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호의 시민경제 찾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문국현·권영길 후보에게 제안하는 삼성 해법
장하준의 치명적인 오해 & 독일인들이 지지하는 이원적 기업지배구조
 
홍헌호   기사입력  2007/11/08 [11:08]
각종 토론회를 순회하며 장하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IMF 이후 정부의 정책들이 과도하게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로 경도되어 외국계 주주들의 국내기업들에 대한 경영권 위협이 커지자 대기업들이 단기실적에 연연하면서 장기적인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대기업 국내 대주주들에게 경영권 유지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대신 그들로부터 일자리 창출과 복지비용 분담 약속을 얻어내야 한다."
 
장교수 주장 중에서 우리 정부가 과도하게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 경도되고 있다거나 여러 경제주체들이 사회적대타협을 통해서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나도 물론 동의한다.그러나 대기업들의 투자가 최근 몇 년간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장교수 주장에는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설비투자액에 대한 1차 통계를 발표하는 기관은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이다. 그리고 다 아시다시피 산업은행은 주로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기관이고 기업은행은 주로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발표하는 대기업 설비투자액은 장교수 주장과 달리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궁금한 사람들은 산업은행의 발표자료를 직접 찾아 보시라.
 
구체적인 수치를 소개해 드리겠다. 장교수는 최근의 설비투자 둔화를 크게 우려하는데 대기업의 설비투자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GDP대비 대기업 설비투자액 비중을 보면 91~97년에 연평균 7.7%,98~02년에 4.9%,03~06년에 5.4%이다. 대기업들이 과도하게 과잉투자를 하던 1990년대 초반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대기업 설비투자 둔화가 그렇게 뚜렷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소기업 설비투자이다 GDP대비 중소기업 설비투자액 비중을 보면 91~97년에 연평균 5.7%,98~02년에 5.6%,03~06년에 3.8%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의 설비투자액 증가율은 매우 양호한 반면,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액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다보니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전체기업 설비투자액 총액 증가율 둔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의 현금보유액이 많다고 하여 그들의 설비투자 둔화가 심하다고 속단하면 곤란하다. 대기업의 현금보유액이 많은 것은 그들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가 아니고 그들이 2000년대 전세계적인 급속한 시장확대 속에서 엄청나게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1994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세계수입시장은 49.1% 확대된 반면,2000년부터 2006년까지 6년간 세계수입시장은 87.7%나 확대되었다.
 
이런 세계시장 확대 기조 속에 수출업자들 채산성 보호해준답시고 몇 년 전 경제관료들이 환율하락 방지대책까지 선물해 주니 대기업들이 넘치도록 부를 축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요컨대 장하준 교수가 정부의 과도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나 최근 대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실증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가 근간을 뒤흔드는 망국적인 삼성의 무차별적인 로비가 가져오는 폐해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을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사회는 핀란드처럼 “옆집의 소득 및 재산 변동 내역과 조세납부 내역을 속속들이 유리알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사회”이다. 그리고 유리알처럼 투명한 사회에는 불신이 없고 부패가 없고 비리가 없다. 더구나 국가투명성이 높은 나라들은 모두가 다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들이다. 한국의 재벌들이 자주 강조하는 것이 “경쟁”인데 공정한 경쟁은 “로비가 아닌 실력에 의한 경쟁”이며 이런 공정한 경쟁은 “부패와 비리와 연루된 기업비자금”과 친하지 아니한다.
 
삼성은 이건희 일가의 극히 낮은 지분율로 거대 그룹을 독재적으로 지배하게 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정치권력, 관료권력, 언론권력, 문화권력 등을 통제해 왔다. 삼성의 이런 추악한 행태가 가져오는 최대의 악영향은 국가권력의 근간인 관료권력을 부정과 비리로 얼룩지게 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영향력에 의하여 경제관료들이 청와대에 노골적으로 맞선 예는 한두 번이 아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대표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뽑고 관료로 하여금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삼성은 관료들을 막강한 금력을 활용하여 포섭하고 그들로 하여금 삼성만을 위하여 자주 국민들을 배반하도록 하였다.
 
정치권력, 관료권력, 언론권력, 문화권력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다 처음부터 부정과 비리에 익숙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초심을 지키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 일가가 주도하는 돈의 향기와 영향력은 이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삼성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기업의 지배구조 모델(의사결정구조 모델)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하에서의 이사회 중심의 일원적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하에서의 이원적 모델(이사회, 감사회의 상호 균형, 견제 모델)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하에서 미국의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에서 “1주 1권”에 의하여 선출된 이사회에 의해서 장악되고 운영된다.
 
그러나 독일의 주식회사는 미국식과는 다르다. 독일의 주식회사는 미국식과 달리 이사회와 별도로 감사회가 있는데 감사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감사회는 이사들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막강한 권한과 함께 이사회의 중요 의사결정에 동의권을 무기로 관여한다. 감사회는 행정부인 이사회를 견제하는 외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식과 달리 독일의 대기업의 감사회 구성원인 감사의 절반은 종업원들이,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주주들이 뽑도록 되어 있다.
 
독일식은 미국식에 비하여 주주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또 이사회가 막강한 권력의 감사회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이건희 일가와 같은 전횡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독일의 주식회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력은 누구일까. 그들은 막강한 전문지식과 정보력을 가진 금융기관들이다. 이들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감사의 절반을 뽑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종업원 대표들은 자신들의 대표로 감사의 절반을 보내서 금융기관과 이사회를 견제하고 통제한다.
 
물론 1990년대에 독일의 저성장과 미국의 고성장의 현격한 대비 때문에 독일에도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적 요소 중 일부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독일은 이런 이해관계자형 기업지배구조의 근간을 그대로 유지해 왔고 2000년대 경기회복 속에서 독일인들은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식 기업지배구조를 한국의 삼성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삼성전자의 기업지배구조를 독일식으로 전환한다면 삼성전자의 의사결정구조는 감사회와 이사회로 이원화될 것이다. 감사는 4인~10인 정도로 구성되며 절반은 종업원들에 의해, 나머지 절반은 주주들에 의해 뽑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건희 일가는 일반 주주 역할만 하게 된다.
 
그런데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영향력이 너무 크면 곤란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아직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감사의 절반은 종업원 몫이기 때문에 큰 걱정 안해도 되지만 금융기관들의 다수가 외국계이므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적 연금에 의한 삼성에 대한 투자를 유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급격하게 공적연금들이 삼성 계열사 주식매수에 들어가면 한국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주식투기와 가계부채 폭증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증권거래세율”이라는 무기를 활용하여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적연금 등 공기업의 의사결정구조도 대폭적으로 이해관계자 중심형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그래서 공기업의 의사결정구조 내에서 주무부처와 노조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고 공기업의 재화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참여를 대폭 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대형 공기업의 의사결정구조에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대폭 늘이고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위원회”의 설치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독일의 주식회사 의사결정구조에도 감사회의 보좌기구로 전문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공기업들이 부설연구소를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위원회 설치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위의 대안들을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신봉하고 삼성에 깊이 포섭된 경제관료들의 저항을 크게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지속성을 지니며 영향력을 확대해 갈지는 정말 의문이다.(현재 유럽 각국의 기업지배구조는 미국식과 독일식이 혼재되어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경제의 상대적 위상이 크게 추락하면서 미국식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재평가도 점진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민주노동당은 “삼성공화국 해체”를 구호로 내걸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부정부패, 부정비리 척결에 어느 누구보다도 열성이다. 기업투명성, 국가투명성이야말로 기업경쟁력, 국가경쟁력의 요체라는 것을 그가 수많은 국제경험에서 피부로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위의 대안은 이 분들의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 제시되었다. 이런 시도들이 모여 깨끗한 대한민국, 투명한 대한민국, 진실로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1/08 [11:0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