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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식적인 좌파, 진중권
한국의 아웃사이더 지식인 진중권
 
변희재
앞으로 연재해나갈 [사람들 사이로]의 첫 손님은 한국의 아웃사이더 지식인 진중권이다. 진중권은 이미 한국 지식 사회에서 작은 거인으로 등장하고 있고 그 동안 대자보에 다수의 글을 투고해준 관계로 조금 친근한 면도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를 주저없이 첫 손님으로 선택하였다.

또한 나와 강준만에 관련된 글을 서로 주고 받기도 하였고 그의 저서 [미학 오디세이]는 내가 처음 미학을 공부할 때 길라잡이 역할도 해주어 개인적으로도 진중권에 대한 관심은 항상 갖고 있었다.

진중권과의 첫 만남

우리는 지난 주 토요일 신촌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났다. 진중권과 더불어 말로만 듣던 그의 일본인 부인도 함께 만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물론 연세대 강연회 때도 부인을 동행하고 나온 것이 한국적 관습으로 볼 때 좀 독특하다 생각하여 그것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항상 부인과 함께 나오는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니 심심해하는 것 같아 외출 삼아 함께 나왔습니다."

듣고 보니 참 당연한 말이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진중권 입장에서 즐거운 대화의 자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나 역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실제로도 진중권과의 인터뷰는 그냥 서로 농담도 하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나를 비롯하여 [대자보] 쪽도 장신기 정치부장, 구도형 출판국장 그리고 진중권의 대학 후배 한 명 등 4명이 나갔으니 어차피 피장파장이었다.

사실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인터뷰 대상에 대해 철저히 연구를 하고 나가야한다는 것과 인터뷰하면서 질문과 답이 끊어지지 않게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중권과의 대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첫째 부분은 평소부터 진중권에 대해서는 늘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둘째 부분은 어느 질문을 던져도 진중권이 알아서 다 답을 해주고, 다음 질문까지 암시적으로 이어줬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인터뷰 끝나고 정리하는 게 더 힘들었을 정도였다.

상식에 대하여

물론 대충 하나로 묶어보면 '상식'이라는 너무나 상식적인 주제였다. 자칭 좌파라 행세하는 사람들이 [조선일보]에 기고를 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들이 꼭 나쁜 의도로 그렇게 한다기 보다는 그냥 남들 다 해왔고 남들 다 하고 있으니까 그게 또 하나의 상식이 된 것뿐입니다. 이제 한 명이 나서서 거기에 대해 지적을 했으니 앞으로 바뀔 겁니다. 실제로 [조선일보]에서 저에게 원고청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요즘 원고 청탁할 곳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더군요.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조선일보]에 기고하던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마저 더 이상 [조선일보]에 기고하지 않겠다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거였다.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는 견고해 보이면서도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제대로 된 상식을 찾아나서는 것이야 말로 하나의 작지만 큰 실천이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실제로 토론을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많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 관례라는 이름으로 상식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은 말과 행동이 완전히 따로 노는 사이비 지식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개시끼들", "병신들"하면서 욕을 퍼붓다가도,

"한국사회는 제가 체험한 독일에 비교한다면 30년 뒤져있어요. 그런 상황을 일단 인정하면 그렇게 분노를 퍼붓기보다는 개그로 즐기게 됩니다."

그래서 그 역시 극우 파시스트를 비판할 때, 진지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개그로 접근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책을 펴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이젠 [조선일보]가 어느 정도 희화화 되었잖아요? 최소한 [조선일보]가 펴는 주장이 헛소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대충 다 압니다. 독일의 유력지들은 발행부수가 50만부도 안 넘어가요. 200만부 이상 나가는 신문은 선정적인 신문들 뿐이지요. 그러니 [조선일보]가 300만부 나간다고 자랑하는 것은 그 자체로 코메디에요."

이런 건 아이러니이다. [조선일보]가 300만부 발행된다는 것 자체가 [조선일보]의 수준을 드러내주는 것인데, 바로 그 발행부수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3만부 정도만 나간다면 진중권의 말대로 그냥 귀여운 개그로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진중권이 욕을 퍼붓다가, 어느 순간 웃으며 즐기다가, 또 다시 욕을 퍼붓는 것도 이런 상황을 보고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그 역시 그때 기분 따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독일에 있을 때만 해도 그냥 웃고 즐기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좀 달라지더군요. 갑자기 화가 치밀 때가 있지요. 그래서 조만간 다시 외국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외국에서 편하게 즐기다가 한국에 와서 좀 놀아주다가 다시 나가고, 뭐 이런 것이지요. 외국에 있으면 편하고 좋은데 심심할 때가 있거든요."

참, 나도 개인적으로 2-3년 안에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꿈이다. 그 역시 나에게 외국에 가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거라는 충고를 해줬다. 그런데 또 문득 생각해보면 진중권이 비판하는 사이비들 역시 대부분 외국물 먹은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나는 그래서 조기교육을 중요성을 언급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1등, 1등 하며 승리 이데올로기를 향해 달려가다보니까 스무 살 넘어서 외국 나가봐야 20년 동안 몸에 밴 세계관을 바꾸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런 것도 어찌보면 다 상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식적으로 멀쩡한 사람들이 갑자기 교수가 된다든지 정치가가 되면서 돌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진중권이 말하는 진보와 한국사회

진중권은 자신을 좌파로 규정했다. 그런데 흔히 좌파라 말하는 PD운동세력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었다. 물론 NL도 비판했고 강준만까지 포함하면 자유주의 세력도 비판했다. 내가 예전부터 궁금해했던 것인데 그렇다면 진중권이 말하는 좌파, 혹은 진보란 무엇일까?

"대학시절 맑시스트로서의 이론적 입장은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것은 이론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고, 현실 상황을 봤을 때 사민주의적 관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정말 나중에 신체의 장기를 가지고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하게 될지도 모르는 법이지요. 최소한 노숙자들이 거리에 내몰렸는데 거기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구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 한국에  그런 것 있습니까? 우선 그런 것부터 해나가야지요."

나는 개인적으로 기존 학생운동권 사람들과 통신상에서 자주 논쟁을 벌인 경험이 있다. 80년대에 학생운동 경력이 있고 지금도 좌파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진중권은 현재의 학생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가 궁금했었다.

"사실은 잘은 몰라요.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서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NL, PD라는 구도가 그대로 존속되어 있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겁니다. 그 문제는 민주주의 문제에요. PD도 자기 개혁을 해서 우리 때 갖고 있었던 관료주의적 행태를 고쳐나가야지요."

그렇다면 그런 체제를 만들었던 80년대 운동도 거기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진중권은 [신동아]에서 386세대들에 관한 대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과 관련해 인물과사상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하였다.

"우리 때만 해도 공부도 많이 하고 실존적 존재에 관해 고민도 많이 하긴 했어요. 그러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대중동원이 운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버렸지요. 그러다보니 그것을 가장 하기 수월한 군대방식이 된 것입니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잘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아마도 그런 것은 진중권이 생각하는 근대성 혹은 합리성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근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그런 관료적인 체제는 구태의연한 악습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점들은 바로 근대성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이미 IMF 때 다 드러났어요. 한국사회는 시장의 합리성과 기술의 합리성마저도 확보하지 못했어요. 다 무너지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이성의 과잉 어쩌고 하면서 탈근대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되지요."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나는 진중권이 과연 좌파일까 우파일까 헛갈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 진보와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구분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을 서강대 정외과의 손호철 교수와 전북대 신방과의 강준만 교수에 관한 질문으로 돌려 물어보았다. 좌파인 손호철 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우파인 강준만 교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진중권은 연세대 강연회에서 강준만 교수에 대해 95% 동의한다고 했었다. 좌파 지식인이 우파 지식인에 대해 95%동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좌파 지식인들 중에 진보를 특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실제로 하는 짓은 보수들하고 똑같으면서두요. 손호철 교수 같은 사람은 그냥 우파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좌파 학자들은 저와 비슷한 생각들은 다 하고 있다고 봐요.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다들 말을 못해서 그렇지요.  강준만 교수에게 95% 동의한다는 것은 그의 행동방식에 관한 것이지요. 사상이야 다 다를 수 있잖아요. 다만 특정한 시기에 서로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면 그가 했던 발언에 대해서 동의할 수는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독일에 있을 때는 강준만 교수가 했던 진보적 지식인들에 관한 비판에 30%동의, 70%반대였는데 한국에 돌어와서는 50 대 50 정도로 봅니다. 아마도 이것은 점점 더 동의할 부분이 많아질 것 같아요."

진중권, 강준만, 대자보

진중권은 삼인 출판사의 {자유주의라는 화두}라는 책에서 강준만 교수를 비판한 적이 있었다. 그가 진보적 지식인을 비판할 때의 잣대가 공정하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강준만 교수가 반론하기 앞서 내가 먼저 반박을 했었는데 그는 내 비판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글 자체가 너무 정치적이었어요. 저의 텍스트를 하나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정치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썼길래 이것은 토론하자고 쓴 글 아닌 것 같았어요. 특히 복제인간 부분은 너무 심했어요. 저는 학생운동권 쪽에서 쓴 글인 줄 알아서 반론을 했는데, 아닌 줄 알았으면 아마 그냥 놔뒀을 거에요. 저는 아직도 학생운동권에 대해서는 애정과 애증을 함께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 문제는 이렇다. 나는 올 초에 대자보를 통해 처음으로 공적매체에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PC통신에다 자유롭게 글을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그러니 내 글을 진중권이 직접 본다는 것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진중권이 반론을 하고나서야, "아, 진중권이 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텍스트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복제인간 운운하는 표현은 지나쳤다. 진중권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나는 그 글을 인물과 사상 6월호에 실은 것이 더 큰 잘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때는 어차피 진중권도 봤고 대자보라는 작은 매체에 실린 글인데 뭐 어떨까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 글은 인물과 사상에 실어서는 안 되는 글이었던 것 같다. 대자보라는 매체에서 시작했으면 대자보라는 매체에서 끝냈어야 했다.

그것은 똑같은 이야기인데 대자보라는 것이 매체인지 동호회인지 정확히 분간하기 어려웠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진중권은 독일에 있는 상황이었고, 어차피 내가 그를 실제로 만날 기회는 없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다.

진중권 역시 강준만 비판에 대해서는 조금 악수를 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글을 쓴 것과 출판된 것은 7개월의 시차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의적으로 적절치 않았지요. 그래서 강준만 교수의 반론에 대해 더 이상 재반론하지 않았습니다."

진중권은 그러면서 대자보에 이런 제안을 했다. 강준만 교수와 인물과 사상사가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의 명예훼손 소송 1심 재판에서 패했는데 그것에 대한 모금운동을 시작하자고.

"돈을 모아 이한우 기자에게 줘야 돼요. 그 돈이나 받고 떨어지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번 24호부터 대자보는 인물과사상사 및 월간 말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은 그들과 접촉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사상 독자모임과 대자보, 그리고 진중권 등이 함께 하는 작은 실천 운동의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뒤풀이

사실 진중권과의 인터뷰는 이것으로 끝났다. 물론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 역량 상 그것을 다 기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찻집을 나와 간단히 술을 마시며 좀 더 편하고 쉬운 대화를 했었다.

근대성과 연애의 관계, 여성을 위한 에로영화는 가능한가? 진중권은 자신의 부인에게 어떠한 점이 끌렸던가? 독일의 맥주와 한국의 맥주의 차이점. 왜 자유주의자들이 더 억압될 수밖에 없는가? 죽음의 미학에 관하여, 대학시절 진중권의 여성에 대한 인기도, 등등.

다만 내가 술이 너무 많이 취해 그것을 다 기억해서 쓰기 힘들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진중권은 훨씬 더 유쾌하고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어차피 한번 태어난 인생, 그래도 세상에 태어난 명분과 실리는 찾아야하지 않겠는가?

한 가지 정보를 주면 진중권은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대학생이라면 언제든지 술 한 잔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하니 이 글을 읽는 대학생들은 그에게 메일이라도 보내봤으면 한다.  진중권 : mkyoko@chollian.net

* 본문은 대자보 24호(1999. 11. 24)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02/02/28 [00:5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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