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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천하3분지계’를 이뤄낼 것인가?
[강준만의 직격토로2] ‘호남을 인질로 이용하는 ‘싸가지 없는 진보’ 비판
 
강준만

* 본문은 월간 <인물과사상>에서 제공했으며, 3회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이제 김의겸의 「호남 자민련이라고요? DJ가 하늘에서 통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살펴보자. 제목부터가 불공정하다. 김욱이 “호남은 그렇게 허깨비 같은 전국당 새정치민주연합을 바라보며, 친애하는 이 당이 오직 ‘호남 자민련’으로 불리지 않기만을 애타게 기도할 뿐이다”라고 했음에도, 그리 말씀하시다니 해도 너무했다. 어느 네티즌은 이 글에 “호남의 한사람으로서 호남이 겪은 비애와 영남인들의 핍박 그리고 홀대 등을 잘 안다. 그러나 결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호남은 자민련은 되지 말아야 한다”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아마 이런 반응을 염두에 두고 붙인 전략적 제목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글은 김의겸이 한 달 전에 쓴 「안철수는 제갈량의 ‘천하3분지계’를 이뤄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뜻밖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우선 반성부터 하겠다. 나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야권의 분열’로만 봤다. 그래서 안 의원에게 분열의 책임을 묻는 글을 썼다. 명분 없는 탈당이기에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당 이후 1주일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야권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던 예측과는 달리 ‘여권의 분열’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김의겸의 솔직한 성찰에 경의를 보내면서도 이 글이 너무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봤으며 지금도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나는 ‘한 방’을 믿지 않는다. 운동권에서 불리는 〈단결투쟁가〉에 나오는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라는 정신과 자세가 운동권을 망치는 주범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나는 안철수의 민주당 입당 자체가 잘못되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썰전〉의 이철희가 그걸 긍정 평가하기에 그 장면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었다. 이철희를 높게 평가했는데, 겨우 저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 말이 안 되는 말이다. 호랑이 굴의 문법과 안철수가 지지를 얻은 세계의 문법이 전혀 다르다. 밖에서 착실하게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했어야 했다. 지금 안철수 신당의 두 축을 이루는 ‘호남’과 ‘중도’는 같이 가기 어렵다. 아니 같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고 출발 단계에선 온갖 갈등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그런 혼란상을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안철수 개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언론은 문재인․안철수의 리더십을 과거의 3김과 비교하면서 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리더십 문제에 관한 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의 여건이 과거에 비해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제3의 중도 정당을 성공시킨다는 건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건수만 잡히면 물어뜯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도처에 진을 치고 있는데, 무슨 수로 그걸 넘어설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성공 가능성이 높으면 옳은 게 되고 성공 가능성이 낮으면 옳지 않는 게 된다고 보는 것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공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성공 여부에 개의치 않고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진보의 잘못된 버릇에 비춰 보면 바람직한 면이 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성패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바꾸고 이에 따라 비판을 하는 건 좀 지나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김의겸의 글이 뜻밖이라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앞서 김욱의 책을 인용했던 방식으로, 김의겸의 핵심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김의겸의 글은 약 4,800자 분량인데, 그 절반인 2,400자가량만 소개한다. 아래와 같다.


“호남 자민련이라고요? DJ가 하늘에서 통곡합니다!”


김욱 교수에게는 영남패권주의를 극복하는 길이 ‘내각제’밖에 없다. 그리고 “호남이 반드시 복수정당제를 쟁취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야권 분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역설’로 대응한다. “현재와 같은 야권분열 상태가 오히려 야당의 집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낙관론을 펴는 것이다. “야권 제 세력이 편을 갈라 싸울수록, 그래서 각자의 확고한 지지자들이 뭉칠수록, 이 경향은 결정적으로 선거를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장 4월 총선에서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200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김욱 교수만의 주장이 아니다. 존경해마지 않는 강준만 교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종석 작가도 김욱 교수에 동조하는 글을 쓰고 있으니 ‘나만 이상한 건가’하는 의심이 든다.

 

나는 이 책이 의도하든 않든 ‘야권 분열 세력’에게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서평 기사의 제목이 “호남이여, 이제 친노의 ‘노무현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라”였다. 이렇게 쪼개지는 걸 보고 좋아할 사람이 누구일까?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은 결단코 아닐 것이다. 야당의 분열을 바라는 새누리당이 박수 칠 일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간극을 벌려 이득을 취하려는 분열주의자들이 숨어서 웃을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승용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 민심은 패권 정치의 볼모가 되길 거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주 의원은 “김 교수의 책을 최근 인상 깊게 읽었다”며 “호남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영남 출신 대선 후보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지역주의 타파와 전국 정당을 명분으로 번번이 희생과 양보를 강요받았고, 정치적으로도 배제 당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주 낯선 상식』의 주장과 거의 같다. 주 의원은 13일 탈당을 예고하고 있는데 김 교수의 논리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을 모양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런 행태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대중 의원을 호남에 고립시키려고 했던 건 박정희 대통령이었지만, 그걸 완성시킨 것은 딸 박근혜 대통령이 될 것 같다. 그것도 호남 정치인들의 손에 의해…”


여기서 ‘친노패권주의’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단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건 그 후유증이다.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이 애초에는 야당의 비주류 정치인들이 주류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사용한 ‘여의도 용어’였는데 어느새 ‘시장 민심’으로까지 확산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민심은 지금 쓰나미가 돼 다시 정치권을 덮치고 있다. 거기에 놀란 호남의 정치인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도 우왕좌왕이다. 정치인들끼리만 분열되면 모르겠는데 지지층이 찢어지고 있다. 지지층들끼리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조선일보』 식으로 표현하면 호남과 운동권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호남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다른 지역과의 협력도 민주개혁 세력과의 연대도 포기해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가? 호남만 독립하면 차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가? 김종필 총재가 이끈 공화당과 자민련이 대답이 될 것이다. 그가 이끌던 당은 1990년 3당 합당 때는 노태우 대통령의 민자당과,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대표의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그 결과 그를 따르던 정치 엘리트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김종필 총재는 “충청도가 이놈 저놈 아무나 입을 수 있는 핫바지 취급을 당해왔다”는 선동논리를 펴 국회에서 50석을 얻었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추종자들은 장차관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평범한 충청민의 이익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정치인들만 혜택을 누렸지 충청민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설사 좋아진 게 있더라도 그건 자민련 때문이 아니라 충청이 수도권과 가깝고 중국과의 교역량이 급증하면서 생긴 효과다. 자민련 덕이었다면 왜 자민련이 소리 없이 소멸됐겠는가.

 

그래도 충청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호남과 영남이라는 경쟁자가 있었기에 그 사이에서 몸값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호남이 홀로 서는 순간 호남은 선택할 파트너가 없어진다. 호남이 독자노선을 걸으면 더불어민주당이 됐든 정의당이 됐든 호남의 왼쪽에 있는 세력은 쪼그라들고 만다. 호남이 더불어 정권을 창출한 만한 크기가 안 된다. 그렇다고 충청이 독자적으로 서 있는 것도 아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충청의 맹주가 돼 옛날식으로 호남-충청 연합을 성사시킬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안희정 지사는 그런 식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남는 건 영남패권세력뿐이다. 호남이 영구적으로 영남패권세력의 하위 파트너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모든 걸 떠나 우리나라를 이 정도로까지 민주화시키고 진보의 길로 이끈 두 바퀴는 호남과 민주화세력이었다. 두 바퀴가 찢어지면 대한민국이라는 마차는 어디로 가게 되는가? 과거로 퇴행하는 폭주기관차 새누리당을 누가 막을 수 있는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에게 특히 지역적으로 차별받는 호남의 민중에게 돌아가는 건 아닌가?


김욱과 강준만은 ‘호남의 악마’인가?


이 글엔 이런 댓글이 하나 달렸다.


“호남에도 악마가 산다.……김욱 같은 자들……저런 자들은 결국, 호남에게 재앙을 선물할 인물이다. 김욱, 강준만 같은 책사들이 호남 패권주의자들, 지역의 토호세력 등과 결탁하여 호남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저들은 『조선일보』의 김대중, 『중앙일보』의 김진 같은 자들이다.”


이 댓글에 대한 추천은 86, 반대는 15로, 추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2016년 1월 24일 기준) 김의겸이 이 댓글을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그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더 나아가 개탄을 할 게 틀림없다. 나는 김의겸에게 그 정도의 양식과 선의는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거친 언사만 빼고 말한다면, 이 네티즌의 주장과 김의겸의 주장은 같다. 김욱과 나는 ‘호남에게 재앙을 선물할 인물’이요 ‘호남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사람이다. 김욱과 나는 ‘호남이 영구적으로 영남패권세력의 하위 파트너’가 될 수도 있으며, ‘과거로 퇴행하는 폭주기관차 새누리당’의 독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민중에게 특히 지역적으로 차별받는 호남의 민중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이 다른가?

 

김의겸은 “나는 이 책이 의도하든 않든 ‘야권 분열 세력’에게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김의겸 자신의 글은 어떤 효과를 나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을까? 호남을 영원히 인질로 잡아 두려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강화시켜주는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은 걸까?


어느 네티즌은 “김의겸 기자님 글을 읽으면 항상 그 절절한 진정성에 감동이 온다”며 “‘나만 이상한 건가’ 아닙니다. 김 기자님은 정확한 판단을 하고 계시는 거고 깨어 있는 시민들 많은 사람이 김 기자님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걱정할 거 없습니다”라고 격려했다. 이 댓글 역시 추천은 50, 반대는 10으로, 추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2016년 1월 24일 기준)

 

야권 분열의 이유를 단순화하는 것도 문제다. ‘호남 인질화’ 못지않게 중요한 건 새정치민주연합, 그러니까 현 더불어민주당의 절대적 무능이다. 운동권 체질에 좋은 점도 많으련만 악성 운동권 체질에 중독되어 ‘진영 논리’ 위주로 자폐적 퇴행성만을 보여 온 집단이 무슨 수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로 가다간 정권교체는 꿈도 꿀 수 없다는 절박감, 이게 바로 야권 분열의 또 다른 축이다.


이런 절대적 무능도 따지고 보면 ‘호남 인질화’와 무관치 않지만, 호남 유권자들은 언제든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즉, 국민의당이 영 시원찮으면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쏠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김의겸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불어민주당이 잘 되게끔 애쓰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김욱이 제시한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니 국민의당이니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더욱 근원적으로 호남 인질화에 관한 문제다. 이 문제에 응답하지 않고선 설사 김의겸의 바람대로 더불어민주당에 의한 야당 통합이 다시 이루어진다 해도 야당 내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야당 분열에 대한 불안과 그로 인한 열정에 사로잡힌 탓일까? 김의겸의 글은 김욱의 책과 내 칼럼의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다. 뭔가에 열정적으로 집중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열쇠 구멍만큼 좁아지는 이른바 ‘터널 비전(tunnel vision)’ 현상 탓으로 이해하련다. 김욱의 반론 한 대목만 들어본 다음에 내 이야기를 해보자. 김욱은 반론에서 김의겸이 저지른 가장 큰 왜곡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김의겸 기자는 내가 야권분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역설’로 대응한다며, “현재와 같은 야권분열 상태가 오히려 야당의 집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인용한다. 나아가 “야권 제 세력이 편을 갈라 싸울수록, 그래서 각자의 확고한 지지자들이 뭉칠수록, 이 경향은 결정적으로 선거를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단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굳이 현실을 거론하자면 ‘호남 경쟁, 비호남 경쟁적 연대’를 주장했을 뿐이다. 김의겸 기자에게 조언한다. 야권분열이 그렇게 걱정되면 더불어민주당 해산을 호소하면 어떤가? 난 야권의 어떤 정당을 상대로도 그런 반헌법적인 호소를 할 생각이 없다. 아무리 학자가 아닌 기자라도 그렇다. 거두절미한 채 흰 종이 위의 검은 글씨를 뽑아 아무렇게나 조합해 그것을 인용이라고 가장하며 혹세무민하면 안 된다. 내가 위의 그런 주장을 한 건 ‘독일식 비례대표 내각제’를 쟁취하면 그럴 것이니 제도투쟁을 하자는 취지였다. 영남패권주의는 영남패권주의 선거제도에 의해 유지되니 궁극적으로는 제도투쟁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이었다. 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 말을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왜 ‘호남의 인질화’라는 핵심 메시지를 외면하나?

 

김의겸이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나는 김의겸이 결과적으로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법(straw man argument)’을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허수아비 논법이란 논쟁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쉬운 가공의 인물로, 또는 상대방의 주장을 약점이 많은 주장으로 슬쩍 바꿔놓은 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허수아비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수법이다. 그렇게 하고선 상대방의 주장이 무너진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선전을 한다. 예컨대 “어린이가 혼자 길가에 나다니게 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아이를 하루 종일 집 안에 가둬 두란 말이냐”고 받아치는 것이 바로 허수아비 논법이다.


저자는 책의 핵심 메시지를 제목으로 표현하는 법이다. 김욱은 책의 제목을 『아주 낯선 상식: ‘호남 없는 개혁’에 대하여』라고 했다. 즉, ‘호남의 인질화’가 핵심 메시지다. 이 메시지에 반론을 하려면 김의겸의 글에 달린 어느 댓글처럼, 다음과 같은 반론을 해야 제격이다.


“영남패권주의가 뭘까? 나는 모르겠다 호남이 그 피해자라면 그 피해는 뭘까? 호남인이 받는 차별이나 그런 걸 말하는 걸까? 다만 그것이 장차관, 검사장 등 높은 자리에 호남 출신이 얼마 중용되는지 그걸 말한다면 대다수 서민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고 서민들은 죽어가는데 자신들이 출세하지 못했다는 게 그렇게 억울한가? 그래서 그 안에서 또 영호남 나누어서 싸워야 하는가? 난 이해 못하겠다.”


만약 김의겸이 이 네티즌과 같은 식의 반론을 폈더라면, 김욱은 호남의 피해에 대해 더욱 진전된 주장을 펼침으로써 상호 생산적인 논쟁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의겸은 그렇게 하지 않고,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김욱의 핵심 메시지는 건너뛴 채 ‘호남의 인질화’가 바뀌지 않을 경우 호남이 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만 집중 공격을 하고 있다. 인질 취급을 받는 사람이 “나를 계속 이렇게 인질로 쓰면 가만 안 있을 거야”라고 외치는 것에 대해 “가만 안 있으면 어떡할건데?”라고 답하고, 가만 안 있겠다는 뜻의 구체적 방안을 문제 삼으면서 “그러다간 우리 모두가 당한다. 니가 가장 심하게 당할 거야”라고 겁을 주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허수아비를 동원하지 말고 과연 호남이 인질이냐 아니냐에 대해 반론을 집중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호남의 인질화에 동의할 수 없다면, 그 주장을 펴면 되는 일이고, 동의한다면 “인질 좀 되었다고 피해보는 게 얼마나 된다고 그러니?”라거나 “한국의 진보를 위해 5·18 정신으로 좀더 참아달라”고 한다거나 뭐 그런 식의 반론을 펴야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의겸은 “김욱 교수는 영남패권주의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호남이 겪어야 하는 비참한 차별을 묘사하고 있다. 나도 격렬하게 공감한다. 그런데 영남패권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놓고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차별에 대해선 ‘격렬하게 공감한다’는 한마디로 끝내놓고, 글의 대부분을 호남 차별 극복 방안의 차이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는 게 말이다.


이게 이해가 안 된다면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유를 들어 쉽게 설명해보겠다. 남편의 모멸에 지친 아내가 이혼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부를 잘 아는 김의겸은 ‘자식들을 위하여’라는 이유를 대면서 “이혼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려면 남편의 모멸을 중단시킬 수 있는 그 어떤 방안도 같이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혼은 절대 안 된다”라고만 주장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아내는 자식들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건가? 그게 과연 자식에겐 좋은 일일까? 진보의 집권을 위해 호남이 무조건 희생하면 이 나라가 좋아지느냐 이 말이다. 아내는 더 이상 그럴 순 없다고 주장했는데, 김의겸은 이 주장은 무시한 채 이혼 후 자식들에게 벌어질 비극만 강조하면서 계속 “니가 참아!”만을 외쳐대고 있다.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아내를 몹쓸 사람 비슷하게 몰아가기까지 한다. 그간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런 조선시대식 사고와 주장을 한단 말인가? 2부 끝


글쓴이 강준만은 언론과 대중문화를 포함하여 문화사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위스컨신대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부터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현대사 산책(전 23권)](2002~2011), [한국대중매체사](2007), [미국사 산책(전17권)](2010), [세계문화의 겉과 속](2012) 등이 있다.
 
기사입력: 2016/05/05 [00:5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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