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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정동영의 ‘레토릭이 된 진보’
[반론]김상조 교수의 ‘재벌 개혁하는 대통령이 진짜 경제대통령’을 읽고
 
안일규   기사입력  2007/11/27 [23:24]
이 글은 <프레시안>, <레디앙>에 게재된 김상조 교수의 “재벌 개혁하는 대통령이 진짜 ‘경제 대통령’”에 대한 반론입니다. 필자는 <대자보> 정치부 객원기자로 그동안 문국현 후보에 대해 ‘신자유주의자’로 규정해왔고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글을 쓴 적이 없지만 ‘좌회전은 레토릭’이란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상조 교수의 주장과 대치되며 김상조 교수의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 글쓴이 주.

필자는 일개 객원기자로 김상조 교수의 글을 재밌게 읽었으며 김 교수가 나보다 훨씬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문 후보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구’자유주의자라 강조하는 모습에서 필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좌회전, 우회전이 모두 가능한 정동영에 대해서는 좌회전은 레토릭이라고 생각해 온 필자는 동의할 수 없어 이 글을 쓴다.
 
문국현의 반신자유주의는 ‘말’ 뿐
 
문 후보가 신자유주의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아는가. 대표적으로 문 후보가 신자유주의을 거론하는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 ‘신자유주의는 천민자본주의’, ‘(대선 주자들을 향해)아직도 많은 분들은 신자유주의의 함정에 빠져서 비정규직, 청년실업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고 있다’, ‘(특히 정동영을 향해)자신도 모르게 신자유주의에 물들었다’ 이런 수준의 반신자유주의 발언은 ‘대본’과 다를 바 없고 타 대선주자들을 공격하는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흔히 그렇듯 신자유주의자들은 반신자유주의자들에게 ‘대안’을 내놓으라 한다. 지금의 민주노동당 역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라고 공격받는다. 그럼 문 후보에게도 반신자유주의에 대해 내놓는 대안이 무엇인지 보면 되겠다. 그런데 문 후보의 대안(해법)은 ‘경악’ 그 자체다.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과 교직 전면개방-경쟁, 국가 재창조, 한미FTA, 한EU FTA 찬성, 다기능 노동자 육성과 순환업무배치로 대표되는 ‘기능적 유연화’, 성장 강조(경제성장률 8%), 경제는 작은정부, 의료와 교육시장 개방, 언론시장 개방, 규제완화, 감세론, 시장의 전문가에 공직 임명
 
위에 정리한 바대로 그가 해법이라고 외치는 내용들이다. 위 내용들은 모두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이러고도 문 후보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구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없다.
 
정말로 문 후보가 반신자유주의라면 한미FTA에 대해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한미FTA가 한국의 법과 제도를 모두 신자유주의제도로 바꿔버림으로써(신자유주의 제도를 영구화 정착시킴으로써) 시장이면 다된다는 시장만능주의 세계, 그럼으로써 양극화를 반영구적으로 정착(제도화)시키고 진정한 민주주의는 없다”
 
그런데 문 후보는 한미FTA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가. “일본과 중국에 비해 미국시장을 먼저 선점한다”와 양극화를 막을 마지막 보루인 “의료·교육시장 개방 못해 아쉽다”라고 한다. 한 술 더 떠 한·EU FTA에 대해서는 “갈수록 우리가 유리해지는 협상”이라 말하며 노 정권과 다를 바 없는 인식이다. 한미FTA로 인해 들어오는 신자유주의를 정착시키는 법과 제도들은 문국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공기업 민영화는 이명박 후보의 공약과 다를 바 없으며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언론개혁에 대해 ‘언론 시장 개방하면 다 된다’는 시장을 개방하면 다 된다는 지극한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보여줬다.
 
그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와 공통적으로 ‘CEO 대통령론’을 꺼내들어 오늘날 신자유주의자들과 신보수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을 주창한다. 시장 지향이며 해외투기자본 지향, 정치에 대해 부정적이며 반정치적 태도,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CEO 대통령론’을 자신을 반신자유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이 주장한다니 난감 그 자체다. 
 
그럼 왜 문국현이 반신자유주의를 꺼냈나?
 
필자는 문 후보가 신자유주의를 모른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를 이용한 그의 타 주자 공격성 발언과 반신자유주의를 외치면서 스스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내놓는다. 한미FTA로 인해 일어날 신자유주의의 정착, 제도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혹자들은 질문할 것이다. “왜 문국현이 반신자유주의란 말을 합니까?”라고 말이다.
 
필자는 이른바 부동층의 다수가 28%의 진보개혁진영에 있다고 말한다. (28%는 국민의 35%가 진보라는 여론조사의 기준에 따라 7% 정도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을 뺀 수치) 그들을 대변할 정당은 없다. 얼마 전 <프레시앙>이 된 임종인 의원이 만들고자 했던 정당, 아니 지금 만들고자 하는 정당이 이 28%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지금종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의 말대로 하자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며 필자는 이들을 ‘중도 진보’ 성향이라고 한다.
 
그럼 대선에서 어느 정도 하고자 한다면 이 ‘중도 진보’ 성향을 잡으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들을 포섭했기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의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나 이회창 후보의 공약이었던 법인세 2% 인하 반대였던 것들이 중도 진보 성향을 잡기 위한 것들 중 하나였다.
 
그럼 이들을 잡을 말들은 무엇인가? ‘반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이다. 그래서 문 후보가 ‘반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을 내건 게 언제였는가를 살펴봤다. 놀라운 사실인데 대선 출마 선언한 날이 첫 날이었다. 그 전 문 후보가 한미FTA에 대한 강연이나 언론과 인터뷰, 보도 등의 자료를 살펴보아도 그의 입에서 ‘반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이 나온 걸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이 전략은 누구에게서 나왔는가. 바로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문국현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김헌태와 고원이다. 그들은 여론조사 전문가로 어느 누구보다도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할 전략, 단어 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문 후보가 중간에 탑승하는 만큼 문 후보를 단기간에 급속도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의 유한킴벌리 경력을 상품화하는 것과 부동층을 잡는 것이다. 그 부동층에는 ‘중도 진보’를 잡는 것인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리고 이것을 꼭 짚어두자. 김상조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권영길 후보에 못지않게 비판적이라고 했다. 정말로 권영길 후보처럼 비판적이라면 신자유주의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 문 후보가 권 후보처럼 비판적이었는가? 오히려 찬성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표 케이스 중 하나인 의료, 교육, 언론시장 개방에 어떤가? 권영길 후보는 명확히 반대한다. 문 후보는? 찬성한다. 김상조 교수는 치명적인 오류를 하고 있다. 필자는 방금 두 가지 예만 들었지만 두 가지만이 아니라 위에서 문 후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13개나 나열했다.
 
그리고 문 후보의 발언 시기에 대해 분석해보았는가? ‘제대로 된’ 반신자유주의자 권영길 후보는 매일, 어디가든 반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문 후보는 어떤가? 출마 전엔 ‘반신자유주의’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출마부터 지지율이 한참 올라갈 때까지 열심히 거론했다. 그렇게 일부 여론조사에서 8%, 12%에 돌파할 때 문 후보의 입에서 ‘반신자유주의’란 말은 들을 수 없다. 그러다 이회창 출마 등이 겹치면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심지어 4%대까지 나오니 그는 다시 ‘반신자유주의’를 꺼냈다. 그 때 그의 대본은 ‘신자유주의에 자기도 모르게 물든 정동영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 똑같은 말로 전파를 타더니 대선후보로 등록한 지금 시점에서 문 후보의 입에서 ‘반신자유주의’가 나오는가.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필자는 문 후보의 ‘반신자유주의’를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한다.
 
그리고 김상조 교수가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김상조 교수 스스로 글에서 권영길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을 평가하면서 “또한 공기업 민영화 및 공공부문의 상업화 등 신자유주의 흐름에 반대하고”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고도 김상조 교수는 문 후보에게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구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지 말이다.
 
문 후보의 재벌개혁?
 
김상조 교수의 글은 재벌 개혁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문 후보의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겠다. 김상조 교수는 문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 의견서의 집대성’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역설적으로 생각해서 ‘자기 철학이 없다는 것’으로 본다. 문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은 김상조 교수의 말대로 시민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정치 철학’이 없으면 제대로 정치를 못하듯이 재벌개혁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없으면 제대로 된 재벌개혁을 할 수 없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김영삼의 대북정책이 왜 냉온탕으로 갔는지 아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대한 ‘정치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되게 권 후보는 김상조 교수가 말했듯이 ‘기업집단법’, ‘노사공동결정제도’ 도입 등 어느 누구와도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철학’이 준비되어있다. 필자는 대선출마 선언 당일 김헌태의 말을 기억한다. “문 후보는 반재벌이다”라고 말이다. CEO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반재벌이라고 할 정도라면 보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재벌개혁론(재벌개혁 철학)’이 없다. 그저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반재벌’이란 이름이 아까울 뿐이다.
 
정동영, 우회전밖에 못해
 
정동영 후보는 김상조 교수의 지적대로 ‘유연한 실용주의자’다. 쉽게 말해서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유시민이 ‘개혁파’를 대표했다면 정동영이 ‘중도 실용파’를 대표했고 정동영의 주장대로 열린우리당은 ‘중도 실용노선’으로 걸었다.
 
작년 5·31 지방선거 패배 후 독일에 3개월 갔다온 뒤 정동영을 기억하는가. 신중도로 간다며 90년대 독일의 사회민주당 우경화 노선을 들여왔는데 그 모습을 보며 개혁을 구상했을 거란 생각을 한 것 자체를 후회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사민당의 우경화 노선은 한 마디로 ‘한물갔다’로 표현된다. 그러더니 노무현을 좌파로 규정하고 급진개혁이 노무현 정부의 인기 하락이라고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정동영. 그의 모습은 ‘급’돌변하여 급진개혁이 현 정권의 인기하락이었다며 ‘좌파’로 규정했던 노무현을 뛰어넘어 ‘더’ 왼쪽으로 갔다. 갑자기 ‘좌파 정치인’이 되려했다. 이것 역시 필자가 위에서 말했던 28%의 ‘중도 진보’를 겨냥한 것이다. 그렇게 내놓은 것이 ‘차별없는 성장, 시장주의 반대, 약육강식과 정글자본주의 배격, 재벌개혁’이다. <경향신문>의 이대근 에디터는 이러한 정동영의 모습에 대해 ‘현란한 곡예’라 표현한 적이 있다. 표를 쫓아 단행한 ‘급격한’ 좌회전에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 “정동영이 저걸 할 수나 있겠어?”다.
 
“좌회전, 우회전 모두 가능한 정동영”이 아니라 “표 쫓아 지키지도 못할 ‘좌회전’ 감행하는 정동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끝맺으며
 
필자는 이명박, 권영길 후보에 대한 김상조 교수의 재벌개혁 정책 평가에 동의한다. 정동영, 문국현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 평가에 대해 김상조 교수가 내린 결론, 정동영은 “일관성을 상실한 경제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그래서 정동영 후보는 성공한 경제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문국현은 “이 모든 것이 다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단지 '합리적 시장'일 뿐이다. '구'자유주의자인 그는 거기서 한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결론’에 동의한다.
 
필자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전개과정이 틀렸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반론을 주장했다. 정동영은 좌회전, 우회전이 모두 가능한 게 아니라 우회전밖에 되지 않으며 오로지 표를 쫓아 지키지도 못할 지키지도 못할 좌회전을 하며 문국현 또한 표를 쫓아 반신자유주의를 외쳤지만 그의 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웠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중도 진보’라는 이른바 부동층이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르는 이른바 ‘민주 정부’ 10년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세력이 ‘중도 진보’세력이었고 민주세력의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이들의 지지가 필요했었다. 그러나 민주세력의 대선후보는 독재세력의 잔재들이 모인 보수세력의 후보와 별 다를 게 없는 지금, 언제나 민주세력을 비판적 지지를 했던 ‘중도 진보’층을 흡수하기 위해 ‘레토릭’을 쓴다. 얼마나 심했으면 일부 개혁, 진보적이라는 언론에서는 정동영 후보의 속내가 보인다고 글을 쓸 정도였다. <경향신문> 이대근 에디터의 ‘레토릭이 된 진보’가 함부로 나온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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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27 [23: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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