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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한미FTA 협상 계속할 이유 없다"
시민단체, 한미FTA저지 운동 본격화…내일 범국본 대규모 집회 계획
 
이석주   기사입력  2007/01/15 [20:37]
6차 한미자유무역협정이 15일부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시작된 가운데, 한미FTA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의 투쟁 또한 재가동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반(反)FTA' 집회를 원천봉쇄 한다는 방침이어서, 협상이 진행되는 닷새간 시민단체와 경찰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미FTA 통해 우리 정부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약칭 '한미FTA범국본')는 협상 시작일인 15일 오전 신라호텔 건너편 장충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급 회담'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또다른 '밀실야합'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본은 15일 오전 신라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국적인 한미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이석주

이날 기자회견에는 농업, 노동, 방송, 영화계, 나아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의계 등 한미FTA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대부분의 산업 대표자들이 대거 참석해 "망국적인 한미FTA를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범국본측은 이날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지만 원천봉쇄를 선언한 경찰 방침에 막혀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긴 10시 30분 경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나오는 마이크 소음을 이유로 질서유지가 힘들다고 판단, 범국본의 기자회견을 철저히 막고 나섰고 이에 범국본측은 "경찰이 기자회견을 막아설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강행 방침을 밝혔다.
 
이후 기자회견 시작 이전부터 현장에 위치해 있던 민주노총 방송차량이 경찰측의 강압에 의해 빠지면서 범국본측은 예정된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었다.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껏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정부는 얻은 것 없이 미국측에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졸속협상을 벌여왔다"며 "FTA협상은 더 이상 진행할 이유도 없고, 중단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대안도 남아있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오종렬 한미FTA저지 범국본 공동대표는 "미국의 초국적 자본을 위한 FTA가 대한민국 관료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며 "제2의 을사조약, 한일합방을 민중의 힘으로 막아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내자"고 토로했다.
 
한미FTA를 반대하기 위해 미국 노동계를 대표해 입국한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제프 보그트 정책국장은 "한미FTA는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 할 뿐"이라며 "양국 민중들과 함께하기 위해 연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힘을 실어 주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역시 "나라를 팔아먹기 위해 협상을 강행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미쳤음에 틀림없다"며 "방송 미디어 분야가 개방될 경우 자고 나면 모든 신문 방송에 개방의 물결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의 메세지를 던졌다.
 
▲이날 문경식 의장은 지하철3호선 동대입구 3번 출구에서 경찰병력에 의해 기자회견 집입을 저지당하기도 했다.     © 이석주

한편 이날도 경찰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의 '반FTA'집회를 철저히 봉쇄하고 나섰다. 경찰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새벽 부터 신라호텔 주변에 2천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또한 경찰은 기자회견 뿐 아니라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로 연결되는 모든 출구에 병력을 배치하고, 시민단체의 현장 진입을 철저히 봉쇄했다. 때문에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밖에도 동대입구 3번출구를 나와 기자회견장에 진입하려던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경찰에 의해 진입 자체가 가로막히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후 원천봉쇄를 항의하는 문 의장과 진입을 막으려는 경찰사이에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의사 개방 문제, '졸속' FTA 단적으로 보여준 셈"
 
한편 한의사ㆍ한의대생으로 구성된 '한미FTA저지 한의계 공동대책위원회'도 범국본의 기자회견 직후 같은 장소에서 입장을 밝히고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볼모로 FTA에서 한의사 시장을 개방하려 한다"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FTA저지 한의계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시장 개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이석주

한의학계의 이같은 반발은 '한미FTA 6차협상에서 미국의 침술사 개방 관련 안건이 논의될 것'이라는 정부 방침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이에 한의사 및 한의대생 들은 지난해 말부터 "의료분야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측은 "미국과 원칙적 합의만 보았을 뿐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정부가 한의사 시장을 개방할 경우 비전문적인 미국 침술사가 들어와 국민들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 한의학계의 입장이다.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박용신 회장은 "한의사 개방 문제는 FTA가 졸속으로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의료를 상품과 거래로 생각한 정부 관료들의 오판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의계 공대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한의사 수는 총 1만 7천여명. 이중 5천909명의 한의사와 한의대생들이 이날까지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을 반대하는 서명에 이름을 올린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미FTA에서 한의사 시장 개방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규탄하는 의미로 '사약'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미국 침술사가 국내로 들어올 경우 국내 한의학계는 죽음과도 같은 상황과 마주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 이석주

협상기간 '반FTA'집회 이어질 듯, 경찰 충돌 우려
 
이렇듯 한미FTA저지 범국본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시민단체의 '반FTA'집회는 한미FTA가 진행되는 오는 19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국본은 16일 오후 서울 도심(장소 미정)에서 개최 예정인 '한미FTA저지 범국민대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지난해 말 세차례에 걸쳐 진행된 민중총궐기 대회 처럼 경찰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경찰은 협상기간 중 범국본이 신고한 모든 집회와 기자회견을 불허했지만, 민주노동당이 16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한미 FTA,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한 당원 결의대회'에 대해서는 집회 허가를 낸 상황.
 
따라서 지난해 12월 3차 민중총궐기때와 마찬가지로, 범국본 소속 노동자 농민 등이 민노당 결의대회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범국본 집회의 원천봉쇄를 밝힌 경찰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범국본측은 협상이 종료되는 19일 까지 '한미FTA저지 촛불 문화제', '거리 지하철 서명운동', '4대 종단 기도회', '농민 결의대회' 등의 집회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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