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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 중학생의 '반부시 티셔츠투쟁'
"부시 비난 글 안 지우면 정학" 에 "표현의 자유 침해" 맞서
 
유만찬   기사입력  2004/12/19 [02:49]
최근 미국의 한 중학생이 학교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비난한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장본인은 델라웨어 주의 한 도시에 소재한 에버렛 메러딧(Everet Meredith) 학교 8학년인 트루츠코프스키(Truszkowski, 12)군으로, 이 학생이 지난달 19일 자신의 이복 형이 만들어준 티셔츠를 입고 등교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진짜 테러리스트는 백악관에 있다"라는 글귀가 있는 티셔프를 입고 등교한 트루츠코프스키(Truszkowski, 12)군     © www.delawareonline.com
앞쪽에는 “진짜 테러리스트는 백악관에 있다(The Real Terrorist Is In The White House)”, 뒤쪽에는 “포악한 정치를 중단하라(End the Tyranny)”라는 글씨가 적힌 티셔츠였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델라웨어주의 신문 <뉴 저널>(New Journal)에 따르면,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지난달 19일 이후에도 한번 더 그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고,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교장실로 불려갔다. 그리고 학교 당국으로부터, 학교에서는 다른 옷을 입거나, 티셔츠에 적힌 글을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이를 거절하면 정학처분 시킨다는 통보를 받았다.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지난달 말 진보적 인터넷 언론 <더 프로그래시브>(The Progressive)’와 가진 인터뷰에서 “티셔츠를 학교에 입고 갔을 때, 학교 당국은 문구를 가리라고 지시했지만, 거절했어요”라고 밝혔다.
 
학교 당국은 델라웨어 주법과 에버렛 메러딧 학교가 속한 ‘어포퀴니밍크(Appoquinimink)’ 학군의 복장 규칙 등을 근거로, 그 티셔츠는 교육과정에 ‘혼란’을 주며, ‘온당치 못한’ 복장이므로, 옷에 적힌 문구를 지우거나 가리지 않는다면 정학시키겠다고 통보했다는 것.
 
델라웨어 주법에 의하면, 공립학교의 위원회는 ‘질서와 규율’을 세우기 위해, 복장 규칙을 제정하고 강제하거나, 학생복을 통일시키도록 할 수 있다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 ‘어포퀴니밍크’ 학군의 복장 규칙은 △교육과정을 혼란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복장△불법적인 내용을 홍보, 찬양, 상징하는 복장△저질적인 문구나 불경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는 복장△폭력 또는 범죄행위를 찬양하는 복장 등을 금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그 티셔츠가 불경스럽거나 폭력적인 게 아니며, 따라서 학교의 복장 규칙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는 또 학교당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나는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히기 위해 그 티셔츠를 입었으며, 학교 당국은 내 의견을 밝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특히 교장의 대응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장은 트루츠코프스키 군에게 “너는 학교를 둘로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네가 정작 입어야 할 것은 ‘나는 테러리스트이다’라는 글자가 적힌 티셔츠”라고 조롱했다고 한다.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또 교장이 티셔츠 문제와 관련, 사적인 이해관계를 결부시켰다고 말했다. 교장은 자신의 아들과 조카가 이라크에 파병돼 있어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대해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저는 그들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라크에 파병된 이유마저 존중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트루츠코프스키 군은 자신의 행동이 그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가르침에 따른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당당히 맞서라’는 가르침이다.
 
그의 어머니 캐런 파이저(Karen Piser) 씨 역시 아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캐런 파이저 씨는 “나는 학교 당국이 내 아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 티셔츠에는 어떠한 부정한 언어도 적혀 있지 않다. 누구나 자식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가르쳐야 한다. 표현은 곧 개인의 신념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트루츠코프스키의 티셔츠 사건은 미국의 인권단체와 법정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루츠코프스키 군에게 문제의 티셔츠를 만들어 준 이복 형 댄 이스터우드 군(18)은 “나는 부시의 정책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그가 미국을 곤두박질시키려는 오만한 멍청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 티셔츠를 만들었다”며, 학교 당국의 부당한 권리침해를 알리기 위해 델라웨어 시민자유연맹과 접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루츠코프스키 군도 “4학년생이든, 5학년생이든, 앞으로 학생이 될 어린이든 누구나 제재를 받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길 원한다”며 학교 당국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법정 투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더 프로그래시브>는 트루츠코프스키 군에 대한 학교 당국의 처분을 ‘새로운 매카시즘’으로 간주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의 ‘매카시즘 워치(McCarthyism Watch)’난을 통해 ‘티셔츠 사건’을 알리고 있다.
 
한편 에버렛 메러딧 학교의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라크 전쟁은 침략전쟁”-“미군 파병은 정당한 선택”, “교칙의 행동 규정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 “정치적인 복장은 학교 환경에 부적합” 등으로, 이번 티셔츠 사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www.georeport.net)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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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19 [02: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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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음 2004/12/19 [12:05] 수정 | 삭제
  • 이렇게 써 논 티셔츠 입고 다니면 노빠들이 먼저 설치고 다닐 건데 우리나라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