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새시대의 국민윤리를 정립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요즘 여러 윤리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한 가치할거(분할)주의라는 표현으로 사회내의 수백개의 가치가 개인과 단체에 의해 극히 일부씩만 전유되어 가치상품주의로 쓰이고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회적 및 개인적 배경 때문에 수 백 개의 가치 중 일부가 상호충돌할 때 그 위계를 가려 전체사회의 바람직한 진로나 방향이 제시되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될 것이다. 즉 모든 가치를 개별적으로 한번씩 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그 가치간의 상호관계성에 입각한 위계 (질서)가 필요할 때에는 주체적 사고에 의해 체계적으로 가치들을 재구성 해보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 뭐가 더 중요한지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개략적인 방향의 컨센서스도 끌어내기 힘든 사회가 된다.
사회적 차원에서 취재윤리는 생명윤리에 복속하고, 생명윤리는 일반윤리에 복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수한 것은 보편적인 것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3자간에도 후자가 전자의 토대를 구축하며 더 중요한 가치이다. 자성이 보편적인 것이 위대하다고 하면서 이념보다 예절, 유머, 상식이 더 중요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PD수첩이 취재윤리를 이유로 공개사과한 것은 MBC가 처해진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현명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제 공은 황교수 측과 과학계, 또는 정부로 넘어갔는데 (노무현과 과학분야 보좌관이 구체적으로 올 한해만도 300억을 육박하는 연구예산 지원으로 관련돼 있다) 대통령은 정부는 불관여하는 대신 연구를 계속 지원하고 과학계의 자정능력에 맡긴다는 입장이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실이 소위 국익보다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과학계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편 황교수 측은 줄기세포의 재검증은 없으며 자체적인 후속연구나 제3기관의 논문재연으로 검증 받는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호흡을 맞추기라도 한듯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PD수첩이 의뢰한 줄기세포의 DNA 검사의 판정을 유보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왕에 황교수에게 올인했으니 그에게 이나라 과학계의 운명(후학들의 운명도) 을 맡겨 보자는 것 같다. 정부와 청와대는 과학계에 공을 넘기고 계속지원을 천명했지만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인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과학계가 과연 이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대로 언론이 쥐죽은 듯 문제제기가 없고 네티즌들과 더불어 "황박사 힘내세요" 만 연창하고 국민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다 잘 될일인가? 논문의 진위와 관련해 문제제기된 사진보충자료를 (10개 중 5쌍이 동일사진) 수정해 보냈다고 하는데 <사이언스> 측도 자신들의 공신력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많은 것을 고려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황교수의 논문을 형식상 reject 안하고 대신 향후 한국인이 제출하는 과학논문에 까다로운 기준으로 실제적인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황교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과학도로서 자신의 행위가 미치게 될 전반적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고려를 안하고 후속연구나 재연으로 논문의 진위를 검증 받겠다는 심산이라면 다분히 개인적이고 상당한 배짱이며, 그렇게 진실과의 싸움에 쫓기는 자세로 제대로 된 후속 연구성과가 가능하겠는지 까지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취재윤리보다 생명윤리가 중요한데 황교수는 이에 관해 세계학계에 거짓말을 했으며, 이것은 또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반윤리 (논문의 데이타 조작) 까지 의심 받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는 두고두고 한국 과학계의 큰 멍에로 남을 것이기에 황교수는 보다 대아적인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대아적인 자세란 과학도라고 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과는 상극이 되고 자신을 찬양하는 언론 및 네티즌들만 환경으로 가져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으로 과학자의 연구의 정당성 및 타당성을 훼손하는 불리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연구가 망하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의 연구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과오를 빨리 고백하는 것도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는 바른 방향이다. 섣부른 봉합을 하여 문제를 내적으로 키워가는 일만큼은 그를 위해, 이나라 백년대계의 과학을 위해, 국민들을 위해 결코 없기를 바란다. 끝으로 월드컵 4강이나 줄기세포 복제의 선도적 지위를 위해 사회의 제반가치를 포기할 용의가 있는 것은 파시즘이기도 하지만 이 파시즘은 개인과 사회에 내재한 '열등의식' 에서 왔다고 본다. 삼사십년전에 한국이 세계 1위하는 것은 없나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1년 365일 눈에 불을 켜고 살피는 적이 있었는데 세계 1위의 분야가 적어도 20여개 이상이 되는 현재에도 이 병을 못버린 것은 근시안적인 외형적 성장주의 및 결과지상주의 탓에 '내용'과 '내재적 자신감' 없는 개인과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에 여유가 없으면 큰일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게시판 댓글에서 조차 여유있는 말과 행동은 흔하지 않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TV가 일반화되기 전 라디오 대담프로에 대중소설가 최인호가 함께 초대된 모 여자배우에게 "여자배우들이 예쁘게만 보이려 하지말고 영화에서 코구멍도 좀 벌렁벌렁하고 그랬음 좋겠어요"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여배우 "어머, 아찌 재밌다" 고 까르르 웃더니 아직까지 그 후예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남배우는 강하게 보이려고) 물도 흙도 안 묻히는 공주님 흉내를 내고있다. 이것도 열등의식의 발로며 필연적으로 거짓 (분장술)이 동반되는 심리상태인 것이다. 진실 (거짓) 이란 성질이 이상해서 작은 것에 진실한 사람이 큰 것에도 진실하게 되며 작은 것에 거짓된 사람은 큰 것에도 거짓되게 된다. 진실을 생명으로 삼는 과학적 연구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월남한 북의 과학자가 "기초를 지배하는 사람이 다 지배하거든요~" 하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는 돈되는 응용과학만 하기에 이런 사상적 배경이나 소양이 필요없는 것인가? PD수첩더러 한탕하고 보자는 결과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황교수를 '무조건' '맹목적으로' 지원, 지지하는 세력이 오히려 결과주의다. 그가 조속히 진실을 밝히고 모든 공직을 사퇴하며 음지에서 후학들을 도와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와 과학계, 정부 및 감성적 애국주의의 네티즌들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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