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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6·13 지방선거 그 이후
정치권의 빅뱅과 진보의 시대가 온다
 
최병천   기사입력  2002/06/13 [17:20]
아직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현재까지 추세를 가지고 약간의 예측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1. 민주노동당의 지방선거 목표 - 경우의 수 'A'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체적으로 쟁취해야 할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3가지이다. (1) 울산시장 당선 (2) 광역단체장 유효득표 2%를 통한 국고보조금 24억원 쟁취 (3) 정당명부제를 통한 광역단위 비례대표 의원의 당선.....

{IMAGE1_LEFT}이 3가지 목표를 성공했을 경우 민주노동당은 명실상부한 <제도권> 정당이 되는 것이다. (1) 울산시장 당선이 된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정치적 <실체>로서 대중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국고보조금을 쟁취하게 된다는 것은 <국가>가 인정하는 정당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마지막으로 광역단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의원을 당선시킨다는 것은 이후 대선과 총선에서 전국정당으로의 도약이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에서는 제1여당으로 광주와 부산, 경남에서는 제1야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 모든 것들을 한마디로 압축해보면 민주노동당은 이제 "뜨는 정당"이 된다. 광역단체장+국고보조금+정당명부 의원... 에 합쳐서 민주노동당만이 간직하고 있는 <2만 5천명에 이르는 당원>과 <민주노총이라는 든든한 노동자 대중조직>의 힘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 한국정치에 끼칠 파괴력은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2. 민주당의 참패 - 경우의 수 'B'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을 제출하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 스스로도 인정할 정도이다. 문제는 참패의 강도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곳은 <서울> 이외에는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질 가능성이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여론조사로 확인되는 20대의 투표참가 의지는 약 25%로 나타나고 있다. 세대별 여론조사를 합쳐서 '박빙열세'(2~4%)인 김민석 후보는 20대·30대의 투표율이 떨어지게 되면서 뜻밖에 큰 패배를 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아무튼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민주당은 참패를 할 가능성이 많다.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곳은 전남과 전북밖에 없다.

나머지 광주시장의 경우와 제주지사의 선거가 '박빙'의 상태이다. 광주시장의 경우 부동표의 상당부분이 민주당으로 쓸려갈 것을 생각할 때 설마 큰 이변이 있겠나 싶지만 제주지사의 경우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 만일 민주당이 광주시장선거에서 패배하고 제주지사에서도 패배한다면 최악의 참패를 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남과 전북을 제외하고 '전부' 패배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내에서 제1 야당으로의 진입을 노리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성공하게 된다면 '영남지역주의'에 대한 결.정.적.인. <균열>이 민주노동당의 성장과 맞물리면서 전개될 것이다.

원래 무슨 무슨 대결구도는 <대립쌍>이 있을 때만 성립 가능하다. 영남지역에서 <호남지역주의 세력>이 완전히 힘을 잃을 경우 그 대립구도는 자연스럽게 <진보 vs. 보수>로 전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자민련의 몰락 - 경우의 수 'C'

충남, 충북, 대전과 한때 경북일부와 강원까지도 석권하였던 자민련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죽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후보'의 부재가 정당지지율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 우리는 자민련의 사례를 통해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노풍에 대한 신비판적 지지를 하고 독자후보 포기를 주장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는 정치의 ABC도 모르는 우매한 주장이거나 민주당 똘마니들의 선동논리에 현혹되는 것이다. )

아무튼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은 충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이다. 또한 평소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났지만 선거기간에서는 드러날 일이 별로 없었던 <전국적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노동당에 뒤지는 것이 '현상화'될 것이다.

자민련은 충남지사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충북에서 절대적 열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대전시장에서 박빙을 연출하고 있다. 대전시장에서 박빙을 연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율이 낮을 것을 감안하면 자민련이 신승할 가능성이 더 많지만 행여나 대전시장에서 패배할 경우 자민련의 정치적 위상이라는 것은 민주노동당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열등하고 어떤 면에서는 약간 나은 상황으로 급속하게 추락하게 된다. (더 나은 면은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한편 자민련은 충남지사를 보유하고 있는 정당인데 민주노동당은 울산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딱히 자민련의 정치적 위상이 민주노동당보다 나을 것이 없게 된다. 전국적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노동당이 더 우위를 보이기라도 한다면 정말이지 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위상에 있어서 '셈셈'이 되는 셈이다.

4. [정치적 파장 1] 지역주의 보수정치권의 빅뱅 - 경우의 수 'D'

이 경우 정치권의 세력판도는 한나라당의 <1강> - 민주당의 <1중> - 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의 <2약>으로 재편되게 된다. 1강-1중-2약 체제가 성립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민주노동당의 <제도권 진출>이 성공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노동당에게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위기는 기회이고 거꾸로 기회는 위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현상화될 정치권의 파장은 <대권구도의 요동>으로 드러날 것이다. 1차적으로는 민주당에서 책임론을 둘러싼 잡음이 동교동계와 쇄신파들과 DJ사이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제2차 쇄신파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제2차 쇄신파동은 그러나 제1차 쇄신파동과는 그 방향이 전혀 다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무튼 김대중은 월드컵 열기로 자식사랑을 실천해보려던 시도가 실패하고 '홍삼게이트'에 대한 정치적 책임으로 사법처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번째 변화는 다시 이회창 대세론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노무현과 이회창의 지지율은 거의 박빙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박빙의 구도에서 지방선거에서의 민주당 참패는 <조직적 지지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노무현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노무현의 광주 지원유세 과정에서 광주 노사모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강행하려고 시도했던 것에서도 드러났듯이 노무현은 '노사모의' 노무현이 아니라 '민주당의' 노무현일 뿐이다. 그것도 민주당 조직의 핵심 실세인 <동교동계의 조직적 지지·엄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유명한 정치인 한명'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들은 [영남 대안 후보론]을 내세우며 정몽준, 박근혜, 이인제, 김종필의 연대가 가시적으로 시도되는 것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조직이 유지되려면 <돈>, <지역조직>, <명망가>의 3박자를 안정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분업하는 체제가 될 때만 가능한데 정몽준은 <돈>과 <조직>을, 김종필과 정몽준은 (충청도와 현대그룹이라는) <지역조직>을, 박근혜와 정몽준은 <명망성>을 서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지만 서로 공생의 필요성이 또한 존재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중에서 이인제가 이용만 당하고 '팽'당할 가능성이 제일 많다. 왜냐하면, 쓸모없는 인간이므로.. )

이회창-노무현-정몽준(당권:박근혜)의 구도가 가능 확률높은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는 이회창-노무현-정몽준-이인제(당권:김종필)의 상황도 확률높은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노무현에게 유리할지, 이회창에게 유리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국면이 된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동교동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정당조직이 유지되려면 <돈>+<지역조직>+<대중적 명망성>의 3박자가 서로 유기적으로 분업할 때만 가능하다. 동교동계는 <돈>과 <호남+서울 지역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서 노무현은 돈과 지역조직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노무현은 여전히 '노사모'라는 정치 팬클럽의 지지를 받는 '쏠로'일 뿐이다. 노사모는 정치인 팬클럽에 지나지 않지 결코 '정치조직'이 아니라는 점은 노무현에게 큰 힘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한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교동계가 노무현의 당선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정몽준 또는 이인제 세력과 다시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바로 이 지점(!) 동교동계의 "밀레니엄 선택"이 현실화되기라도 한다면 한국 정치권은 빅뱅에 버금가는 요동을 치게될 것이다. 왜냐하면 동교동계의 밀레니엄 선택이 의미하는 것은 동교동계와 386출신 명망가의 동거정당인 민주당이 분화(분열)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교동계의 밀레니엄 선택은 국민경선제로 당선된 노무현에 대한 "공식적 보이콧"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능성은 노무현의 당선가능성이라는 구심력과 정몽준과 박근혜의 부상이라는 원심력 사이의 '균형점'에서 형성될 것이다. 그래서 대선 이전까지의 상황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당선이 좌절되는 경우 <돈>과 <지역조직>을 가지고 있는 동교동계의 민주당내부에서의 '쿠데타'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쿠데타이거나 혹은 보이콧이거나... 동교동계는 그 두 가지 이외에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동교동계와 맞물려 있는 노무현의 선택은 동교동계에게 획기적으로 종속되거나 아니면 꼬마민주당 시절처럼 다시 '쏠로'로 고군분투하거나 하는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동교동계가 밀레니엄 선택을 하게 된다면 민주당내 386 명망가들은 3등분 이상으로 쪼개질 것이다. 일부는 동교동계와 함께 정몽준 또는 이인제에 합류하고, 일부는 노무현과 함께 독자정당을 모색하고, 일부는 한나라당과 제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정치권의 지각변동은 대선때까지는 잠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노무현의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든가, 아니면 노무현이 대권에서 실패하는 경우 대선 직전에 폭발적으로 현상화될 것이라 전망된다. 돈과 조직과 대중적 명망성을 한데 모았던 "카리스마의 시대"가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는 포스트 3김 시대의 정치적 파장은 대선 직전이냐 대선 직후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화산의 폭발 직전의 부글거리는 마그마처럼 2004년 총선까지 지면 밑에서 계속 꿈틀거릴 것이다.

5. [정치적 파장 2] 민주노동당의 약진 - 경우의 수 A+B+C+D가 만날 때

경우의 수 'D'로 표현되었던 상황을 간략하게 다시 정리해보자.

한나라당 : 이회창 헤게모니의 강력한 결집과 이회창 대세론의 재탈환
민주당 : 동교동계와 386 명망가의 분화 조짐 + 동교동계에 의한 노무현 보이콧 가능성
자민련 : 정치적 지위의 급격한 추락으로 '연대'의 필요성 절실
이인제 : 돈도 지역조직도 없음. 연대 필요성 절실. 지지기반 충청 중심
박근혜 : 지지기반 경북 중심. 돈도 지역조직도 없음. 박정희 향수가 명망성의 핵심 자원
정몽준 : 현대그룹이라는 튼튼한 전국조직과 전국적 명망성을 가지고 있음. 영남 영향력 상당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돈>과 <호남+서울 지역조직>을 가지고 있는 동교동계가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등과 적극적인 연합을 시도하면서 "밀레니엄 선택"을 하는 경우이다. <돈>과 <지역조직>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386 정치인들은 동교동계를 떠나서는 자립할 수 없다. 이들은 동교동계를 떠나서는 과거 '꼬마민주당'의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등과 연합을 시도하는 동교동계를 쫒아가거나 아니면 '꼬마민주당'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을 각오하는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 이중에서 전자를 선택하자니 386의 이미지는 완전히 구겨지는 것이고 후자를 선택하자니 정치적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각 정당의 세력 분포별와 동교동계의 새로운 선택을 핵심 변수로 하는 위와 같은 세력분포의 새로운 조합이 남한 진보진영에게 의미하는 것은 결국 민주당에 결합하고 있는 <386거품>의 정치적 좌절 혹은 새로운 선택의 시점이 도래했음을 말한다. 또한 더욱 거대한 의미로는 영남지역주의 VS. 호남지역주의로 구심점을 형성하고 있던 <지역대립구도>가 뒤죽박죽으로 뒤엉켜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친자본가적 지배세력의 교란은 언제나 노동친화적 저항세력에게 절호의 찬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울산시장 당선+국고보조금 쟁취+ 정당명부 득표율의 선전을 이룩하게 된다면 명실상부한 <제도권 정당>으로 진입하게 된다는 정치사적으로 획기적인 의미가 가히 폭발적인 영향력으로 발휘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민주노동당은 현재 당원 2만 3천명을 보유하고 있는 '당비내는 당원수를 기준으로' 남한 최대의 정당임이 틀림없다. 거기다가 민주노총이라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민주적 대중조직과 함께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 한국노총 역시도 민주노동당의 대오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며, 노동운동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대통합이라는 흐름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이 현상화되는 시점은 민주노동당의 원내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는 2004년 전후가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또한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10만명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합쳐서 150만 대중조직이 지지·엄호하고 2004년 총선을 통해서 국회의원 3∼10명을 확보한 당원 10만명을 확보한 대중정당이 출현한다는 것은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위에 열거했던 친자본가적 지배세력의 분열과 맞물리면서 일대 지각변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한다면 동교동계에서 이탈한 민주당 386세대가 튼튼한 대중조직+당원조직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일부'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그들을 배타적으로 거부할 필요성이 없다. 왜냐하면 설령 민주당 386세대 일부가 민주노동당에 합류하게 되더라도 <노동계급의 헤게모니>에 '견인'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PT당은 우리나라로 치면 울산공업지대와 같은 ABC 공업지대 노동자들과 해방신학 계열의 카톨릭 세력과 빈민운동을 하던 풀뿌리 지역운동 세력과 <진보적 야당 국회의원 세력 일부>가 결합하면서 집권을 노리는 거대 야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민주당의 공중분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과거 영국 자유당과 영구 보수당의 대립구도에서 영국 노동당의 부상이 영국 보수당이 아닌(!) 영국 자유당을 몰락시키고 노동당/보수당의 대립구도를 정립시켰듯이 진보 VS. 보수라는 한국 정치권의 새로운 대립구도는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의 몰락에서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이다. 물론, 2004년을 전후한 민주노동당의 비약적인 정치적 성장은 아직은 민주노동당 단독으로 한나라당과 대적할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2004년 3~10석에 이르는 국회의원 원내 진입이라는 상당히 실현가능성 높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1강(한나라당) - 2중(동교동계와 정몽준[박근혜] 연합세력 + 민주노동당) - 2약('꼬마 민주당' 수준으로 살아남는 민주당 386 잔류파 + 김종필과 이인제 연합세력)의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6. 글을 맺으며 - <진보 vs. 보수>가 대결하는 시대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이라는 조직은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호남지역주의 세력과 386으로 상징되는 명망가 위주의 민주화세력이 결합한 정당이다. 광주 시민들이 이번 광주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시장 후보를 떨어뜨리고 무소속 정동년 후보를 당선시키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노풍을 뛰어넘는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왜냐하면 동교동계의 정치적 고향 광주에서, 동교동계를 광주 시민들의 보이콧했다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대결구도는 점점 낡은 것으로 그 생명을 다하고 있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가시화되고 있다. 그 리트머스 시험지는 광주, 울산, 부산, 경남이 될 것이다. 광주는 광주시민들이 동교동계를 거부할 수 있는지를 통해서 드러나게 될 것이고 울산의 경우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당선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파괴력에 있어서 광주와 울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을 하게 된다면 그간의 세월에서 지역주의의 포로로 지내왔던 영남민중들은 한나라당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호남지역주의 정당'인 민주당 말고 전혀 새롭고 획기적인 대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물론 <노동배제적 보수정당 VS. 노동친화적 진보정당>의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대립구도가 바로 그것이다.

저항적 지역주의를 내세우며 대안세력임을 주장했던 민주당은 정권을 잡자마자 자신들이 대안세력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입증시켰다. 부정부패에 있어서도 한나라당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으며 노동자·서민친화적 복지정책에 있어서도 한나라당보다 딱히 더 나을 것이 없었으면 민주주의적 기본권에 있어서도 테러방지법에서 드러나듯 한나라당보다 딱히 더 나을 것이 없었음이 입증되었다. 한국정치사에서 민주당 정권이 이룩한 정치적 성과물이 있었다면 햇볕정책과 '정권교체' 그 자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영역에서 민주당은 결코 대안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1년 옷로비 사건 이후부터 분기별로 언론에 나타나고 있는 각종 부정부패 사건은 그 극명한 결정체이다.

1960년 4·19 민중항쟁이 터지기 바로 직전에 일제시대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계보를 잇고 있던 조봉암과 혁신세력은 평화통일과 노동친화적 복지정책을 핵심 강령으로 하는 진보당을 창당했으나 친미 반공주의 세력이었던 이승만 세력에 의해서 북진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을 당의 강령으로 채택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아야만 했다. 그 이후로 한국전쟁의 과정에서 초토화되었던 남한의 진보적 정치세력은 '지하'로 들어가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남한의 좌파 정치세력은 인혁당, 통혁당, 남민전으로 그 명맥만 유지하면서 노동계급의 대중적 성장이라는 아주 오랜 세월을 준비해야만 했다. 실로 50년도 더 넘는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1970년대를 즈음하여 반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하던 남한은 자본주의적 모순과 함께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 계급을 스스로 잉태하고 있었다. 남한 노동계급 '최초의 선언'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해방된 인간형을 간직하고 있었던 전태일 열사의 분신항거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시 80년 광주.. 다시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폭발... 95년 민주노총의 출범과 2000년 1월 30일 민주노동당의 역사적인 창당으로 이어졌다.

{IMAGE2_RIGHT}역사는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울산시장 당선을 비롯한 약진에 대해서 억압과 착취에 맞서 공장에서 기업주를 상대로 하는 경제적 항쟁만을 전개하던, <남한 노동계급이 '정치'에 공식적으로 진입한 날>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지역주의 정치가 서서히 몰락하고 <진보 VS. 보수>의 대립구도가 정치의 중심 축을 구성하는, 그리하여 내 고향이 전라도인지 경상도인지가 정치를 판단하는 준거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친화적 정치세력>인지 아니면 <노동배제적 정치세력>인지가 정치적 판단의 핵심적 기준으로 채택되는 그런 시대가 지금 우리에게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 정치사에서 6.·13일의 밤은,
해방이후 한국전쟁과 함께 초토화되었던 진보적 좌파 정치세력이 다시 공식적으로 부활을 선포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6·13일의 밤은,
진보당의 조봉암 당수가 사형을 선고받은 이래로 다시 '진보적 정치세력'을 부활을 선포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6·13일의 밤은,
1970년, '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노동계급의 정치·경제적 각성과 단결을 촉구하였던 전태일 열사의 유언이 드디어 공식화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 정치사에서 6·13일의 밤은,
낡은 지역주의 정치세력의 자기 동력이 모두 쇠진하여 민중들 스스로 그들에게 최초의 한방을 날리고 새로운 진보적 정치세력과 남한 노동계급에게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을 전달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87년 6월항쟁이 있고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장에서 문익환 목사님은 "전태일 열사여~"로 시작되는 가슴 찢어지게 한으로 사무치는 열사의 이름들을 하나 하나 전부 소리쳐 불러내었다.

그리고 다시 15년의 세월이 지났다.

2002년 6월의 밤에, 우리는 다시 열사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내어도 좋을 것이다. 열사의 이름은 물론이고 숱한 세월동안 노동배제적 친자본가적 보수정당들에 의해서 철저히 유린되었던 이 땅의 모든 노동계급의 이름으로, 단병호 동지를 비롯하여 박용진 동지를 포함하는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도 감옥에 있는 사랑하는 동지들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내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지금도 농성장에서 파업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투쟁하는 노동자의 이름없는 이름들을 쌓이고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면서 짝짝~ 짝짝짝~. 민/ 주/ 노/ 동/ 당/.. 의 환호성과 함께 목이 터져라 동지들의 이름을 불러내어도 될 것이다. 서로가 눈물을 흘리며 옆에 있는 동지들을 벅차게 끌어안으면서 불러내어도 좋을 것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부터 우리는 애초에 붉은 악마이지 않았던가?
가라~ 자본가 세상 ! 오라~ 노동자 세상 !
지역주의 정치 끝장내고 민주노동당과 함께 진보정치 실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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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6/13 [17: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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