루트의 한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경고했다. 그간 사용하지 않은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군의 한 사령관은 이날 공영TV에서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를 공격하면 레바논의 모든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겠다"고 되받아 쳤다. 전날에도 이스라엘군은 남부 레바논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팔레스타인 침공으로 전쟁 피해가 커져가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해결책 모색은 미국의 방해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유럽과 아랍국들이 '로마회담' 무산 이후 유엔 안보리를 통한 이스라엘 제재를 요구했지만 3일로 예정된 두 번째 모임이 무산됐다.
 
이스라엘 공습강화 vs 헤즈볼라 “텔아비브 공격”
 
프랑스는 유럽과 아랍국가들의 요구를 반영해 레바논에 파견할 다국적군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주초에 유엔안보리 회의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연기되면서 무산됐고, 3일 두 번째 모임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워싱턴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3일 열린 57개 이슬람국가 정상이 참여하는 이슬람컨퍼런스도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압둘라 아매드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17개국 대표가 참여한 회의에서 "온건한 아랍국가에서조차 무슬림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도 이날 회담에 참여해 "갈등을 치유하는 확실한 길은 유대인 정권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도 "먼저 즉각적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해법을 놓고 유럽․아랍국과 미국이 다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전 때와 비슷한 양상이지만 이번에는 영국마저 미국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부시행정부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할 조짐이다.

26일 로마회담에는 유럽과 아랍, 그리고 레바논과 미국에 참여했었다. 미국의 반대로 유엔이 제기한 ‘즉각적 휴전’은 무산됐고 유엔주도의 다국적군을 파견할 것만 결정했다. 미국은 시리아와 이란의 개입은 안 되며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해체가 전제돼야 전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했다.

이스라엘이 26일 로마회담 결과를 전쟁 묵인 ‘청신호’로 아전인수하고 있다는 유럽 국가들의 비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마회담서는 미국의 반대로 ‘즉각 정전’ 결의가 무산됐으며 다국적군 파견 등 ‘항구적 평화’ 결의안만 채택됐다.

핀란드의 투오미오야 외무장관은 26일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머트 총리를 면담한 뒤 로이터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법무장관이 로마회담 결과를 ‘포격을 계속해도 문제가 없다’는 ‘청신호’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큰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방송과 전화인터뷰에서 “올머트 총리에게 항의했더니, 그가 ‘법무장관 발언이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유엔안보리 평화유지군 논의 2차례 무산
 
투오미오야 장관은 이어 “하지만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괴멸을 내세워 몇 주 더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스라엘의 아전인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레바논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중동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기름을 끼얹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즉각적 전쟁중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이런 미국의 독단적인 목소리를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해법이 라이스 장관,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수장,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포우아드 시뇨라 레바논 총리간의 회담에서 이미 도출됐지만 미국이 옹고집을 부려 틀어졌다고 보고 있다.

로마회담 직전 성사된 4자회담에서 도출된 정전 안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수감자 교환,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국경지대 셰바농장 분쟁해결, 헤즈볼라 무장해제 및 레바논 국방력 강화, 남부 레바논에 EU주도 평화군 파견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유럽연합 국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서서 ‘즉각적 정전’을 반대하고 있기에 평화군 파견이 돌파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다국적군 구성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프랑스, 독일 등이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유지군은 남부레바논에 거주하며 헤즈볼라를 이스라엘 국경지대에서 철수시키고 레바논 군을 강화하는 일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이 강화되면서 인기도 15%의 하마스가 집권을 한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이스라엘의 무장조직 소탕작전은 성공할 수 없으며 더 많은 이슬람 근본주의 투쟁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나온 것이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인디언론 ‘지금 민주주의를’에 따르면, 지금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인기도가 87%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아말 사드 고라옙은 26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항전을 87%가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종교별 지지도를 분석해보면, 기독교인 80%, 드루즈교도인 80%, 수니무슬림 89%이다.
 
레바논서 헤즈볼라 항전 지지여론 87%
 
가디언도 28일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침략에 저항하고 우리를 지켜주는 건 오직 헤즈볼라”라는 레바논인의 여론을 묘사했다. 특히 레바논 사람들은 유엔이나 유럽연합 주도의 다국적군 파견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힘이 약한 레바논 정부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고 결국 내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라고 언론은 전했다.

특히 시리아군의 레바논내 주둔이나 헤즈볼라의 활동에 찬성하지 않았던 많은 레바논 중산층 사람들이 이스라엘 공격에 맞서 유일하게 조국을 지키는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격 앞에 분노한 레바논 사람들은 시아파, 수니파 가리지 않고 이 단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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