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중국의 '대장금 열풍', 스쳐 지나가는 바람?
[지오리포트의 눈] 업그레이드 된 한류, 아쉬운 한국식 음식마케팅
 
이상오   기사입력  2005/10/19 [19:09]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하는 중국어 가운데 사전에는 안나오는 단어가 있다. ‘炒作(chaozuo)’라는 말로,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언론 플레이', 혹은 '이미지 조작'정도로 풀어 볼 수 있는 말이다.
 
속된말로 '뻥'을 튀겨 다른 사람에게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행위라 볼 수도 있다. 보통은, 책 출판이나 영화상영, 각종 공연 등을 앞두고 기획사에서 의도적으로 자행하는 마케팅들을 두고 이 단어를 쓸 수 있겠다.
 
이 단어가 급속히 회자되기 시작한 계기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이라는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 무렵이다. 튀겨도 너무 튀겨, 덕분에 영화 개봉 후 많은 사람들에게 두 배로 욕을 먹게 된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었다.
 
‘한류’에 대한 인식 또한 적잖이 ‘炒作化’ 된 부분이 없지 않다. 우리끼리 자행되는 부분도 있고, 중국 내 황색 언론들이 먹고 살기 위해 벌이는 경우도 있다.
 
비싸도 좋으니 괜찮은 한국식당을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그러나‘대장금’ 열풍의 경우, 조금은 다른 체감으로 다가온다. 이전에 한류의 컨텐츠가 양적인 공세로 다가가 중국인들에게 일상화된 또 하나의 소일거리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면, 이번 대장금의 열풍은 분명 ‘질적’전환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측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장금 열풍은 한국식 음식문화에 대한 선호로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못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상오


 
기존의 ‘스타’와 엮이는 지극히 말초적인 한류와는 달리, 내용적 감화를 통한 반응이라는 점이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이다.
 
여기엔 ‘오나라~’의 사운드가 있고, ‘어르신, 마마~’라는 유행어 대사의 텍스트가 있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궁중복식 등의 비주얼이 있고, 유교적 가치관과 인간관이 있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서사구조인 권선징악이 내포된 기승전결의 완벽한 스토리가 있고…….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식생활 관념인 ‘의식동원(醫食同源)’에 부합하는 먹거리에 관한 컨텐츠가 들어 있다. 이들의 오감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드리마 속에 나오는 요리 과정이나, 각 식재료의 약용기능을 설명하는 장금이의 대사를 들으며, 속으로는 질투 아닌 질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저런 일상적이며 간단한 내용을 이렇게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내다니…”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적 자산을 컨텐츠화 하는 능력이 한 사회에서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깔끔하게 구현되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너무 쉽게 보기 때문에 그런 '억하심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문화권의 정체성을 ‘물’로 보는 한, 자문화에 대한 끝모를 자위가 반복되는 한, 이런 종류의 억하심정은 계속 될 것이다.
 

▲장금이의 복장을 흉내낸 종업원 복장, 중국인들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이다     © 이상오

요즘, 중국 친구들이 비싸도 좋으니 괜찮은 한국식당을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문제는 그 많은 재중 한국 식당들 가운데, 대장금을 '빙자'하여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식당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물론 궁중요리와 관련된 한식이 ‘한정식’ 전문 식당이라야 쉽게 접목 시킬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겠지만, 굳이 ‘구절판’이나 ‘인삼 삼계탕’식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내 놓으라는 심정으로 중국인들이 물어 오는 것은 아니다. 간단한 ‘포장’만이라도 전개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
 
베이징에 한국인들이 6만 가까이 모여 사는 ‘왕징(望京)’이라는 지역을 찾아 보았다. 대략 220여 개의 한국 식당 가운데, 한정식을 내 놓을 수 있는 식당은 10% 미만. 그나마 ‘대장금’의 호기를 이용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식당은 별로 없었다.
 
한식의 약점 아닌 약점을 극복할 방안으로 활용했으면…
 
현재 대장금 마케팅으로 한-중 고객 비율이 7:3에서 4:6으로 역전된 모 식당의 경우, 대장금 드라마 이미지를 이용한 인테리어와 식기, 종업원의 복장을 바꾼 것, ‘오나라~’ 음악을 실내음악으로 틀어 놓은 것 이외에 요리 자체의 변화를 준 것은 없었다.
 
모 삼계탕 전문점의 경우도 사실 쉽게 벌일 수 있는 마케팅 호기를 넋 놓고 놓치고 있었다. 날씨도 선선해지는 마당에 ‘대장금’ 석 자만 붙여도 될 것을 말이다. 다행히도 한국 식당 가운데 가장 잘 나간다는 S식당의 경우 대장금 관련 메뉴를 따로 개발하여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마케팅은 타이밍과의 싸움이다. 장금이가 이미 제주도를 다녀와서 의녀로서 마지막 싸움을 벌이고 있는 스토리가 방영되고 있는 지금쯤이 대장금 관련 음식 마케팅을 시작할 마지노선인 것이다.
 
물론, 후난(湖南) 위성TV에서의 방영이 종영되면, 다른 방송국에서의 재방이 향후 1년간을 진행될 것이니, 유효기간이 좀 여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아젠다 싸움은 ‘선수’와 ‘선점’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영원한 한상궁님, 중국인들도 꽤나 흠모하고 있다     © 이상오

   
아마 조금 있으면, 중국식당에서 인삼과 생강을 이용한 한상궁의 요리를 빙자한 짝퉁요리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에겐 ‘대장금 관련 요리’가 맛의 문제라기 보다는 ‘재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요리 대국에서 겪는 한식의 가장 큰 고충은 ‘메뉴의 단조로움’이다. 그 나물에 그 반찬…. 중국인들이 한식을 먹어보고 내리는 공통된 결론이다. 이번 대장금 열풍과 관련된 마케팅을 통한 여러 경험치들을 쌓아, 중국내에서 한식이 갖고 있는 약점 아닌 약점을 극복할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
 
분명히 이런 대장금 열풍은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된, 후난 위성TV의 <슈퍼 여성 싱어 선발대회>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현상이다. 그 밑바탕에는 ‘한류’라는 수년간의 밑 작업이 진행된 덕이고, 또 그 한류라는 트랜디의 저변에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 늘 폭발할 것만 같은 사회적 에너지가 표출해 내는 ‘잠재력’이 바탕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대박’이다.
 
아마도 이런류의 현상은 앞으로도 몇 번 더 생길 것이다. 이런 흐름을 활용하여 어떻게 효과적인 마케팅을 벌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온전히 ‘한인’들의 몫이 될 것이고….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www.georeport.net)에서 제공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10/19 [19:0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