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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무능의 열린우리당 참패, 국민이 탄핵했다
정동영 의장 오늘 사퇴할 듯…여당발 정치권 빅뱅 가시화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06/06/01 [09:10]
선거 사상 최악의 집권당 참패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일 사퇴를 표명할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 전체에 새판짜기 지각변동이 본격 예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 3년만의 최대위기

사상 유례없는 집권여당의 선거 참패속에 정동영 의장이 정치입문 10년 만에, 그리고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정동영 의장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31일 저녁 "당 의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언급이라고 하겠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면서 동반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1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정동영 의장의 사퇴를 공식화하는 한편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 여부를 비롯한 지도부 거취문제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한편 문희상, 유인태, 배기선 의원 등 여당 내 중진의원들은 전날 긴급 모임을 갖고 지도부 총사퇴로 불거질 당내 혼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근태 최고위원에게 의장직 승계를 강력히 요청해 이날 열린우리당이 내놓을 수습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무능·오만에 유권자가 '탄핵'

여당의 참패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누적된 반여(反與)정서가 투표결과로 나타났다고 하겠다. 이른바 무능하고 오만한 개혁 진보세력들에게 국민들이 레드카드를 보냈다는 비유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부패한 지방정부 심판론이라든가 싹쓸이 견제론 등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선거전략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하겠다.

여기에 민주당 분당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분열된 현실적인 한계도 열린우리당이 민심으로부터 탄핵을 받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겠다. 이 같은 측면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또는 불신임 평가를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청와대 또한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레임덕의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카드도 관심이다.

한나라당, 정권심판론과 박 대표 피습 사건으로 표심 자극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성적표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하겠다.한나라당은 상당수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과의 득표율 차이를 무려 3배 이상 벌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사실상 싹쓸이를 이뤄낸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가 이뤄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경우 수억원대의 공천헌금 비리사건이 불거졌고 잇따른성추문 사건이 발생했지만 유권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몰표가 한나라당에 집중됐다.

즉 정부 여당에 대한 극단 수준의 국민불신과 실망이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한나라당에 커다란 반사이익을 안겨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부동층 표심을 급격히 한나라당 쪽으로 기울게 한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박 대표 대선주자 이미지 구축…당내 대선경쟁 치열해질듯

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선거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당초 열세지역이었던 대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고 제주에서도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이 계속될 정도로 박풍의 위력을그대로 보여주는 등 한나라당 압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박 대표의 "대전은요?" 한마디가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우스갯소리지만 박 대표가 만일 "대전과 제주는요?" 라고말했다면 어땠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단 다음달 16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차기 대권가도에서 상당히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은 현재 흥분과 환호에 빠져 있지만 앞으로 7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 등 이른바 빅3의 대리전으로 치러질 경우 내부 균열상도 간과할 수 없는대목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방선거 이후 사정한파와 관련해 한나라당 후보의 공천비리가 또다시 불거질 경우 호사다마의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군소정당' 설움 벗어나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받아든 성적표도 한나라당 못지 않다. 민주당은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를 당선시켰고 광주지역 5개 구청장을포함해 19명의 기초단체장 승리를 일궈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1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민주개혁세력 통합논의과정에서 구심점이 되겠다는 자신감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당초 최대 2백명의 기초,광역의원 당선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달성에 실패하면서 열린우리당과 함께 최대 피해자가 됐다.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단 한곳을 건지지 못한 민노당의 부진은 사회전반에서 일고 있는 진보 물결의 퇴조 움직임과 함께 기존 정치권을 대신할 대안세력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중심당은 충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일부에서만 당선자를 내는데 그쳐 창당 4개월만에 몰락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정치권 빅뱅 현실화 촉진될 듯

빅뱅의 진원지는 열린우리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집권당이 아닌 전북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는데, 열린우리당은 예상했던 지방선거 참패가 현실화되면서 계파간 대립과 분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정동영 의장 진영과 친노그룹간의 이념적 스펙트럼 차이에 따른 갈등이라는 선거 후폭풍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이미 이 같은 전조는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김두관 최고위원이 정 의장의 탈당을 거론하면서 나타났다고 하겠다.

또한 여당내부로부터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를 아우르는 민주개혁세력 대통합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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