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호의 시민경제 찾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임태희 의원은 한나라당 부동산 정책위의장인가?
[진단] 판교와 은평뉴타운 쇼크의 원인은 모두 고분양가
 
홍헌호   기사입력  2008/08/20 [19:12]
20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기자간담회 기사를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몇 자 적고자 한다.

[임태희] “분양가 상한제는 양면성이 있다. 과도하게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붙잡는 측면이 있지만 판교 같은 데서는 오히려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서 투기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수급이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지역에서는 엄청나게 집값을 부추길 요인이 있으니 (상한제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걸로) 보완하는 걸로 해야 한다.”

정말 어이없는 발언이다. 이 발언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다고 보는가. 우선 먼저 분양가 상한제가 “과도하게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붙잡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는데 이 제도가 그런 기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축주택 분양가는 일차적으로 주식시장에서의 대장주와 같은 역할을 한다. 주식시장에서  대장주는 관련 테마를 형성하며 중소형주들의 가격의 향방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대장주의 가격상승율이 과도하게 높으면 중소형주도 그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신축주택 분양가의 이런 파급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임의원은 어이없게도 판교를 운운하며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은평뉴타운 쇼크의 원인은 고분양가 

임 의원과 같이 부동산 정책에 대하여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분양가 상한제의 필요성을 보다 쉽게 이해하려면 2006년 하반기 수도권을 강타했던 “은평뉴타운 쇼크”의 파급효과를 추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원래 은평뉴타운 지역은 서울의 외곽지역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뉴타운 개발의 선정기준으로 ‘주택의 노후상태’등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은평구와 같은 소외지역이 투기꾼들의 관심을 끌었고, 더불어 뉴타운 지정 후 토지보상금이 과다하게 책정됨으로써 뉴타운 분양가가 매우 높게 설정될 것임을 예고했다.

더구나 뉴타운개발사업은 기존의 재개발사업과 달리 도시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비중을 둠으로써 개발비용 자체를 높이고 더불어 분양가를 높이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은평 뉴타운의 분양가가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은평 뉴타운과 유사하게 낙후된 서울 강북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기도와 인천을 수도권 정책를 부동산 투기열풍으로 몰아 넣었다.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매우 불행하게도 은평뉴타운이 수도권 낙후지역의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이다.

판교 쇼크의 원인도 고분양가.

이와 유사한 현상은 판교에서도 나타났다. 애초에 판교를 분당과 같은 밀도로 개발했더라면 판교의 분양가가 그렇게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판교는 분당보다도 인구밀도가 두 배나 낮게 쾌적하게 개발되었다.

판교가 이렇게 저밀도로 개발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판교신도시 개발을 계획하던 2000년대 초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환경단체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판교 신도시개발에 반대하거나 저밀도개발을 원했다. 서울시는 강남의 교통란을 우려했고, 경기도는 아파트 공급확대로 인한 가격하락을 우려했으며, 환경단체는 고밀도개발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판교를 쾌적한 환경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들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2001년 이후 수도권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판교의 저밀도 개발은 판교의 아파트 분양가를 엄청나게 높여 놓을 것이라는 소문을 불러 일으켰고 그 소문에 힘입어 2005년 봄철 판교 주변지역인 분당과 용인을 중심으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을 폭등시켰다.

분당과 용인을 중심으로 강남권 아파트 소유자들은 경험적으로 자신들의 아파트 가격이 조만간 탄생할 판교의 분양가에 발맞추어 가리라 믿고 있었고 그 믿음에 따라 원없이 가격을 상승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2005년 “판교 쇼크”와 2006년 “은평뉴타운 쇼크”에 충격을 받은 노무현정부는 2006년 말에 가서야 겨우겨우 ‘대장주를 잡아야 이를 따르는 소형주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1990년대에 성공한 정책을 다시 부활시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분양가 상한제’이다.

주택전매제한제도는 프리미엄 추구하는 투기열풍 냉각제

물론 임 의원처럼 부동산 정책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가 분양가가 과도한 청약열풍을 가져와서 부동산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1990년대의 경험대로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전매제한제도’를 세트로 운용하면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게 된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전매제한제도를 결합하여 7~10년 이상 주택전매제한을 하면 투기에 따른 리스크가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투기 열풍”이 크게 냉각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임 의원은 재건축·재개발의 개발이익 환수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한나라당은 죽었다 깨어나도 노무현 정부 이상의 재건축·재개발의 개발이익 환수방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의 대책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직접적인 재건축·재개발의 개발이익 환수가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의원은 또 양도소득세 완화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 또한 어이없는 것이다. 1세대 1주택 소유자가 텐트에서 살려고 집을 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1주택 팔고 1주택 사야 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완화로 인한 공급확대효과는 거의 없다. 오히려 양도소득세 완화는 주택구입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여 놓음으로써 투기매수세만 자극하게 될  것이다.

임 의원은 또 주택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이것 또한 어이없는 것이다. 강남의 주택가격이 안정세로 가고 있는데 강남의 공급부족을 걱정하여 강남의 재건축 규제를 푼다는 것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향후 주택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투기열풍 수반 없이도 얼마든지 공급확대 가능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20일 임 의원이 내놓은 여러 주장에는 도무지 논리적인 정합성이 없다. 여당의 정책위 의장이 이런 식이면 정말 곤란하다. 일국의 경제정책을 선무당 사람 잡듯이 함부로 난도질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임 의원에게 충고한다. 경제정책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치명적인 오류와 실책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8/08/20 [19:1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