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김수환 추기경은 예방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에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정권교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잘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김 추기경은 노 대통령의 이종석 통일부장관 옹호론과 관련해 "미국을 제치면 오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미국 없이 통일할 수 있겠는가"하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주문했다. 정권교체. 그것도 종교계 최고 수장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정말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는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정치현황을 접하고있는 정치인들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더더구나 남북한 문제는 의도적인 군사력 확대를 추진해왔던 일본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 이어 국내 사학법 개정문제를 놓고 옹호해왔던 현재 한국 카톨릭은 현존하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애써 외면한 것 외에 다른 대안을 갖고있었던가? 김수환 추기경의 정권비판과 교체는 마치 과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을 비난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게다가 그러한 당시 비난의 화두 속에서 가장 격렬했던 반응과 투쟁을 벌여왔던 자들은 다름 아닌 독일 나치들이었다.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한국은 민족주의노선보다 매국적이고 매판적인 자들이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국가 정체성과 역사조차 불분명한 그 이상한 애국심을 시민들에게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이상한 애국심이란, 현재에 이르러 일제 당시 종파를 막론하고 일장기와 일왕사진을 앞에 두고 참배를 수행해온 것들이 전부이며, 이제는 성조기를 앞에 두고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매년 3월 1일만 되면 열심히 기도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른바 과거 일장기대신 성조기를 앞세워 태극기를 눌러왔던 것. 그렇다면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해 10월 "이 정권이 어디로 가고있는지 모르겠다"며 비난한 다음, 오늘 한나라당 당대표가 예방한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얘기한 점을 어떻게 봐야할까? 김수환 추기경 눈에는 과거와 달리 군부독재 세력도 유용하다는 것일까? 이것은 분명히 우리 안의 파시즘이 어디까지 확대되었는지 확인한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정작 대다수 시민들이 따져 묻고 싶었던 것은 오히려 종교계가 아닐까? 어디로 갈지 전혀 알길 없는 산업화된 종교계를 지켜보고 있는 대중들은 각종 부조리와 정치화로 둘러 쌓여있는 종교계조차 거북스럽다. 이런 가운데 김 추기경의 발언은 종교계에 대한 환멸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분명 현존하는 종교계가 걷고있는 길은 보수화가 아니며, 친미적인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과거 일제시대의 오판과 부조리를 답습하고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종교계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도 강대국들의 입김아래 안주하고싶은 욕망만 신자들에게 반복시킬 뿐이라는 점이다. 종교계 수장으로써 정치권의 정권교체는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다. 김 추기경의 발언을 두고 과거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의 탄핵을 상기하자면 또 한 번 탄핵위기로 몰리며 전국민적인 반감을 사고있는 글로리아 아로요 현 대통령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바로 이 점을 묻고 싶다. 김수환 추기경과 정치화에 목을 멘 기독교는 남 얘기하기에는 팔자가 기구하지 않나? 한 번 더 따져 묻고자 함은 성직자가 한국 카톨릭의 전부가 아니다. 분명 한국 천주교사를 찾아보면 전도자 없이 천주실의를 들여온 사람들이 한반도 최초의 카톨릭 신자라면 그들이 성직자들을 끌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권교체보다 정치화에 목을 멘 종교계 수장들에 대한 교체가 더 시급하다고 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역사는 무능력한 정치지도자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97년 IMF사태를 주도하며 경제파탄을 이끌었던 자들이 지난 9년 동안 국론분열을 통해 정권을 탈취하기직전까지 와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보시길 바란다. 최악의 수해가 한반도를 뒤덮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와 각종 향응 등으로 민심을 외면하는 한나라당이 과거 유다왕국과 시드기아국왕 그리고 그의 추종자들과 무슨 차이가 나는가? 이것이야말로 성서에도 나와있는 성직자들의 치명적인 오류와 오판 아닌가? 더도 말할 것도 없이 정권교체는 종교계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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