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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여명 아니라 3천여명의 배형규 목사 나와야"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설교 발언 일파만파, 해외선교 활동 지속 밝혀
 
이석주   기사입력  2007/08/14 [11:31]
"3백여명이 아니라, 3천여명의 배형규가 나와야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두 명의 여성 피랍자 석방으로 남은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의 주일 설교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피랍 사태 이후 개신교계의 해외 선교활동이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상황에서, 샘물교회 주일 설교를 통해 "성도들의 피가 뿌려진 그 곳(아프가니스탄)을 '하나님이 주신 선교지'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헌신적으로 봉사할 것"이라며 해외 선교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특히 박 목사의 이같은 발언은 피랍 사태 발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봉사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점과 대치되는 것으로, 가뜩이나 개신교 선교방식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누리꾼들의 비난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은 샘물교회 교인들의 피가 뿌려진 곳"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클레시안>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박 목사는 지난 12일 샘물교회 주일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독교 선교사인 짐 엘리엇과 언더우드를 소개하며 "결국 그들의 피의 대가가 한 섬과 국가를 복음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듯, 아프간에 뿌려진 성도들의 피도 헛되지 않고 언젠가는 복음의 씨앗들이 피어나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박 목사는 "지금으로서는 인질들이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히면서도 "많고 많은 사람들 중 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이 인질로 잡힌 것은 하나님의 계시적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성도들의 피가 뿌려진 그 곳을 하나님이 맺어준 선교지라 생각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아프가니스탄에 더 헌신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목사는 피랍 사태 이후 최초로 목숨을 잃은 고 배형규 목사의 해외 선교활동을 강조, "앞으로 300여명이 아니라 3000여명의 배형규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선교가 위축되지 않고 보다 열심히 선교에 헌신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지난 12일 현장 주일 예배 참석 후 기사를 작성한 <에클레시안> 황규학 기자에 따르면, 박 목사는 당시 샘물교회 300~400명의 신도들이 운집한 가운데 3부 예배를 통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기자는 "심지어 박 목사는 대부분이 젊은 신도들로 구성된 샘물교회 신도들 앞에서 '하나님께서 아프가니스탄과의 인연을 맺게 했다'고 말했다"며 "현장 취재에서 느낀 결과, 해외 선교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황 기자는 "샘물교회 구성원들 자체가 대부분이 젊은 신도들이고, 이들은 박 목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예배를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선교의 피를 뿌린 이상, 열매의 결실을 맺겠다'는 등의 발언은 문제를 키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개신교 교인들, '반성'이라는 단어의 뜻 알고는 있나"
 
해외 선교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한 듯한 박 목사의 이번 설교 발언은 피랍자들의 무사귀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과 개신교 선교방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목사 스스로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에서의 봉사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남아있는 봉사단원들을 전면 철수하겠다"고 밝힌 점으로 본다면, 잠시 소강국면에 접어든 개신교 선교방식의 논란에 다시한번 불씨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에클레시안 기사에 댓글을 작성한 '첼로'는 "개신교 교인들은 '반성'이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것인가"라며 "자신들이 필요할 땐 한국국민들을 찾고, 이제와서는 '하나님의 자녀' 타령을 하고 있다. 국민들을 향해 부끄러운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라고 박 목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인터넷 종교게시판에 글을 올린 '펌맨' 역시 "지금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을 하는 것 보니, 인질 전원 석방 후에는 반성은 고사하고 대대적인 기독교 선전에 들어갈 것이 뻔하다"라며 "국가는 시범을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샘물교회에 구상권 청구를 해야만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 비판과 대안, 새로운 상상력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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