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지금 ‘황박사님 힘내세요’ 할때 아니다
[주장] PD수첩과 황우석 논란 속 취재윤리, 생명윤리, 그리고 일반윤리
 
자성   기사입력  2005/12/06 [19:04]
필자는 새시대의 국민윤리를 정립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요즘 여러 윤리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한 가치할거(분할)주의라는 표현으로 사회내의 수백개의 가치가 개인과 단체에 의해 극히 일부씩만 전유되어 가치상품주의로 쓰이고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회적 및 개인적 배경 때문에 수 백 개의 가치 중 일부가 상호충돌할 때 그 위계를 가려 전체사회의 바람직한 진로나 방향이 제시되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될 것이다.
 
즉 모든 가치를 개별적으로 한번씩 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그 가치간의 상호관계성에 입각한 위계 (질서)가 필요할 때에는 주체적 사고에 의해 체계적으로 가치들을 재구성 해보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 뭐가 더 중요한지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개략적인 방향의 컨센서스도 끌어내기 힘든 사회가 된다.

사회적 차원에서 취재윤리는 생명윤리에 복속하고, 생명윤리는 일반윤리에 복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수한 것은 보편적인 것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3자간에도 후자가 전자의 토대를 구축하며 더 중요한 가치이다. 자성이 보편적인 것이 위대하다고 하면서 이념보다 예절, 유머, 상식이 더 중요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PD수첩이 취재윤리를 이유로 공개사과한 것은 MBC가 처해진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현명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제 공은 황교수 측과 과학계, 또는 정부로 넘어갔는데 (노무현과 과학분야 보좌관이 구체적으로 올 한해만도 300억을 육박하는 연구예산 지원으로 관련돼 있다) 대통령은 정부는 불관여하는 대신 연구를 계속 지원하고 과학계의 자정능력에 맡긴다는 입장이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실이 소위 국익보다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과학계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편 황교수 측은 줄기세포의 재검증은 없으며 자체적인 후속연구나 제3기관의 논문재연으로 검증 받는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호흡을 맞추기라도 한듯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PD수첩이 의뢰한 줄기세포의 DNA 검사의 판정을 유보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왕에 황교수에게 올인했으니 그에게 이나라 과학계의 운명(후학들의 운명도) 을 맡겨 보자는 것 같다.
 
정부와 청와대는 과학계에 공을 넘기고 계속지원을 천명했지만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인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과학계가 과연 이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대로 언론이 쥐죽은 듯 문제제기가 없고 네티즌들과 더불어 "황박사 힘내세요" 만 연창하고 국민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다 잘 될일인가?
 
논문의 진위와 관련해 문제제기된 사진보충자료를 (10개 중 5쌍이 동일사진) 수정해 보냈다고 하는데 <사이언스> 측도 자신들의 공신력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많은 것을 고려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황교수의 논문을 형식상 reject 안하고 대신 향후 한국인이 제출하는 과학논문에 까다로운 기준으로 실제적인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황교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과학도로서 자신의 행위가 미치게 될 전반적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고려를 안하고 후속연구나 재연으로 논문의 진위를 검증 받겠다는 심산이라면 다분히 개인적이고 상당한 배짱이며, 그렇게 진실과의 싸움에 쫓기는 자세로 제대로 된 후속 연구성과가 가능하겠는지 까지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취재윤리보다 생명윤리가 중요한데 황교수는 이에 관해 세계학계에 거짓말을 했으며, 이것은 또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반윤리 (논문의 데이타 조작) 까지 의심 받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는 두고두고 한국 과학계의 큰 멍에로 남을 것이기에 황교수는 보다 대아적인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대아적인 자세란 과학도라고 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과는 상극이 되고 자신을 찬양하는 언론 및 네티즌들만 환경으로 가져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으로 과학자의 연구의 정당성 및 타당성을 훼손하는 불리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연구가 망하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의 연구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과오를 빨리 고백하는 것도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는 바른 방향이다. 섣부른 봉합을 하여 문제를 내적으로 키워가는 일만큼은 그를 위해, 이나라 백년대계의 과학을 위해, 국민들을 위해 결코 없기를 바란다.
 
끝으로 월드컵 4강이나 줄기세포 복제의 선도적 지위를 위해 사회의 제반가치를 포기할 용의가 있는 것은 파시즘이기도 하지만 이 파시즘은 개인과 사회에 내재한 '열등의식' 에서 왔다고 본다. 삼사십년전에 한국이 세계 1위하는 것은 없나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1년 365일 눈에 불을 켜고 살피는 적이 있었는데 세계 1위의 분야가 적어도 20여개 이상이 되는 현재에도 이 병을 못버린 것은 근시안적인 외형적 성장주의 및 결과지상주의 탓에 '내용'과 '내재적 자신감' 없는 개인과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에 여유가 없으면 큰일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게시판 댓글에서 조차 여유있는 말과 행동은 흔하지 않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TV가 일반화되기 전 라디오 대담프로에 대중소설가 최인호가 함께 초대된 모 여자배우에게 "여자배우들이 예쁘게만 보이려 하지말고 영화에서 코구멍도 좀 벌렁벌렁하고 그랬음 좋겠어요"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여배우 "어머, 아찌 재밌다" 고 까르르 웃더니 아직까지 그 후예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남배우는 강하게 보이려고) 물도 흙도 안 묻히는 공주님 흉내를 내고있다. 이것도 열등의식의 발로며 필연적으로 거짓 (분장술)이 동반되는 심리상태인 것이다.
 
진실 (거짓) 이란 성질이 이상해서 작은 것에 진실한 사람이 큰 것에도 진실하게 되며 작은 것에 거짓된 사람은 큰 것에도 거짓되게 된다. 진실을 생명으로 삼는 과학적 연구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월남한 북의 과학자가 "기초를 지배하는 사람이 다 지배하거든요~" 하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는 돈되는 응용과학만 하기에 이런 사상적 배경이나 소양이 필요없는 것인가?
 
PD수첩더러 한탕하고 보자는 결과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황교수를 '무조건' '맹목적으로' 지원, 지지하는 세력이 오히려 결과주의다. 그가 조속히 진실을 밝히고 모든 공직을 사퇴하며 음지에서 후학들을 도와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와 과학계, 정부 및 감성적 애국주의의 네티즌들을 지켜볼 것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12/06 [19:0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자성 2005/12/08 [00:14] 수정 | 삭제
  • 생명에 대한 정의는 시대 및 사회조직에 따라 다소의 편차가 있겠지요. 카톨릭 처럼 자연피임만을 권장하고 생명공학을 위한 난자채취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요.

    우리에게 의학에 적용할 생명윤리가 정립 안됐다는 것은 맞으면서도 틀린데 황교수가 어디 논문을 실어 각광을 받고 세계줄기세포 허브의 소장이 됐습니까? 그 논문 발행하는 나라의 생명윤리에 크게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획기적인 치료기술을 발명해 특허를 따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더라도 그일들이 모두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한 일이니까요. 또 표준 (norm)이란 시대에 따른 추세가 중요한 거니까 기독교국들이 지배하는 시대의 윤리를 기독교 윤리니 하며 기독교 원리주의에 따라 편협하게 규정할 일도 아니고..그들 간에도 지역적으로 사소한 편차는 있는 거니까..

    내가 난치병 구제목적의 난자채취 자체를 반대하는게 아닙니다. 엄격히 제한되어 적정한 조건에서 시행되어야 하고 사후에 거짓이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건데 황교수팀에 법률이나 윤리담당 보좌관이 없어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겁니다. 이것을 생명윤리가 취재윤리보다 보편적 가치로서 더 중요하다고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PD수첩은 한탕주의나 결과지상주의가 아니었습니다. 국가의 엄청난 세금으로 지원해 주는 일에 (그가 책임자) 의혹이 제기될때 사회의 공기인 언론이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요? 취재과정의 문제는 유감이지만..

    이중 가장 큰 가치인 일반윤리 저촉부분을 살펴보면 여러번 대외적인 거짓말을 한 황교수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예산은 배정하면서도 이 허브의 실질적 발전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전무하더근요. 일종의 전시행정이예요. 홍보, 법률, 윤리 부문에 전문가를 두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고 변호사, 변리사, 대변인 (국가적 관심사이니 만큼), 통역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데 느닷없이 경호원을 붙여 놓다니. ㅉ

    이런 시스템이 돼 있었더라면 이번에 PD 수첩과의 충돌은 최소화되었을 것입니다. 그밖에도 문제 많습니다. 소장이 입원하면 돌아가지 않는 조직도 있습니까? 또 지원예산이 다른 과학분야와 비교해 얼마나 적정히 책정, 집행 되는 것인지 어떤 목표와 효과를 놓고 합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보고서나 백서는 나오는지.. 그밖에도 허브의 앞날을 낙관 못하게 하는 요인은 많습니다. 무엇보다 황우석 한사람의 존재에 좌우되는 국가적 희망을 무조건, 맹목적으로 지지, 지원하는 결과지상주의자들 세력입니다 (정당하고 타당한 수단인지는 제대로 돌보지 않고).

    현시점에서 나는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허브 (의 구상과 조직)를 보면 노태우 때의 서울평화상이나 전두환때의 평화의 댐이 생각납니다.
  • 한탕과 반탕 2005/12/07 [11:31] 수정 | 삭제
  • 나는 피디 수첩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옳고 그른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제기는 언론사로서의 마땅한 직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제기가 얼마나 정당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아주 얕은 물도 흙탕물이 되면 바닥을 볼 수 없듯이,
    이번 사태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부유물이 가라 앉으면 제대로 보일 것이다. 이런 흙탕물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지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분명하다.
    피디수첩이 옳은지는 모르겟지만, 여타의 조중동등 종이신문과
    케이비에스, 에스비에스는 정말 나쁜 놈들이다.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 이들의 직무유기는
    피디수첩이 당한 것의 수십 수백배로 단죄해야 마땅할 것이다.
    피디수첩이 일련의 사태에 불을 질렀다면,
    여타의 언론사들은 선풍기를 돌리며
    커져라 쎄져라를 외치면서,
    선정적인 목소리로 불장사 뉴스장사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진실규명은 외면한 채 말이다.
    정말 쥐새끼 같은 놈들이다.
    국민여론은 얼마든지 감정적으로 들끓을 수도 잇고
    파시즘적 광기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과 지식인이 직무를 유기하는 사회를 보면 정말 참담하다.
    이런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
    참담한 심정 속에, 불길한 예감도 든다.
    황교수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순수한 충정에 교묘하게 숨어들어
    자신들의 몸을 숨기고
    황교수 살리기보다는 엠비씨 죽이기에만 열을 올리는 무리들 중에는
    엠비시와 원한 관계가 많은 삼성, 조선, 한나라의 작전세력이 있는 건 아닐까??
    어쨌든 유쾌하지 않은 추측이다.

  • 애고 지겹다 2005/12/07 [09:29] 수정 | 삭제
  • 윤리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윤리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정립된것이 있나요?
    생명윤리에 대하여 정립된 것이 있습니까?
    생명이라함은 무엇을 말하나요?
    사람의 생명에 대한 것입니까?
    태아는 생명으로 볼수 있나요?
    혹은 난자는 생명으로 봐야하나요?
    이러한 윤리가 우리나라에서 정립이 되었다면
    글쓴님의 이야기가 맞겠습니다만.
    이러한 기준이 없다면
    "사회적 차원에서 취재윤리는 생명윤리에 복속하고, 생명윤리는 일반윤리에 복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수한 것은 보편적인 것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는 것은 글쓴님 혼자의 생각은 아닐런지요.

    PD 수첩이 한탕주의가 아니면 어떤 것이 한탕주의 일까요?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이건으로 황교수하나 잡으면 영웅된다는 생각없이
    이런 취재를 감행했을까요?
  • 자성 2005/12/07 [06:02] 수정 | 삭제
  • 선입견이군요. 본글의 생명윤리를 최대한 광의로 해석해 주기 바랍니다. 기독교 윤리와 별무관합니다. (기독교 윤리라고 정직하게 말하라고요?? 정직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안되겠는데^^)

    광의의 생명윤리는 인류역사와 함께 했기 때문에 기독교 훨씬이전 히포크라테스 시절에도 있었고 우리의 고조선 시대에도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을 (종교적 생명윤리까지.. 모든 종교의 주제는 죽음이고 본질은 생명존중입니다) 포괄하여 이 시점에 우리 입장에서 필요에 따라 개념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간생명에는 윤리가 따르며 매우 민감하게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보편성이 꽤 높은) 문제라는 것은 동의하겠지요? 그러나 이도 일반윤리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 부탁합니다 2005/12/06 [22:45] 수정 | 삭제
  • 기독교 윤리라고 정직하게 말해주세요.

    난 그따위 기독교 윤리를 생명윤리로 동의하지 않거든요?
    생명윤리 생명윤리 하면서 보편적 윤리로 치환시키지 마시고...
  • 구로구민 2005/12/06 [21:12] 수정 | 삭제
  • 늦었지만, 황우석 사태에 본질에 대한 추적과 이 사태의 교훈을 끝까지 찾아가길 바란다. 아니 그런 담론형성에 대자보가 기여하길 바란다. 물신주의와 광기가 지배하는 한국에 그래도 제정신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행여 시간에 묻혀 잊혀지지 않게 이 번 사건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의제를 계속 추구하는 대자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