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누가 노무현의 개혁을 방해하고 있는가?
DJ와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정면돌파하라
 
이상완   기사입력  2003/02/10 [03:28]
50%대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넘나들며 한껏 기세를 세우고 있던 '노풍'이 지방선거와 보선을 거치며 15%대로 추락했다. 지지율의 하락은 노무현과 정몽준과의 단일화 압박으로 노무현의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런 노무현의 위기에는 "현실"을 이유로 "소신"과 "원칙"을 비웃던 민주당을 지지하던 지식인들과 그 지지자들의 책임은 없는가? 물론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노무현에 대한 총공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수구세력의 공세에 노무현이 흔들릴 수 있는 계기를 준 데에는 노무현을 지지하던 민주당 지지자와 그 지식인들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한다.

노무현의 지지율이 50%대를 넘나들던 노풍의 의미는 무엇인가? '노풍'에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겠지만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음은 분명하다. 김대중 정권과 민주당 지지율이 최악을 달리고 있음에도 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민주당을 지배하던 동교동계와 뚜렷이 대립되는 노무현의 개혁성과 도덕성을 신뢰하던 국민들이 그러한 노무현을 통해 민주당의 변화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식인들과 그 지지자들은 "정당정치"를 이유로 민주당과 노무현을 등치시키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물론 노무현을 민주당과 분리할 수는 없다.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음은 분명하지만  이를 이유로 민주당을 노무현에 걸맞는 정당으로 바꾸기를 노력하기는 커녕 오히려 민주당의 '한계'를 근거로 노무현을 민주당에 맞추려고 시도함으로써 노풍을 가라앉게 만든 원인제공을 하였다.

지난 지방선거 노무현과 김민석+진념의 "운명공동체론"으로 노무현을 민주당의 당시 수준으로 맞추려 했던 시도는 결과적으로 노무현을 통한 민주당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며 노풍의 하락을 가져왔고, 수개월 동안 노무현이 수구세력과 민주당의 구주류세력에게 흔들리게 되는 계기만을 만들어 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대중 정권의 대북지원과 관련된 논란에서 이러한 뼈저린 실수를 다시 반복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노무현의 개혁에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정몽준은 대선전날 한밤의 코메디를 연출하며 그 스스로 떨어져나가 공동정권의 부담을 안고 있던 김대중 정권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정권초를 맞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의 대북지원 의혹으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세력에게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을 흔드는 것은 수구세력 뿐일까?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해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햇볕정책이 노무현 정권에서도 지속되어야 함은 분명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김대중 정권의 대북지원은 그 절차상의 문제점 뿐만이 아니라 의혹으로만 무성했던 현대와의 정경유착 전모 역시 일부 밝혀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안타까운 점은 노무현 지지자들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써먹었던 논리인 "현실"과 "상황논리"를 근거로 김대중 정권의 한계, 민주당의 한계를 다시 노무현에게 짊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한번 노무현을 김대중과 민주당의 수준에 맞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김대중정권과 과거 민주당을 지배했던 구주류세력에게 빛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권의 '한계', 민주당의 '한계'로 노무현을 구속하고 스스로 수구세력의 공세를 자초했던 지난 지방선거의 잘못들이 반복 된다.

김대중 정권이 비밀리에 대북지원을 했었고, 이를 위해 현대라는 자본과의 불법적인 정경유착이 있었다면 그것은 김대중 정권의 잘못이고 김대중 정권의 한계이다. 대북지원에 관련된 의혹은 특검을 통해 조사되면 되고, 밝혀진 사실들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으면 된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법과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음을 국민들이 신뢰할 때만이 수구세력의 반발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나 통할 듯한 '통치행위'라는 황당한 논리로는 국민들을 절대 설득시킬 수 없다.

김대중 정권의 반개혁적인 모습과 각종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단순히 '김대중 혐오증'이라는 반호남 정서로만 파악하는 것은 김대중의 실정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하다. 언론개혁이나 햇볕정책이 가지는 정당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몇일 앞두고 정상회담 사실을 밝히는등 김대중 정권이 이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이용함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해 수구세력의 반발에 쉽게 무너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적 지지로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해야할 김대중 정권이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역대정권과 다를바 없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으며 검찰과 친인척의 수많은 게이트는 개혁의 추진력을 스스로 상실케 만들었다. 결국 김대중 정권의 무능과 부도덕성이야말로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김대중 정권의 한계는 이번 대북지원 의혹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엄청난 금액이 총선을 앞두고 급박하게 지원되었음에도 국민앞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대북지원을 위해 현대에게 대출된 4천억원중 상당부분이 자사의 자금운용에 쓰여졌다는 사실은 햇볕정책이라는 명목하에 일개 재벌에 부당한 특혜가 이루어 졌음을 보여주고, 이러한 사실들을 감추기 위해 돈세탁, 분식회계등 탈법적인 방법들이 사용된 점이 드러난 이상 당연히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되야 한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대중과 진실규명에 소극적인 노무현을 옹호하며 다시한번 노무현을 김대중 정권과 민주당의 '한계'속에 가둬버리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햇볕정책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 개혁성을 유지하고 있는 노무현의 정책들이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의 저항으로 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국민경선 당시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의 총공세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노풍은 불었다는 점이다. 노무현에 대한 온갖 흑색선전과 심지어 장인의 부역시비까지 들먹이는 지저분한 색깔공세 조차도 노풍을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은 개혁세력의 최대의 무기가 "차악론"이나 "현실론", 혹은 지저분한 정략적인 술책이 아닌 높은 도덕성과 개혁성을 바탕으로한 국민적 신뢰임을 증명하고 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북지원이 이루어졌고 현대가 이를 통해 정권으로 부터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면 처벌받아 마땅하다. 또한 이러한 의혹이 현재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럴때만이 앞으로 노무현의 개혁정책은 국민앞에 신뢰받을 수 있고, 수구세력의 반발 역시 이겨낼 수 있다.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이 무시된다면 그 개혁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김대중 정권이 증명했다.

햇볕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 역시 그 어떤 어려움에도 시도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이 "현실"을 이유로 타협되어 간다면, 노무현 정권의 개혁 역시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시달렸던 김대중 정권의 과정이 되풀이 될 것임을 그의 지지자들은 물론 현재 김대중과 민주당을 옹호하고 있는 일부 언론 역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 본문은 독자기고입니다. 본문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2/10 [03:2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