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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의 문제로 '햇볕'을 거둘 순 없다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은 김대중씨에 대한 인권탄압
 
박상준   기사입력  2003/06/02 [12:27]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취임에 앞서 국민과 국가에 대하여 선서를 한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성실히 수행할 것임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하는 것이다.

▲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자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은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민의 자유가 상당히 제한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성년의 남자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그리고 종교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많은 기본권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한을 받아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남북이 대치함으로 인해 기본권이 여타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제한 받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남북이 서로 적대적으로 대치함으로 인해, 국민은 항상 전쟁의 발생 위험을 고려해야 하고 그로 인한 긴장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민의 자유를 증진시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수행하기 위해 남북간의 적대적 관계를 완화시키고 우호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사명은 헌법으로부터 부여된 의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헌법에서 부여한 이와 같은 의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정책이다. 모든 정책은 햇볕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서로 상반되지 않게 수행이 되었고 그로 인해 남북관계는 급진전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남한과 북한은 오랫동안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터라, 남북간의 국민이나 정치인 모두 그 감정의 골이 깊다. 이런 관계는 인내를 가지고 끊임없이 상대에게 우호적인 관계임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북한과의 대립 관계를 개선시켰다. 김대중 정부가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 및 국제적인 고립 상태에 대한 부단한 배려를 인내를 가지고 일관되게 추구함으로써,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던 옛날의 적대적 남북 관계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의 변함없는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관계의 적대적 의식에 변화를 보이면서 군사력의 증강에다 쏟던 자원을 점차 경제 성장에다 쏟기 시작하였다. 북한은 현대와 금강산 개발 및 점차적으로 많은 국내 기업의 북한 진출을 약속했고, 또한 남북 철도 건설을 통해 물류(물건을 원활히 흐르게 하는 제반 시설)의 원활한 유통 및 남북 교류를 더욱 증진시키는 데 합의를 하였다. 이런 현상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눈 2국가라고 해도, 남과 북의 주민 교류가 빈번해짐에 따라 서로의 이념이 자연스럽게 섞여지고 종래는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이렇게 신뢰를 향상시키는 데 노력을 집중시키면 2국가가 한민족임을 자연스레 확인하고 서로의 경계는 허물어 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함에 따라, 햇볕정책 또한 일관되게 유지될 것임을 국민은 믿었고 북한 또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왔던 햇볕정책과 관련된 대북송금에 대하여 위법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김대중 씨에 대한 반대적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대북송금의 위법성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였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북송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이 되었다. 대북송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여론에 밀려 노무현 정부는 특검 팀을 구성하게 된다.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남한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인 북한까지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일시적인 이적단체로 해석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인 평화적 통일을 이끌고 국민의 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헌법 제3조를 무시하여야 한다. 평화적인 통일로 이끌려는 국가가 상대의 체제를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

김대중 정부는 헌법에서 명시된 의무인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여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통일시키기 위해 햇볕정책의 한가지인 대북송금을 통해 남북관계의 시발점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것을 경제 교류를 통한 협력으로 유도하고자 하였다.

김대중 정부가 북한을 이미 국가로 인정한 이상, 어떤 면에서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헌법조항을 지금까지도 삭제하지 않고 남겨둠으로 인해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을 저해시킨 국회의원들과 정부의 직무소홀과 무능력에 문제가 있다. 북한을 국가가 아니라 이적단체로 명시하고 있는 남한의 법질서에서 대북송금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북한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국론 분열 없이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대북송금을 통해 경직된 남북관계의 개선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은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간의 거래가 성립한 이상, 국가는 대북송금을 통해 남북 경제 교류의 물꼬를 틀 기업을 물색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간의 거래는 일개 중소기업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 거래를 성사시킬 대기업이어야 하고 또한 대북 송금의 대가로 남북 경제 교류를 원활히 성사시킬 협상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남북 경제 교류의 성사가 주는 의미는 남북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증진시키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훗날 평화 통일의 초석이 될 것이다.

남북간에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 교류를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대북송금의 문제에다가 위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대북송금에 관련된 이근영 전 산은 총재가 현대상선에 대출을 해준 것이 불법이라면,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자는 헌법을 위반하는 자이다. 법률의 해석도 헌법의 테두리에서 헌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간의 문제를 거론치 않는다 하더라도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 업무에도 예외가 있다. 예외가 없다면 그것은 이상한 것이다. 은행 또한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이다. 은행의 고객도 은행에 이익이 되는 정도에 따라 등급이 있어 특별한 대우를 받거나 어쩔 때는 은행장의 판단에 따라 특별 대우를 받기도 한다. 당연 그 책임은 은행장의 판단에 따라 야기된 결과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이근영 전 산은 총재가 국가의 햇볕 정책과 관련된 현대상선의 대출 요구에 협조함으로 인해 산업은행 또한 이윤을 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 해소와 관련된 햇볕정책의 노선에도 부합했다. 이런 판단이 민족의 안녕을 위할 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 교류의 대가로 쓰여질 대출금에 대하여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판단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근영 전 산은 총재가 대북송금을 통한 햇볕 정책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협조하지 않았다면 그는 오히려 민족의 운명을 더욱 불안하게 했을지도 모를 것이다.

또한 이기호 전 경제 수석 등이 청와대의 의지를 이근영 전 산은 총재에게 전했다 해서, 직권남용이라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산은 총재가 청와대의 의지를 전달 받은 정도에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타인의 판단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외압을 받았다 한다면 대한민국에는 정치는 있을 수 없다. 정치라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상호 협조해야 하는 문제면 그 의사를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결정은 전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청와대에서 산은 총재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은 직권 남용이 아니라,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것이다. 전 산은 총재도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고려해 청와대의 요청을 판단한 것이다. 단지 청와대에서 협조를 요청 받았다고 해서 외압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마치 총재직을 수행할 결단력과 능력 없는 자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직권 남용이란 개인의 사적인 이익이나 부당한 이익을 얻고자 직위를 남용하여 사용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조를 요청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면 정부는 어떤 정치적 활동도 할 수 없는 직무유기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IMAGE2_RIGHT}청와대가 한반도의 긴장으로 인한 전쟁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들이 지고 있는 불안과 기본권의 제한 요소를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직무 소홀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북 문제는 국민의 생존과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헌법에서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은 남북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시키거나 북한의 침략을 미연에 완전히 방어할 수 있을 때 지켜낼 수 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주어질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현대의 대북 송금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 현대는 대북 송금을 통해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다. 국가간의 협약이 뒤따르는 사업에는 위험성도 크지만 대가도 크다. 현대의 사업은 남북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기초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만약 현대 경영진이 주주들의 권리에 손실을 끼쳤다면, 대북송금 특검이 남북관계에 끼친 영향만큼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이럴 때,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남북의 우호 증진을 위한 대북 송금은 현대와 정부의 거래이고 현대와 북한의 거래이며 국가와 국가의 거래이다. 국가간에 얽혀 있는 거래이기에 당연히 서로간의 이득을 추구하려는 국가와 기업들이 관련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남한, 북한, 현대는 서로가 추구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판단한대로 김 대중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 및 남북 경제 협력의 계기를 만들 수 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상을 수상했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커다란 역할을 했기에 받을 만한 상이라 판단이 된다. 또한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경제에 활력을 줄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현대 또한 북한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가의 지불을 얻어냈다.

현대 경영진에게 배임죄를 묻는 것은 대북송금의 결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손실을 입혔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현대의 경영진들은 현대를 위해서 결단을 내렸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결단을 내린 결과가 됐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간의 거래가 관련된 대북송금은 법률로써 적용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므로, 배임죄냐 아니냐는 현대의 경영진이 현대에 손실을 입히려 했는지 또는 이득을 남기려 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이고 더 나아가 현대에 훗날 손실을 입힐 것인가 또는 이득을 줄 것인가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현대의 대북 송금 성사로 남북 경제 협력이 촉진되었고 남북 철도 개통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송금에 대한 특검은 헌법에 명시된 의무에 따라 평화 통일을 증진시키고 남북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한 김대중 씨를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북송금과 관련된 위험을 무릅쓴 관련자들을 해하는 행위이다.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든 작업이다. 한번 잃어 버린 신뢰는 다시 구축하기 위해 더 힘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해도 되찾기 힘든 것이다. 남북간의 경제교류 및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시킬 신뢰를 허물고 있는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은 그 책임을 모면하기 힘들 것이다. 민족에 대한 죄와 위법을 하는 것은 대북송금 관련자가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법도 적절히 적용할 지 모르는 특검 추진자들이 짓고 있는 것이다. 첫째는 대북 송금 관련자들을 무고하게 해하는 죄이요. 둘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전직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죄이요. 셋째는 남북의 평화를 해하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이 죄를 무엇으로 갚을 수 있겠는가?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은 북한을 남한에 대한 중요한 관계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정상회담을 무시한 것이다. 올바른 일에도 그것을 잘못된 일로 만들고 싶으면 수 만가지 법률 중에서 의도하는 법률 조항을 찾아낼 수 있다. 이 법은 왜 이런 경우에 적용시켜서는 안 되는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법을 외우고 있을 뿐 법의 존재 이유를 안다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라. 법은 우리가 평화롭고 지혜롭게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틀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법을 어떻게 지키고 해석하고 적용해야 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 필자는 한양대학교 강사입니다.
* 본 기사는 독자기고입니다. 본문에 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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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02 [12: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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