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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여성 난자들을 부탁해?
[논단] 한국 사회를 강타하는 애국적 난자기증운동의 위험성을 경고함
 
이태경   기사입력  2005/12/07 [09:52]
황우석 교수 사태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는 매우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황 교수를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주최로 '1천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이 열린 것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난자 기증 의사를 밝힌 200여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여성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데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 행사의 백미는 참석자들이 주최 측이 마련한 무궁화 한 송이씩을 직접 황 교수 연구실 책상에 놓은 대목과 주최 측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입구에서부터 2층 황우석 교수 연구실까지 분홍색 조화 진달래꽃을 길게 이어 놓은 퍼포먼스라 할 것이다.

"황 교수님 사랑해요" "황 교수님 돌아오세요"를 연호하며 눈물을 훔치는 여성들과 황 교수가 즈려밟길 고대하며 이들이 깔아놓은 진달래꽃, 이들이 황 교수 연구실 책상에 놓은 무궁화와 행사 도중에 부른 애국가가 범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과민한 것일까?

애국적 난자 기증운동, 한국사회를 강타하다

황 교수에게 쏟는 난자기증희망 여성들의 정성과 사랑은 확실히 과도한 감이 있다. 이들이 이 행사에서 보인 일련의 행동들은 가히 성인(聖人)들을 상대로나 함직한 수준의 것이었다.

본인이 불치병을 앓고 있거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는 황 교수가 구세주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인류애에 불타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황 교수를 갖은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인류를 질곡에서 해방시켜 줄 초인으로 여길 법도 하다.

그러나 황 교수에 대한 난자기증 희망 여성들의 애정은 절박한 개인사정이나 인류애의 발로로만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무언가가 이들의 개인적 사정이나 취향과 결합하여 종교적 숭배에 가까운 감정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이다.

위의 '무궁화'와 '애국가'와 상징하듯이, 아마도 그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애국심'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황 교수 사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MBC PD수첩을 융단 폭격해 치명상을 입힌 네티즌들이 무장한 무기도 바로 '국익'과 '애국'이었다.

실체도, 근거도 모호한 '국익'과 '애국'으로 무장한 네티즌들은 황 교수에게는 극진한 존경을, MBC PD수첩 등을 위시한 황 교수의 반대자(?)들에게는 가혹한 응징을 가해 대한민국 네티즌의 힘을 세계에 뽐냈다.

'애국'이 여자들이라고 무심히 지나칠 리 없다. 난자기증 희망자들이 줄을 잇고 이들이 미담의 주인공으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현금의 상황에서 한국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애국'의 기운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정을 한층 악화시키는 것은,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거나 도구의 일종으로 여겨온 한국사회의 문화다. 다양한 형태의 매매춘이 아직까지 성행하는 것만 보아도 새삼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의학의 발전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소중한 생명을 위해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자기증운동은 '애국'이라는 집단 이데올로기와 '국익'으로 표현되는 경제적 부가가치에 거의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부분 언론에서 난자 채취에 따르는 고통과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경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난자기증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측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난자 채취는 백사장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백사장에서 하는 모래채취도 무분별하면 재앙을 초래하기 마련인데 하물며 여성의 몸에서 생성되는 난자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인류애에 기초한 개인적 결단으로

이런 사정들을 감안할 때 난자채취에 수반되기 마련인 고통이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설익은 '애국주의'에 미혹되었을지도 모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해서 펼쳐지고 있는 난자기증운동은 그 나름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난자기증을 독려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난자 기증이 내포하는 신체적, 정신적 위험성에 대한 설명과 경고이며, 모든 것을 삼키고 있는 애국의 열정이 아니라 균형 잡힌 이성의 눈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애국'의 열정에서 벗어난 개인들이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경고를 들은 후 의학 발전을 위해 난자 기증에 동의하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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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2/07 [09: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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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시민 2005/12/08 [12:25] 수정 | 삭제
  • 진중권씨도 말했지만, 누구 땜에 먹고 산다는 나라는 전 세계에 북한이랑 남한 밖에 없다더니...얼마전에는 삼성 땜에 먹고산다. 박정희 땜에 먹고 산다더니, 이젠 황우석 입니까?! 아무리 언론선동의 효과로 보려 해도 이해가 안되네요.

    아무래도 한국사람들은 스스로 우뚝서는 주인이 되기 보다는 누군가가 와서 다스려 주고 이끌어 주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1980년 광주항쟁 때 미국넘 장군이 저런 소리 비슷한 걸 한 것 같은데...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그리 틀린 말 같지도 않네요.

    너무 비관적인 줄 모르겠지만, 그래도 글 쓰신 분 같은 지성들도 있으니 희망을 완전히 버릴 필요야 없겠지요. 하지만, 광기에 미친 세상을 보면, 한편으로 가련하지만, 한편으로 저 무지와 욕망이 무섭기도 합니다.

    암튼, 대자보라도 진실보도에 노력하길 바랍니다.
  • 부탁합니다 2005/12/07 [23:52] 수정 | 삭제
  •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희생하는

    자리이타 보살정신이라고 해주세요

    황우석 박사가 독실한 불교신자라죠?
    아마 난자기증 하려는 사람들도 거의다 불교신자일걸요?

    피디수첩 한학수 피디가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거 알죠?
    아마 황우석 비리캐는 사람들도 거의다 카톨릭 신자알거예요.

    아니라고 우겨도, 이 사건의 본질은
    종교적 갈등입니다.

    내가보기엔 분명해요

    황우석을 죽이러 왔다 = 너희를 심판하러 왔다
  • 글쎄~ 2005/12/07 [18:54] 수정 | 삭제

  • 누가 난자 기증 독려 "캠페인"을 합니까?
    누군가 개인적인 열정에 의해 난자 기증 운동을 한다고 쳐도...
    그건 전적으로 사적인 영역 아니가요?
    그럼 또 누군가 반대 운동을 하면 될 것이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그걸 그렇게 쌍수를 들어
    하지말라할 사항은 아니잖아요...

    또, 매매춘까지 들먹이며 비유하는 건...많이 오버한거죠?

    어떤 의학적인 해로움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윗 글 필자가 할일은
    그런 있지도 않은 켐페인 하지말자가 아니라 난자채취에 따른
    부작용을 널리 알리는 일이 우선 아닐까요?

    대자보~
    좀 되는 얘기 했음 합니다...

    이번 건은 진보 쪽에서 너무 오버하고 있다는 개인적인 느낌임돠~
  • 우비우비 2005/12/07 [14:43] 수정 | 삭제
  • 국정감사때..황우석박사가 민노당 때문에 연구못하겠다고 발언해..
    나도 황우석이 좋게 안봤다..
    당시 난자매매 의혹때문에 그렇던것인 만큼..황우석 우상이 되가는것
    같아..걱정이 됬었다..
    근데..그 이후로 민노당원인 주변 사람들 만나면..다 황우석 나쁜놈
    으로 취급합디다..
    그리고 급기야..최근 사태가 생기고..이제는 진실을 부정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황우석 죽이기가 목적이 된것 같다..
    뭔가 혼란이 오고..나도..민노당 한달에 1만원 내던 당원였는데.
    이건 아닌거 같다해서..오늘 탈당하려고 하는데..탈당하려면
    지구당 찾아가서..탈당계내라 한다..아..찾아가면..말릴텐데..
    암튼..1만원 자동인출 되던건..정지시켰다..
    민노당 자체는 좋은데..민노당원들..요즘..황우석에 대한 태도는
    너무 감정적이라..실망했다..
  • 다름 2005/12/07 [13:18] 수정 | 삭제
  • "건강을 해치는 난자기증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YES"
    "왜"
    "그냥 애국 하는거 같아서,남들이 하니까,난자채취가 위험한 줄 몰라서,
    ,황교수가 불쌍해서"
    이거 아니라는거,
    당신만 모르는가벼!!
  • 안타까움 2005/12/07 [11:37] 수정 | 삭제
  • 정말 이 어이없는 시대는 황교수마저도
    수령으로 만들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