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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땅부자, 가난한 샐러리맨 분리하라
[주장] 땅부자 불로소득은 과세 노력소득은 감세, 재산세 논쟁 끝장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4/08/16 [20:16]
재산세 파동논쟁의 본질은 무엇인가
 
강남구의 재산세 감면결의로 촉발된 재산세 파동논쟁이 점점 확산되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사는 강남구가 재산세 인하를 결의하는 마당에 우리만 인상된 재산세를 낼 수 없다는 여러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재산세 파동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의 재산세 인상율이 과도하고 지나치게 급격하다는 주장부터 지방자치에 대한 옹호와 회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실증적 사례가 증명하는 것처럼 현재의 재산세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담세율이 지나치게 낮아서 보유세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강남 등지의 수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들의 재산세가 중형자동자세 보다 적은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따라서 건물분 재산세 산정방법을 면적기준에서 '시가'가 반영된 국세청 기준시가에 의한 가감산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총론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산세 현실화 방침이 일부 지자체들의 격렬한 저항에 봉착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이 순전히 일부 지자체와 그 구성원들의 끝간데 없는 탐욕과 공동체 의식 결핍에만 있는 것일까? 작금의 사태를 단순히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모르쇠하는 일부 지역 거주자들의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이유도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작금의 사태를 그렇게만 이해하는 것은 본질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는 피상적 이해에 불과하다.
 
최근 「프레시안」기사를 보면 현금의 재산세 파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16일 재정경제부가 집계한 <연도별 조세부담률 및 국민부담률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부담률은 세금 1백47조8천억원외에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등 간접적인 조세성격이 짙은 사회보장기여금 35조9천억원 등 도합 1백83조7천억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7백21조3천억원의 25.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 4천7백92만5천명으로 나눌 경우 1인당 3백83만3천원으로 전년에 비해 금액으로는 9.4%, GDP대비 비율로는 1.1%포인트 각각 증가한 것이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비해선 무려 금액으로는 74.1%, 비율로는 4.4%포인트 각각 늘어난 수치다.
 
이를 또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2천2백91만6천명을 기준으로 나눌 경우 국민부담금은 8백1만6천원으로 전년의 7백30만원에 비해 9.8% 늘어난 것으로, 경제일선에서 일을 하며 세금을 내고 있는 샐러리맨 등의 부담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기사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외환위기 이후 세금에 대한 1인당 국민부담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그 상승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더욱이 경제일선에서 일하며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근로자들에 대한 세부담은 한층 무거워서 근로자들의 삶을 매우 고단하게 하고 있다.
 
생각해보건대 강남구를 필두로 하여 서초·송파·강동·양천구 등의 이른바 '부자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소유자들 가운데 대토지소유자와 다가구소유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역시 대다수는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한 채 정도만 소유하고 있는 샐러리맨들일 것이다.
 
물론 이들은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자신들이 소유한 집값이 2배 내지 3배 상승하는 경험을 하였고, 이는 엄청난 자산의 증가로 이어졌음이 사실이다. 누차 설명한 바와 같이 이와 같은 자산가치의 증가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전적인 기여임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난 얼굴로 재산세 인상에 항의하는 이들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부의 조세제도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 및 불로소득의 환수를 위해서 보유세(재산세와 종토세 등)  세율을 높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세율 인상을 통해서 늘어나는 세수(稅收)만큼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소득(법인세와 소득세 등)에 대한 감세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다.
 
세금 부담이 느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이는 부자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하물며 부자들도 이럴진대 재산이라고 해봐야 집 한채가 대부분인 샐러리맨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강남구 등의 부자동네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부자인 것은 아니다.
 
지금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는 재산세 파동의 본질은 이와 같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조세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교정하지 않은 채 재산세 파동에 접근하는 것은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기까지 하다.
 
보유세는 높이고 소득세는 낮추자
 
불로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감세를 하는 것이 경제적 정의와 효율에 부합한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불로소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그중에서도 토지를 소유함에 따른 소득임은 새삼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지난 20년 동안 전국의 지가는 개발 등의 원인으로 10배 상승했고 대략 1000조원이 넘는 개발 이익이 일부 토지소유자들에게로 흘러들어갔다.
 
작년 국내 총생산(GDP)이 720조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토지소유자들이 수취하는 불로소득이 얼마나 큰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김태동은 최근 3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소 500조원의 불로소득이 생겼고 그러한 불로소득의 대부분이 50만명 정도의 주택·땅 소유자에게 집중됐다고 말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통계들이 생생하게 증명하듯이 부동산, 그 중에서도 토지를 소유함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정부가 보유세를 통하여 단계적으로 환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때 정부에서 보유세 인상과 반드시 병행해야 할 조치가 바로 노력소득(법인세, 소득세 등)에 대한 감세조치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재산세, 종토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는 3조4919억원 정도인데 이는 1백47조8천억원에 달하는 세금 가운데 불과 2.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2001년 전국의 부가가치세 수입은 약 26조원이고, 지대총액은 약 5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예만 보더라도 정부에서 보유세를 인상하는 만큼 노력소득에 대한 감세를 취할 여지는 대단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에서 부동산보유세를 현실화시켜 나가고 이를 조세의 근간으로 삼는다면 이는 부동산 투기의 매력을 상실케 하여 투기를 근절시킬 것이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 안정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높은 수익을 노리고 시중에 떠돌고 있는 약 300조에 달하는 부동자금을 생산부분에 대한 투자로 돌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부동산 보유세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각종 재화나 서비스에 부과되는 간접세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상품과 용역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노력소득에 대한 감세조치가 취해지면 이는 자연스럽게 구매력을 신장시켜 현재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소비를 진작시킬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정부에서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노력소득에 대한 세금은 낮추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의 조세체계의 정비만이 재산세 인상에 격분하고 있는 샐러리맨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사방으로 번져가고 있는 재산세 파동을 종식시킬 수 있는 첩경일 것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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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8/16 [20: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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