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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의원, 조세정의가 무언지나 아시나?
[시론] 종부세 감세안 제출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을 비판한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8/07/23 [09:41]
18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종부세 감세안을 제출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서초 갑)의 활약에 자극받은 탓인가?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강남 갑)이 22일 종부세를 대폭 후퇴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종구 의원과 이혜훈 의원은 종부세 무력화의 쌍두마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종구 의원이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고, 종부세 부담 상한선을 현행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합계액의 3배에서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며, 주택분 종부세 과세 방법을 가구별 합산이 아닌 개인별 합산으로 변경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종합소득 3600만원 이하인 60세 이상 1가구 1주택 소유자로서 주택의 공시가격이 15억원 이하인 경우 종부세를 면제토록 하는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는 사실이다.
 
이종구 의원이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앞서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이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 부과 대상 가운데 1가구 1주택자는 면세하고 주택분 종부세 부과 방식을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합산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종부세는 사실상 형해화되는 마당인데 이종구 의원은 여기에 더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세 부담 상한선을 축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쯤되면 이혜훈 의원과 이종구 의원을 종부세 무력화를 위한 환상의 복싱조라고 칭해도 모자람이 없겠다.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다
 
먼저 이종구 의원은 종부세를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는 성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금폭탄' 운운하면서 주택분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소득이 많지 않은 고령자에 대한 면세조항을 신설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다. 종부세는 개인이나 법인이 사회와 공공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혜택과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사용요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종부세의 과세기준을 높이거나 소득이 높지 않은 고령자에 대해 종부세를 면세하겠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종부세 과세기준을 지금보다 낮추고 소득이 높지 않은 고령자에 대해서는 납부유예제를 실시하는 것이 옳다. 참고로 이 의원이 세금폭탄 운운했던 종부세의 공시가격별 실효세율은 6억원 0.24%, 7억원 0.34%, 8억원 0.40%에 불과하다.
 
세대별 합산을 인별합산으로 전환하면 종부세 유명무실
 
이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 가운데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을 인별 과세로 전환하자는 대목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모두 37만9000명이었다. 이 중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공시가격 6억~12억 원 주택을 보유한 세대는 30만5000세대였다.
 
만약 종부세를 현행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꿀 경우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격감하게 된다. 여러 명의 세대 구성원 명의로 된 주택은 합산되지 않는데다, 부부 공동 명의로 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6억원 미만의 주택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자동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단독 명의로 고가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부부 공동 명의 혹은 세대원 공동 명의로 바꾸면 손쉽게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배우자 증여 방식으로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 6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명의 변경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다.
 
한편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세대조차 부부 공동 명의로 변경할 경우 종부세 부담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3명 이상의 세대원 명의로 변경할 경우는 아예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이 넘는 주택은 7만4000세대였다.
 
결국 종부세 부과 방식을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꾸면 종부세의 본래의 목적('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종부세 후퇴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조세정의 실현이라고?
 
이종구 의원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세금폭탄으로부터 중산층을 보호하고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에서 살핀 것처럼 종부세는 결코 세금폭탄이 아니며 이 의원이 생각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조세정의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의원의 주장은 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무릇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조세정의란 노력소득을 감면하고 불로소득에 대해서 과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최적의 수단이다. 이종구 의원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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