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매매된 난자와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하는 등 연구과정의 윤리적 하자가 MBC 〈PD수첩〉 의 보도에 의해 밝혀져 황 교수의 사과 및 공직사퇴로 막을 내린 것이 이 사태의 1막이라고 한다면, 〈PD수첩〉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이 드러난 것이 이 사태의 2막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제는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의 진실성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3막-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흔히 연극이 그렇듯이 황 교수 사태 역시 중요한 마디마다 그 성격을 달리한다.
1막이 줄기세포 연구과정의 윤리적 흠결에 관한 폭로라면, 2막은 언론의 취재윤리에 관한 사회적 공론을 형성시켰고, 3막은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의 진실성, 더 나아가 황 교수 연구팀의 연구 성과가 진실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의 성격이 짙다.
분명한 것은 황 교수 사태의 1막과 2막이 과거 완료형에 가깝다면, 3막은 단연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투명하고 신속한 검증만이 해법
대내외의 사정은 황우석 교수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듯 하다.
국내에서는 소장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중 'DNA 지문분석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맹렬한 기세로 퍼지고 있는가 하면, 국외에서는 <사이언스>와 쌍벽을 이루는 국제과학저널 <네이처>의 문제제기에 이어 미국 피츠버그대가 황 교수 논문의 진실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혹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연구 논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보인 황우석 연구팀의 입장 변화인데, 이들은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수시로 바꿔왔다.
한편 황 교수 연구논문의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혼란과 공방의 와중에도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이제 2005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황 교수 연구논문의 진위여부에 대한 투명하고 신속한 검증을 피할 길은 없다는 사실이다.
황 교수의 연구논문이 진실하다는 사실의 입증을 위해서도, 소모적인 논쟁의 종식을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다.
DNA 검증 결과가 '조작'되었고 그 결과 2~3개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11개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소장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어설픈 미봉책으로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국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의혹들을 억지로 외면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국외의 연구자들과 연구단체들이 잠자코 있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벌거벗은 진실과도 대면할 수 있다는 용기와 이를 실현할 검증수단의 마련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과학계, 황우석 연구팀은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검증장치와 절차를 구축해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투명하고 신속히 검증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언론과 국민들도 자중하길
또한 주류언론과 대다수 국민들도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를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황우석 사태의 전 과정을 통해 주류 언론과 대다수 국민들이 보여준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위험한 것이었다.
과학이 여론의 강력한 자장(磁場)안에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폐해가 얼마나 가공할 만한 것인가를 이번 사태는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한편 황우석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아직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기성 과학자들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 이들은 일찍이 “지식인은 대중들이 듣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야 할 것을 말해야 한다”라고 말한 쉴러의 격언을 무시하고 지식인에게 마땅히 지워진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다.
기성 과학자들은 지금이라도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 방기는 이미 한 것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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