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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녀와 김우중 그리고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
[폴리티즌의 눈] 개똥녀에 대한 관심보다는 김우중의 금의환향 막아야
 
청년백수   기사입력  2005/06/10 [03:31]
1. 개똥녀
 
현충일 인터넷에서 최대의 이슈를 기록했던 '개똥녀사건', 3일이 지났어도 좀처럼 그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한때 검색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이만하면 가히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요, 관심 아닌가?
 
그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개를 데리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사실 그 사진이 정말 그녀인지 밝혀진바는 역시 없지만)이 또다른 네티즌에 의해 공개되자 온통 인터넷은 그녀의 신상을 궁금해하고 그녀를 욕하고 그녀를 합성하는 사진들로 넘쳐났다.
 
심지어 그녀의 잘못을 규탄하자는 범국민 촛불집회의 포스터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어제는 드디어 공중파방송(sbs, mbc) 9시 뉴스에까지 나왔다고 하니 이쯤 되면 거의 사회적 신드롬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실지로 '개똥히메'로 요즘 불리우고 있다.
 
네티즌들의 추리에 의해 그녀가 다니는 학교로 지목받은 H여대에서는 항의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되어 결국 학생처장이 학교홈페이지에다 그녀는 그 학교의 재학생이 아니라는 공식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즉 그녀에 대한 관심은 '박지성이 과연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트에 갈 수 있을까' 보다 한단계 위인 셈이다. 그게 비록 애초의 취지와 무관하게 '조롱'과 '재미'삼아 벌어지는 일이라도 말이다.
 
2. 김우중
 
한때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자신의 자서전까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며 '세계경영'을 부르짖었던 대우의 김우중 회장. 지금이야 단연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가장 존경받는 CEO가 되었지만 80년대말과 90년대초에 대학을 다녔던 학생들에게는 가장 존경받았던 기업인이 바로 그였지 않을까 싶다.. 즉 삼성과 현대의 재벌2파전이 본격화되던 그 시기에도 경영쪽을 전공하던 학생들은 이건희나 정주영이 아닌 김우중에 대한 호감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유야 상대적으로 젊었고 (이건희야 2세대 경영인이기에 당시에는 별 평가를 받지 못했다)

'세계경영'을 외치며 전세계를 누비는 그의 모습에 어떤 개척자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김우중이 실상은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10조원의 불법대출을 받아 실질적인 IMF환란의 주범이 되고 외국으로 잠적해 버리자 그에 대한 존경은 순식간에 경악과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그렇다. 그는 철저하게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로인해 투입된 공적자금(국민세금)이 물경 28조원. 국민 한 사람당(간난아기와 노인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계산해 보면 대략 60만원 정도를 떼인 셈이다. 경제활동인구만 계산한다면 1인당 약200정도 될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국가가 빚을 졌으니 200만원을 내라고 하면 선뜻 내겠는가? 실상 내고 싶어도 없어서 못낼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김우중이 오랜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복귀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아주 화려한 호화로운 컴백을 준비하고 있는 듯 싶다. 현 정치권과 어떤 교감을 거친 것인지 혹은 10조원의 불법대출이 이루어졌으면 금융-정치-경제의 정경유착이 반드시 이루어졌을터 그것을 무기로 협박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그것이 밝혀진다면 아마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만큼의 파장이 있지 않을까? 그게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구조적 모순이다.
 
한남동의 200평이 넘는 집을 짓는다고 하고 60평의 특별병실이 준비된다고도 하며 새로운 회사도 준비된다고 하니 가히 금의환향의 모습으로 컴백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가경제를 파탄에 빠뜨렸던 주요한 범법자가 말이다.
 
3. 네티즌
 
네티즌의 반응은 희한하게도 개똥녀에게만 몰려 있지 의외로 김우중의 이러한 컴백과 불법행위에 대해 지적하는 이가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얼마전 유승준의 다큐멘터리 방송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이 말이다.
 
일반적으로 권력과 부귀의 단맛을 본 사람들은 그것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정신수도'와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아 도를 닦던가 음지에서 노력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니, 실상 우리사회의 (권력으로 인한) 정치지도층이나 (부귀로 인한) 경제상류층은 일반적으로 도덕적으로 별로 깨끗 할리가 없다고 나는 단언한다.
 
따라서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서로 유착을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지 비난만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비난까지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단지 이것은 시스템상의 문제이며 악순환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애초의 시작이 잘못된 것이며 끊임없이 반복되어지는 악순환은 정말 천운을 통한 변화에다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각고의 계몽과 노력을 통해서 바뀌기 전에는 너무도 힘이 든 현실인 것이다.
 
정치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항상 '개혁'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도 바로 이렇게 뿌리박혀진 잘못된 시스템 탓이며, '원래 부패했던 사람'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부패하지 않았던 사람'의 경우도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껴 곧 두손 두발들고 '함께 권력과 부귀의 단맛을 향유'하던가 혹은 '분열'하던가의 반복을 하는 것 같다. 즉 우리의 근대사는 "보수는 부패하고 진보는 분열한다"의 반복인 셈이다.
 
이야기가 좀 옆길로 빠져 버렸지만, 앞서 언급한 부패한 지도자 혹은 공무원, 부자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이익을 버리고 공익을 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며 스스로의 도덕성을 너무 과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냉정하게 보았을 때 내가 그런 상황이 되어도 그렇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다만 그들을 비난하는 이유는 나는 누리지 못한다는 일종의 자괴심도 있기에 그런듯 싶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말이다.
 
그들은 과거에 그래왔듯 미래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그것은 어지간한 사회적 혁명(무슨 내가 좌파라도 된 듯 하군)이 없고서는 고쳐지기 힘들 것이다. 실상은 이제는 그들을 탓하기에도 너무 지쳐 버렸다.
 
내가 가장 좌절 혹은 분노하는 부분은 그러한 악순환의 반복이나 그들의 행태가 아니라 바로 네티즌(대중)의 성향이다.
 
대다수 대중에 해당하는 그것도 고등교육을 받거나 혹은 받고 있는 그들의 가벼운 군중심리에 많이 실망하고 놀라고 좌절하게 된다. 도저히 바뀌기 힘든 부패한 시스템이나 혹은 잘못된 시스템이라도 대중에 의해 바뀔 수는 있다. 역사적으로 그래서 '시민혁명'이 생겼고 '4.19'가 있었으며 '5.18'이 있었다. 결국은 제도의 개혁은 지도자에 의한 것이지만 그 단초는 분노한 대중들에게서 제공된다.
 
그런데 현재의 시민과 감시자에 해당하는 네티즌들은 그런 정의와 변화에 목말라하기 보다는 단말초적인 '재미'에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겪어보지 않는 것은 조롱해 버리는 '무지함'까지 더해져서 말이다.
 
▲누리꾼들은 왜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개똥녀에 대한 분노보다는 우리 사회 구조적인 악에 관심을 더 두어야 하지 않을까?     © 인터넷 이미지
41조의 불법대출을 해서 국가경제를 위기에 빠트린 사람이 화려하고 호화롭게 컴백하는 것에는 침묵의 수긍을 하고, 공공장소에서 개가 실례하고 도망친 것에는 분노(조롱과 재미에 가깝지만)하는 것이 IT강국이자 인터넷이 여론을 주도한다는 우리의 일그러진 현재의 자화상이다.
 
김우중은 화려하게 컴백할 것이다. 그와 그의 돈을 받았던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개똥녀'에 대한 관심에 반에 반만 이라도 일반 네티즌들이 그에게 가졌다면 그가 현재 물어야 할 과징금이 23조원이나 이르고 그 돈이면 우리사회의 어려운 이웃이나 국가발전을 위해 어마어마한 버팀목이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대중은 우매할 뿐이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정치공론장 폴리티즌'(www.politizen.org)에서 제공한 것으로, 다른 사이트에 소개시에는 원 출처를 명기 바랍니다.    
*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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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6/10 [03: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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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길 2005/06/10 [11:52] 수정 | 삭제
  • 말했잖아. 내 생각이 수용되어 널리 확산될 수 있었던 까닭은 '천운'때문이
    아니라 거의 극단적으로 뛰어나게 타고난 내 '재능'덕분이라고. 만약 다시 하 번이라도 이런 소리가 들리면 더 이상 지구상에서는 나를 찾아볼 수 없게될 줄 알아.
  • 대학생 2005/06/10 [11:44] 수정 | 삭제
  • ...대중매체나 오락 매체등의 발달로,,
    사람들의 에너지가,,재미에로만 집중되는 시대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