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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소통을 위한 봉축 108배’ 드리기를 권합니다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부처님 오신 날 맞아 한국 교회에 드리는 제안
 
류상태   기사입력  2010/05/12 [10:28]
저희 예수동아리교회에서는, 지난 해 5월 3일 주일예배를 화계사에서 ‘사죄의 108배’로 드렸습니다. “108배가 어떻게 주일예배가 될 수 있느냐?”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예배는 ‘교회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드려지는 예식’이 아니라 ‘하느님을 경배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도 ‘우리 몸을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 것’이 영적 예배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로마서 12:1)

부끄럽게도 서울 강남에 위치한 어느 교회 목사는 “불교를 깨부수는 선봉이 되겠다.” “절간에 성경보내기 운동을 해야 되겠다.” “스님 5만 명을 전도해서 전부 기독교 신자로 만드는 데 앞장설 거다.”라는 등의 망언을 쏟아냈습니다. 진리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이웃종교를 사탄 마귀로 규정하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에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설교가 선포되는 예배는 진정한 예배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 주류 개신교회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독선과 배타에 빠진 원시교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이른바 보수정통을 자처하는 주류교회들이 금과옥조처럼 움켜쥐는 배타적 원시교리야말로 한국 교회가 반드시 돌파해야 할 무지의 감옥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으며, 이런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이 회복되도록 행동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예배라고 믿기에, 우리 예수동아리교회는 올해도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5월 23일 주일예배를 ‘화해와 소통을 위한 봉축 108배’로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종교간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와 소통을 이루는 일은 그 동안 이웃종교에 수없이 무례를 저지른 개신교회가 반드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되기에,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정중히 제안하고자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5월 21일, 금)을 전후하여 각 교회별로 뜻을 같이 하는 교우님들이 가까운 사찰을 방문하여 협조를 구하고, 사찰의 동의와 협조가 있을 경우 부처님께 ‘화해와 소통을 위한 봉축 108배’를 드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108배를 드려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구마을 백성으로서 인류의 큰 스승으로 오신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감사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은 특정 종교의 테두리를 넘어 온 누리에 자비와 사랑으로 꽃피었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지구마을 백성으로서 역사를 통해 누려온 그 분의 은덕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마을 어르신이 생신을 맞이하셨을 때,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르신을 찾아뵙고 축하드리며 음식을 나누는 우리 옛 풍습은 너무나 아름다운 미덕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같은 진리의 길을 찾아가는 불교를 이웃으로 생각하며 그 중심에 계신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직접 찾아가 그분께 인사드리는 것 역시 지극히 당연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기독교인이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 또한 불교인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은, 교리의 눈이 아니라 합리와 상식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한 우리가 이 일을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 사회 모든 이웃들이 훈훈한 기쁨과 감동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며, 우리 하느님께서도 자매형제된 종교인들이 서로 화해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시고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2. 기독교인으로서 그 동안 기독교가 이웃종교인 불교에 저지른 무례에 대해 행동으로 사죄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기독교는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잘못 해석하여 교리적 독선과 배타에 빠졌고 지구마을 이웃들에게 씻지 못할 죄업을 쌓았으며 지금도 사회 갈등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것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우리 주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잘못에 대해 불자님들께 정중히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사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특히 기독교인으로서 부처님께 108배를 드리는 것은, 이웃인 불자님들의 종교문화와 예식을 그대로 존중한다는 뜻을 담는 것이며, 불교와 부처님에 대한 그간의 오해와 무례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며, 기독교와 불교의 화해와 소통을 요청하는 행위이기에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3. 이 일을 계기로 종교간 대화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며,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는 기독교 뿐 아니라 세계종교인 불교와 유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종교가 비등한 세력으로 공존하면서도 큰 갈등없이 지내온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듭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불교와 유교 등 너그러운 이웃종교의 무한한 자비심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개신교회는 여전히 종교 갈등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지난 날 우리가 불교와 유교, 전통종교 등 이웃종교에 저지른 횡포와 무례는 그 사례를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 부끄러움을 언제까지 그냥 안고 가겠습니까?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여, 교우님들이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화해와 소통을 위한 봉축 108배’를 드립시다. 그리하여 그동안 우리 개신교회가 이웃에 지은 모든 허물을 씻고 이웃종교인들과 화해하고 소통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이루어 갑시다.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여, 우리 주님의 은총과,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심이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두 손 모아 빌며.

2010년 5월 12일
예수동아리교회
(http://cafe.daum.net/jsclubch)

운영위원장 김태환
담임목사 류상태
운영위원 일동 드림.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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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12 [10: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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