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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용산장례' 치르기도 전에 약속 뒤엎어"
검찰 기소, 서울광장 불허에 "유족들 뒤통수 쳐"…범대위 '범국민장' 확정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05 [17:13]
지난달 30일 극적 합의를 이뤄낸 용산참사가 '미완의 타결'이란 우려 속에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장례기간 중 발생한 정부의 '시민단체 관계자 기소'와 서울광장에서의 영결식 불허 등이 이어지면서 유족들과 범대위 측의 반발을 낳고 있는 것.
 
'용산범대위'는 5일 오후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례가 치러지기도 전에 정부가 자신의 약속을 뒤엎으려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고인들의 가시는 길마저 더럽히려는 정부의 태도를 강력 규탄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검찰, 1년 전 전철연 사건 용산참사 장례 직전 기소한 이유 왜?
 
앞서 범대위는 재개발 조합 측과의 합의를 이끌어낸 지난해 12월30일 이후, 5일 부터 영결식 및 노제가 예정된 9일 까지를 '범국민 추모기간'으로 정한 뒤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장례 절차 수립에 박차를 가해왔다.
 
종교, 문화계 및 시민사회 단체 인사, 시민상주 등 5000여 명으로 구성되는 장례위원 모집 절차에 들어갔으며, 서울시 등과의 합의 사항 정도를 파악키 위한 '합의사항 이행추진위원회' 구성도 사실상 마무리 하는 등 후속 절차에 돌입한 것.
 
▲ 5일 오후 용산참사범대위가 사고현장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장례위원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CBS노컷뉴스

하지만 검찰이 지난해 참사 발생 당시 전국철거민연합회 간부 들의 '불법 행위' 등을 문제삼아 이들을 기소하면서 범대위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 4일 전철연 소속 노모(53·여)씨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내세운 기소 이유는 업무 방해 혐의. 이들이 지난해 2월과 4월에 걸쳐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재개발 공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검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용산참사 발생 이후 참사현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주도하는 동시, 철거현장에서 농성을 벌이던 중 경찰이 투입되자 여경 2명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이유를 덧붙였지만, 이른바 '감정적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기소과정에서 지난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야간집회금지 조항까지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엇보다 1년 전 사건, 그것도 전철연을 겨냥해 장례 직전 기소한 것에 대해선 '사후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범대위는 이날 "범국민적인 추모와 애도 속에 치러지는 장례식을 방해하는 후안무치하고 패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정부 스스로)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던 합의를 뒤엎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밖에 검찰이 전철연을 겨냥한 것에 대해서도 "표적 수사와 검거를 일삼고 있다"며 "전철연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불법으로 매도하는 예의 행태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 전철연과 범대위에 대한 사후 보복의 조짐으로도 여겨진다"고 성토했다.
 
서울시, '북극체험 행사' 이유로 광장 개방 불허…정부 비판 부담?
 
오는 9일로 예정된 영결식 장소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범대위 측이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장소로 '민주주의의 상징성'을 지닌 서울시청 광장 개최를 요구했으나, 서울시가 석연찮은 이유로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 서울시는 광장 개방을 촉구한 범대위 요구를 거부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유족들과 범대위, 야4당 의원 등이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진행한 위령제 모습. 당시 이들은 서울시청 광장 까지 '천구'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무산됐다)     © 대자보

용산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각계 인사 5,000명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장례절차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범대위는 철거민 5명의 장례식을 '범국민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장소는 서울역 광장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초 '서울광장에서의 영결식 진행' 문제는 지난달 말 서울시 중재 하에 이뤄진 합의에 주요 의제로 담기지 않았으나, 범대위 측과 유족들은 "고인들의 영결식 장소로 서울시청광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서울시의 문을 두드려 왔다.
 
서울시는 범대위 요구에 대해 오는 2월 중순 까지 예정된 '북극체험 행사' 진행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이 문화행사와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도심재개발 정책과 강제철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북극체험 때문이라니 무슨 황당한 소리냐"며 "고 이한열 열사와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등이 열린 서울광장은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역사성을 가진 장소"라고 주장했다.
 
범대위도 "오세훈 시장은 마치 자신이 협상 타결의 주역인 것처럼 거짓 공치사를 남발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수많은 시민들이 참가하는 영결식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질 수 있도록 시청광장을 개방하라"고 밝혔다.
 
현재 범대위는 고(故) 이상림, 이성수, 양회성, 윤용헌, 한대성 등 철거민 5명에 대한 장례식을 9일 정오 서울역 광장에서 치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중 고 이상림 씨의 아들이자 구속 수감 중인 이충연 씨와 경찰 수배에 맞서 명동성당에 은신 중인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 등의 장례식 참석 여부와 관련, 범대위가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놓은 상태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5일~9일 '범국민장'…'시민상주' 5000명, 장지는 모란 공원으로 확정
 
한편 범대위는 이날 영결식 당일 세부 절차와 장례위원회 명단 등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과 관련한 구체적 일정을 설명했다. 장례 기간은 오는 9일까지 닷새 간이며, 장지는 고(故) 전태일 열사가 묻힌 경기 남양주시 모란 공원으로 확정됐다.
 
범대위는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들의 합동 장례식은 범국민적인 추모와 애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범국민장으로 엄수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 각계각층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 범대위는 5일 부터 영결식 당일인 9일 까지를 '범국민장'으로 정하고 구체적 장례 일정을 확정했다.     ©대자보 (자료사진)

5일 오후 12시 현재 장례위원회 고문으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고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 여사, 함세웅 신부 등 35명의 각계 원로인사들이 참여했으며, 상임장례위원장에는 이강실, 조희주 용산범대위 공동대표가 맡기로 했다.
 
이에 앞서 범대위는 1일 부터 '시민상주' 5000명 모집에 들어갔으며, 오는 7일까지 인터넷 등을 통해 각계각층을 모집한 뒤, 영결식 하루 전인 8일 신문광고 등을 통해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민 장례위원도 2000명 이상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범국민장은 장례식 당일 오전 9시 순천향 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갖고, 오전 11시 장충단공원 방향으로 운구를 진행, 퇴계로를 거쳐 영결식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낮 12시 부터 서울역광장에서 영결식이 진행되며 오후 2시 행진을 시작해 오후 3시 노제 장소인 용산참사 현장으로 이동한다. 오후 6시에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하관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범대위는 시민들의 범국민장 동참을 촉구, △추모 주간(5-9일) 동안 분향소 조문과 △시민사회단체의 추모 플래카드 부착 △장례식 당일 낮 12시 정각 1분 간의 추모 묵념 △10초 간의 추모 경적 △온라인 상 추모 리본 달기 등을 촉구했다.
 
범대위는 "국민 여러분께서 상주가 되시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들의 가시는 길을 배웅해 주시기 바란다"며 "진실과 정의의 이름으로 열사들이 되살아오실 수 있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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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05 [17: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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