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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이제는 침묵하십시오!
국보법 폐지 촉구했던 추기경의 바뀐 현실인식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4/09/14 [11:35]
김수환 추기경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13일 "국보법 폐지는 아직 시기상조지만 개정은 필요하다"고 국보법 폐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김 추기경은 이날 오전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위와 같이 밝히고 "일부 언론에서 내가 국보법 폐지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은 본인의 뜻과 달리 전달된 것"이라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진영 비서실장도 "김 추기경이‘내 뜻과 달리 전해졌다’고 말했다"고 확인했다.
 김 추기경은 "젊은 신부들이 국보법 폐지에 힘이 돼달라고 할 때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고, 명단에 고문으로 넣겠다고 했을 때 빼라고 했는데 의지와는 달리 그대로 뒀다"고 말했다는 게 한나라당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 추기경은 또 이날 "(국보법 논란으로) 나라가 분열되고 편가르기가 되는 '남남분열'이 큰 걱정"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게 남남분열이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한나라당이 전했다.

 
위의 기사가 잘 보여주는 것처럼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논쟁을 바라보는 추기경의 시선은 균형을 잃은 듯이 보인다. 국가보안법 자체에 대한 추기경의 생각이 어떤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기경은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논쟁을 나라가 분열되고 편가르기가 되는 '남남분열'로 인식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지난 70년대 이땅의 양심, 그리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였건만 이제 달라진 그의 현실인식에 어리둥절 하기만 한다.     © 뉴스툰
추기경의 현실인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추기경은 "북한이 원하는 게 남남분열이 아닌가"라고 갈파하여 국보법 폐지와 관련한 일체의 논란을 이적행위로 둔갑시키는 신통력을 보여준다.

 
물론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으며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과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짐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추기경의 염려처럼 '국론 분열'이나 '혼란'으로 치부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논쟁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민주주의의 본령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권장할만한 일이다. 따라서 추기경의 염려는 단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또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은 불과 몇 해전 국민의 정부 시기에 수차례에 걸쳐 국보법 폐지를 촉구했던 본인의 행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국보법 폐지에 대한 추기경의 생각이 수년 사이에 급변한 이유를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국민의 정부 시기와 비교하여 현재 남북관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거나 북한의 대남적화 야욕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 본 기억이 없다. 또한 남한 내에 북한에서 남파한 간첩들이 대거 암약하고 있다거나 반국가단체들이 대거 구성되어 반국가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금시초문이다.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주사파가 남한 사회 주요부문을 장악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한국논단이나 월간조선 등지에서 어렴풋이 본 것 같은데 이런 기사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이나 대검 공안부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겠는가!
 
추기경의 정치적 지향과 특정정당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에 대해서는 추기경의 전적인 자유일 뿐만 아니라 알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국보법 폐지를 바라보는 추기경의 인식은 최소한의 객관성과 균형감각도 상실한 듯 싶어 심히 안타깝다.
 
혹시 추기경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의 냉전의식과 남북대결 의식에 갇혀 박제(剝製)화 된 현실인식을 가지고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옛 선현들은 연치(年齒)가 늘어갈수록 스스로 삼가며 자신을 성찰하고 외부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여 왔다. "요즘은 인터넷을 보지 않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는 김수환 추기경이 진정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닐까? / 편집위원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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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14 [11: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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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심원 2004/09/21 [09:58] 수정 | 삭제
  • 살만큼 살았으니 더 이상 추악해지기 전에
    한때 좋았던 당신에 대한 추억마저 사그라지기 전에
    제발 떠나십시요........
  • 나그네 2004/09/16 [18:58] 수정 | 삭제
  • 아무래도....김 추기경은 이제 최소한 정치에서는 입을 닫아야 할 때라고 본다..어차피 종교인들은 그 본질이 보수가 아닌가..기대를 말자!!
  • 니나 침묵해라 2004/09/16 [04:27] 수정 | 삭제
  • 편집위원의 삶은 퍽이나 일관성이 있겠다.
  • 인중이 2004/09/15 [15:35] 수정 | 삭제
  • 인중이 긴 사람이라 명줄이 길 줄 알았다만,
    나이드니 맛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네.
    종교(카도릭)가 시대의 양심으로 바른 소리 하는 줄 알았더니
    역시 개독교의 본체를 들어내고 기득권자의 논리로 가네...

    이젠 이 땅을 떠나 그대가 모시는 하늘로 가서
    그대의 님늘 영접하시라.
    보안법의 희생물로 전락하여 저승을 통곡하며 떠도는
    원혼들의 실체를 만나보시라 제발...
  • 예외석 2004/09/15 [09:26] 수정 | 삭제
  • 이 언론은 이렇게 저 언론은 저렇게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자기들이 편리한대로 편집하고 각색하는 것은 웬일인가...
    전여옥이 거짓말 한 것을 언론사에서 대서특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린가...무엇이 진실이란 말인가...
    도대체 국민들과 네티즌들을 왜 이다지도 헷갈리게 하는 것인가...
    균형을 잃은것은 정작 인터넷 언론들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 다름 2004/09/14 [17:01] 수정 | 삭제
  • 신앙이 동일한것도, 존경하지도 않습니다만
    더불어 당신을 비난해 본적도 추앙해본적도 없는 그야말로 종교계 지도자로만 보아왔습니다..그런데 어느때부턴가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하시는데
    그냥 조용히 중심잡고 계시는것이 그나마 어른 다운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역사 바로 세우는 작업이 한창인 때에..뭐가 그리 떳떳 하신지
  • 목각인형 2004/09/14 [14:26] 수정 | 삭제
  • 김추기경의 기회주의적 태도는 이제 식상한지 오래인데 언론에서 자꾸만 그를 원로대접하면서 이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수구세력에게 이용될 것없이 빨랑 뒤져야할 인간이져
  • 이동훈 2004/09/14 [13:51] 수정 | 삭제
  • 혹시 자기애에 빠진 것은 아니신지? 은퇴 후 머물고 계신, 그 고요한 가톨릭대 교정에서 본인의 자의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부디 묵상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