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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교회개혁,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한국교회 개혁 제안1] 신학교 정리, 목회자에 대한 명확한 의무부터
 
류상태   기사입력  2010/06/30 [13:31]
우리나라 개신교회는 백여년의 길지 않은 역사에서 양적으로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속성장을 했지만 내부갈등으로 백여개의 교파로 갈라져 있을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갈등까지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치부의 한가운데는 타문화와 공존하지 못하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교리 문제와 함께 목회자의 자질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개신교회가 교리적 독선을 극복하는 것과 함께 직업목회자들의 전횡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격미달의 목회자들에 의해 교회가 유린당하는 현실을 타개하고 합리적 신앙과 열린 신학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되리라고 믿기에,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로 지난 25년 동안 고민하며 정리해왔던 개신교 교회개혁안을 서너 차례에 걸쳐 기고하고자 합니다.

1. 난립한 신학교를 대폭 정리하라

개신교회는 해방 후 장로교에서 ‘고신’(고려신학교가 중심이 된 교단)이 분리되어 나간 후, 기독교장로회와 예수교장로회의 분열, 이어 예수교장로회에서 ‘통합’과 ‘합동’의 분열을 거쳐, ‘합동’은 100개가 넘는 교파로 다시 갈라져 교파마다 자체 신학교를 세우고 교역자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1994년에 발행된 홍일권 저 <세계기독교정보(330선)>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에서 장로교는 128개의 교파로 분열되었으며, 약 400개의 신학교 간판 밑에서 양성되는 졸업생 수는 매년 15,000명을 돌파했습니다. 비교적 오래된 자료이기에 작금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개신교회의 목회자 자질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학교가 난립하여 자격 미달의 교역자를 쏟아내는 현실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목회자양성과정을 제대로 이수하려면, 학부 4년, 신학대학원 3년, 실습과정 2년 등 고교 졸업 후 9년의 과정을 마치고 목사고시에 합격해야 합니다. 이 과정만 제대로 지켜져도 어느 정도 자격미달목회자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에는 목회자 양성과정이 너무 많으며, 제대로 과정을 밟지 않고 목사가 될 수 있는 편법 과정도 많습니다. 심지어 학부과정조차 제대로 밟지 않고 대충 1~2년의 속성과정으로 목사안수를 주는 무책임한 교단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제도교단이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규과정의 신학교라 하더라도 교회 현실을 고려하여 적정한 선에서 목회자 수급문제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공급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회자를 양산하는 것은 대량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무책임한 일이며, 한국 교회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2. 목회자는 목회와 교육에 전념하고 재정과 행정에는 관여하지 말라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실질적으로 교회의 최고운영기구인 ‘당회’의 장이 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젊고 경험이 없어도 일단 담임목사로 부임하면 제도적으로 교회의 수장이 되는 셈입니다. 교회의 힘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쉬운 이런 구조는 현실적으로 목회자와 교인을 상하관계로 만들고 목회자가 독선과 아집에 쉽게 사로잡히는 토양이 되고 있기에 담임목사가 당회장을 겸임하는 현 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합니다.

가능하면 교회 행정과 재정은 교회급여를 받지 않는 교인들이 전적으로 맡고, 담임목사를 비롯하여 모든 직업목회자들은 당회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목회자들은 행정과 재정문제에 대한 부담없이 목회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되며, 교회운영에 대한 교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목회자와 교인간의 역할 분담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교회의 민주화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목회자들이 교육활동과 목회활동에 대한 보고와 협의를 위해 당회에 참석해야 한다면 의결권은 갖지 말고 발언권만 갖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 목회자에 대한 계약제를 시행하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대부분의 우리나라 개신교회에서는 나이가 젊고 경험이 적은 사람이라도 목사안수를 받고 한 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되면 ‘당회장’이라는 직임이 주어져 교회의 방향과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게다가 ‘위임목사’가 되면 은퇴할 때까지 평생직이 되어, 후에 문제가 발생하고 교우들이 원하더라도 사임을 촉구하기 어려워집니다.

위임을 받은 담임목사가 사회범죄에 해당하는 문제를 일으키고도 여전히 위세를 행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주의 종을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가 통하는 것도 독선적인 교리와 함께 위임목사제가 가져온 폐단의 하나입니다.

담임목사위임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위임제는 목회자에게 독과 같습니다. 위임받기 전까지는 교인들을 잘 섬기며 신중하게 목회하던 담임목사가 위임을 받은 후에 서서히 변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리가 안정되니 긴장감이 사라지고 타성에 젖게 되는 것입니다. 정치계이건 경제계이건, 책임자를 세울 때는 일정 기간의 임기를 보장해 주고 후에 한번이나 두번 재신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민주사회의 상례입니다. 그러나 현재 개신교회에서 위임받은 담임목사는 거의 은퇴할 때까지 시무 보장을 받게 되며, 설교나 행정에 능한 목사의 경우, 그에게 교회권력이 집중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개신교회는 담임목사를 비롯하여 모든 직업목회자들에게 계약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현재 부목사에게 시행되고 있는 계약제를 담임목사에게도 적용하여 2~3년 단위로 재신임을 물어야 합니다. 목회를 제대로 하는 목회자라면 이 제도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정기적으로 교우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새로운 각오로 교회를 섬기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더욱 겸손하고 진실된 목회자로 사역하게 될 것입니다.

목회자계약제가 개신교회에서 정착되면 교회 안팎으로 목회자로 인한 비리나 사회문제는 대폭 줄어들고 사회로부터 존경심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4. 목회자 급여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라 

한국 개신교회에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일된 조직이 없기에 목회자간의 임금 격차가 큽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대형교회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목회자도 많습니다. 심지어 월급은 없고 교우들이 모아주는 곡식과 부업으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가난한 목회자도 적지 않습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이웃사랑을 말하기 전에, 동료들 간에 벌어지는 이런 불균형부터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개신교회는 교단별로 호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합리적으로 마련된 호봉제를 각 교단의 주도 하에 엄격하게 실시하여, 재정이 풍부한 교회의 총회 상납금을 늘리고 그 돈으로 가난한 목회자의 호봉을 지원한다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신교회에서 폭넓게 시행되고 있는 ‘원로목사제’도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한 교회에 20년 이상 목회한 담임목사가 은퇴했을 때 교우들의 존경을 담아 추대하는 명예직으로서의 원로목사제도는 의미가 있지만, 생활비를 교회가 계속 책임지는 원로목사제는 교회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교회가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데 제약을 줄 수 있으므로 더 이상 존속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목회자도 교단연금에, 혹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은퇴 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에 원로목사들이 교회의 재정지원금을 계속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목회자의 정년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정년은 55~60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 교단은 목사들의 정년을 70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사나 교수들처럼 인생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는 점을 고려하여 타 직종 종사자들보다 늦은 정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초중고 교사의 정년은 62세, 대학 교수의 정년은 대부분 65세입니다) 65세 이하로 정년을 낮추고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격월간지 <공동선> 2010년 5+6월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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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30 [13: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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