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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언론과 보수세력들의 반란과 좌절
인터넷에서 우파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양문석   기사입력  2003/05/01 [00:23]
보수세력들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논리와 행태로 기존의 주류사회가 고립되고 또 붕괴의 조짐마저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수구언론들의 위기로부터 증폭되는 양상이다.

서교장자살사건의 직접원인으로 진교사와 전교조의 사과요구로 지목했던 조선일보를 필두로한 수구언론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해부터 각종 이슈에 대한 여론장악 실패로 그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되던 조중동 등 수구언론들이 서교장자살사건을 계기로 '썩어도 준치'라는 신화를 이어가는 듯 했다.

한데 서교장자살사건과 관련해서 새로운 증거문건인 '사유서'가 공개됨으로써,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 사유서는 진교사가 '문제제기'한 내용 대부분을 충남도 교육청이 받아들였다는 증거다. 또한 서교장 역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이 사유서를 작성함으로써, 사제지간에 차시중도 못하냐며 기간제교사인 진선생을 비난하고 이를 부추겼다며 전교조를 매도했던  수구언론들의 주장은 단번에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이 사유서는 기간제교사에게 떠맡겨진 접대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분장이 본질임도 드러났다. 그 결과 악의에 찬 수구언론들의 '전교조죽이기'가 오히려 부메랑이되어 이들 언론과 보수세력들의 목을 겨냥하고 있는 형편이다.

진실성도 없고 공정성도 없는 언론들이 세상을 향해 노골적으로 거짓말과 편파보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수구언론들의 주장만 믿고 전교조와 기간제교사를 매도했던 한나라당과 교장협의회 등도 수구언론들의 공범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서교장을 '영웅'으로 만들어 전교조를 반격하기 위한 대규모 이벤트를 갖겠다는 교장협의회의 선언은 일순간 세상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구세력들의 위기는 또 다른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9일밤 방송되었던 KBS의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매일경제신문 논설고문을 역임하고 현재 월간 '경제풍월' 대표인 배병휴씨가 보인 토론행위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 날 배씨가 한 발언을 대충살펴보면, "교수가 뭘 연구하는지 모르겠네", "교수님들 제대로 연구하세요", "기자실에 들어가보지도 않은 양반이 기자실 얘기를 자꾸 하고 앉았네. 기자실 언제 가보셨어요?", "우리나라에서 조중동 빼고는 대부분이 관변언론이요" 등이다.

원로언론인 배씨가 원로답지 않게 토론회 내내 신경질을 내며, 조중동을 비판하는 반대편 패널들을 윽박지르듯이 감정적인 토론을 하는 모양새는 배씨 개인의 성격문제로도 볼수 있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수구세력들의 초조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방송이 끝난 각종 인터넷 게시판은 배씨의 토론행태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최근 언론개혁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 공동배달제와 관련해서 조중동의 보도는 논리적으로 그 어떤 근거도 찾아보기 힘든 '지면의 사유화'를 넘어 '정치적 선동' 수준이다. 자신 스스로를 '비판언론'이라고 이름붙이지 않나, 언론자유수호를 위한 투사인양 스스로를 포장하지를 않나 참으로 가관이다. 그리고 이에 편승해서 한나라당과 박종희대변인은 가장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조중동의 기사만 보고 초등학생의 글짓기 수준의 논평까지 낸다. 이것이 또 수구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으로부터 집중타를 맞았다.

최근 몇 가지 사안을 통해서 보듯이, 수구세력들이 갖는 '반개혁적' 태도는 이제 위험수위에 다다른 느낌이다. 특히 수구언론은 언론보도의 기본규범인 진실성과 공정성 즉 객관성이라는 원칙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오로지 작문을 통한 대국민 선동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것은 수구언론들과 보수세력들이 느끼는 총체적인 위기의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철저한 자기개혁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과 정책을 바꾸려는 개혁세력을 '물어뜯으면서' 넘어가려한다. 점점 위기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논쟁의 스펙트럼이 변하고 있다. 수구세력중심의 논쟁 대립구도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중도파를 중심으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간의 논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파 중심의 극우극좌논쟁이 중도파 중심의 좌우 대립구도로 변한다는 것은 우리사회 주류세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언론학 박사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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