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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격파해야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님들에게
 
율전   기사입력  2004/03/13 [18:06]
누차 강조했듯이 민주당이 살아남는 길은 '개혁의 내용'으로 열린우리당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고전적 방법 즉 의원 쪽수를 이용한 '세 과시'와 같은 방법에 의지하다가는 얼마 안 되는 국민들의 지지마저 깡그리 말아먹고 말 것이라는 '애정 어린' 충고 또한 누차 하였습니다.

그런데, 단지 '배신에 대한 추억'으로 눈이 먼 민주당이 어제 마지막 닥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국민적 역풍(?)과 같이 생각이 좀 필요한 전술적 부분에 대해, 닭대가리들만 남아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애초에 그 정도를 고려할만한 머리가 없었던 듯 합니다. 아무튼 닥대가리들이 따로 없습니다.

이로서 민주당의 사망은 현실로 다가온 듯 합니다. 마치 주술에 걸린 듯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내미는 작둣날에 제 스스로 목을 디밀었습니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추미애와 소장파들마저 이 와중에 상당한 이미지의 타격을 입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의 경쟁력과 경쟁상품이 없는 민주당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거의 없는 듯 합니다.

이와 함께 '통합'의 외침 역시 시장에서의 효용가치를 잃고 퇴장하게 되었습니다. 시절은 또 다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편 할래? 아니면 적이 되어 내 손에 맞아 뒤질래?' 식의 단순하고도 무식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통합파'의 입지는 없는 듯 합니다. '중도'의 가치가 처참히 무너지고 다시 양극단의 시대, 집단 콤플렉스의 시대, 이지메의 시대가 도래한 듯 합니다. 세상은 점점 다원화되어 가는데 정치의 기본 구조는 여전히 흑백논리에 파묻힌 채 더 이상의 진전이 없습니다.

분열이 일어났을 때, 오늘과 같은 파국을 우려하고 그에 관해 무수히 충고하고 경고했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늘, 서로에 대한 분노와 증오만이 춤을 추는 속에서 처참하게 뭉개지고 찌그러지고 말았습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소원대로 총선 구도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자구도로 거의 굳어진 지금, 그러나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은 지금의 지지도 상승과 양자구도의 고착화는 노 대통령의 정치생명과 맞바꾸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과 그 내용에 있어 현격한 질적 차이를 보여 획득한 결과가 아니라 노 대통령의 장렬한 전사가 불러 온 국민적 동정심의 발로라는 사실입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의회 내 다수당의 횡포'를 비난하고 규탄하는 거야 정치적 입지를 가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겠지만 그것이 곧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선택 즉 민주당의 파괴와 총선 올-인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길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수구를 대변하는 한나라당을 영남권에서 격파하는 것뿐입니다. 하여 이제 열린우리당과 그 지지자들은 민주당과 호남이 아닌 한나라당과 영남권 공략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만일 그것이 실패했을 때 그래서 다시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었던 것과 똑 같은 결과가 재현되었을 때, 개혁세력의 분열과 그로 인해 지루하게 벌어진 서로간의 감정적 대응 그리고 그 결과 초래된 오늘의 사태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할 수 없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선택은 별다른 정당성도 입증하지 못한 채 껍데기만 바꾼 '도로 민주당'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런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민주당의 그것(2000년 총선결과)과는 다르다고 하실 분들은 적어도 신주류가 분당 이전의 민주당 내에서 구주류의 타협안을 거부하고 주구장창 외쳐댔던 정개특위의 원안이 지금 열린우리당 내에서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구나 그간 갖가지 정책결정 과정에서 개혁세력의 열망을 무시한 채 외려 한나라당과 일정 정도 행보를 같이 해 왔던 열린우리당이 과연 애초의 민주당과 갖는 차별성이 얼마나 큰지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당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함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반드시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을 격파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거의 퇴색되어 버린,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노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했던 약속의 일부나마 이루어 내시길 바랍니다. 하여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들은 이제 칼끝을 거의 사망단계에 접어든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을 향해 겨누시기 바랍니다. 호남이 아닌 영남을 욕심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반드시 부족하나마 아쉬운 '국민통합'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민주당 역시 주구장창 외쳐왔던 '배신자 처단'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실행했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배신자 논리로 호남을 우려먹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지자들을 배신한 측면에서는 민주당이 배신자라고 주장하는 측이나 민주당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사망단계에 접어 든 당을 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짜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봤자 민주당에서 무슨 뾰족한 대안이 나올까 싶습니다만.

분열의 골이 패일대로 패인 지금, 한 쪽에서는 배신자를 처단했다고 후련해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쿠데타에 의한 정권찬탈이라고 울분을 쏟아 내는 지금, 정작 처단해야 할 대상이 누구였고 정작 정권을 지켜냈어야 할 대상이 누구였는지에 대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들은 한 번쯤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서로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가져온 오늘의 파국을 깊이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참, TV를 안 보니 오늘 하루 모든 것이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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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3/13 [18: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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