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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로 재미보더니 이젠 스케이트장인가
[비나리의 초록공명] 오염가득 광화문 광장 스케이트장은 미래세대 해쳐
 
우석훈   기사입력  2009/12/14 [17:07]
진짜 어지간하면 참을려고 했는데, 서울광장, 도무지 추해서 두고 볼 수가 없다. 세종대왕을 금두꺼비로 만들어놓은 것도 황당하고, 도무지 미감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70년대식 메갈로매니아 미풍의 복귀. 이것까지도 참겠다.
 
시민의 광장이 아닌 것, 그리고 겨우 하는 게 홍보용 국제스노보드 유치, 이것도 이명박 시대에 오세훈과 함께이니 다 우리가 투표 잘 못한 것, 이것까지도 참겠다. 그러나 이 자리에 스케이트장 만들겠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도저히 못 참겠다.
 
서울시의 원형이라는 파리 시청앞의 스케이트장, 한 번 가봐라. 거기는 시떼 섬 안 쪽의 조그마한 뒷길 옆의 작은 광장이고, 미세먼지를 비롯한 도심 오염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의 한적한 곳이다.
 
서울광장, 거기에서 미세먼지, 피엠텐과 이보다 더 위험한 피엠2.5, 이런 거 측정한 번 해봐라. 거기가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운동을 해도 괜찮을 곳인지, 아닌지. 
 
▲ 지난 11일 국제 스노우보드 월드컵 대회에 맞춰 개장한 광화문광장 스케이트장. (조감도)     © 서울시

어른들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그거야 다 큰 성인들이 자신의 판단과 자신의 부담 하에 위험해도 가겠다고 하는 거지만. 미세먼지니 피엠텐이니, 들어본 적도 없는 어린이들까지 정치적 세과시를 위해서 스케이트장으로 불러내겠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시민으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도저히 못 참겠다.
 
생각해봐라. 차들이 꽉 들어찬 그곳, 게다가 공사 이전보다 정체가 훨씬 늘어선 곳, 그 근처의 대형 사무실 중에 공기 청정기 갖다놓지 않은 사무실이 있는지. 그보다 더 후방으로 들어가 있는 경희궁의 아침 등 주요 주상복합들도 대기 문제 때문에 빌트인 공기 청정기를 놓은 곳들이 많다.
 
간단하게 계산해봐도, 그 광화문 사거리가 울산 현대자동차만한 오염원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대형 사거리는 어지간한 공장 하나씩의 오염 배출원인데, 서울에서는 강남역 사거리 다음으로 교통 오염도가 높은 곳이 시청앞에서 광화문까지의 거리이다. 4년 전인가, 서울환경운동연합과 같이 측정해 본 것으로는 시청앞보다 열린광장이 조금 사정이 나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시청앞보다 광화문 광장 오염도가 더 높을 것 같다.
 
미세먼지 측정기는, 세종대왕상 바로 앞에 설치해라. 그리고 실시간으로 피엠텐과 피엠2.5 그리고 휘발성유기화합물 몇 종류를 전광판에 보여줘라.
 
누가 무서워서 그 광화문 광장에 나오겠는가?
 
그리고 그걸 보고도 자기 아이를 광화문 광장의 스케이트장에 보낼 부모가 있겠는가? 다른 건 다 참겠고, 추한 것도 참고, 시위 막는 것도 참겠다. 그러나 광화문 광장의 스케이트장은, 그건 정말 안된다.
 
나한테 만약 4대강과 광화문 스케이트장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스케이트장을 선택하겠다. 그만큼 다음 세대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누가 봐도 보건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광화문 광장의 스케이트장, 그건 정말 안된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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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2/14 [17: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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