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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대상을 자처하는 한나라당
지역주의 획책하는 한나라당,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해야
 
채진원   기사입력  2003/08/26 [17:08]

지역구 확대=지역주의 타파하지 않겠다.

▲정치부패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우리 국민의 정치적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 선거제도에서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 선거의 고질이라고 할 수 있는 사표(死票)에 따른 민의왜곡, 금권선거 및 망국적인 지역주의 등을 타파하기 위한 전면적인 개정을 할 것인지가 온 국민의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8월 26일 한나라당 정치발전특위는 선거제도와 관련한 민주당의 당론인 중대선거구제(지역구)와 권역별(비례대표) 주장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각각 소선거구제와 전국단위로 선출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당론을 잠정 확정했다.

정리해보면, 의원정수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수는 현행 46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수는 인구상.하한선 조정과정에 증감하는 내역을 반영하여 지역구 의원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은 최병렬 대표가 지난 7월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여성들의 정계진출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를 증원,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과도 차이가 있다.

또한 지난 6월 27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당선 인사말에서 제안했던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구성하여,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구체화하겠다는 약속과도 거리가 멀고, 지역구의 대폭 축소와 비례대표의 대폭확대 등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전면 부정하는 개악안이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역주의를 타파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따라서 지역주의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정치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욱 개악하겠다는 입장으로, 지역주의를 불러오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개혁할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거센 규탄을 불러올 안이다.

이것은 '지역구의 확대'로 대변되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의 폐단과 사표증가. 민의외면 및 정책정당의 부재를 시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당투표로 선출되는 의원의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전국 정당화 효과, 즉 지역주의 타파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당의 당론이 일본에서 돈 선거와 부패의 원인으로 폐기한 중대선거구제도를 되살려 우리나라에서 정치개혁이란 이름으로 둔갑하고 있고, 비례대표제도도 '전국'단위가 아니라 '권역별'이란 점에서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에 어긋난 무원칙성과 정략성의 개념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정략성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의 기득권을 철저히 챙겼다는 점에서 정치개혁과 거리가 멀다. 

개탄스럽게도 여야 보수정치권이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의 획기적 개선 등 선거제도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국민적 논의절차 생략한 채,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 확대나 당리당략에 입각한 인구 상·하한선 논의에 매몰돼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정확한 답은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며, 따라서 국민을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낡은 보수정치로부터 환골탈태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이 정치개혁의 핵심.

왜곡된 민의를 제대로 복원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이다.

독일의 이 제도는 민주적 대표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우선 정당명부에 대한 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수를 배정하고 그 다음에 그 의석수의 범위내에서 지역구선거당선자외의 비례대표당선자를 결정하고 그 범위내에서 지역구선거제도와 병용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제도의 특징이 있다. 

이 제도는 외형적으로는 비례대표의석과 지역구의석이 혼합되었다는 점에서는 우리의 현형 '소선거구제 전국구제도'와 일본의 '소선거제도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유사하나, 본질적으로 비례대표의석의 결정방식과 비례대표의석과 지역구의석의 결합방식이 각각 별개로 고정된 '병립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병립식'이 제 1표에 의하여 지역구당선자가 정해지고, 제2표에 의하여 비례대표당선자가 정해지는 것과 달리 '병용식'은 총의석수(지역구의석과 비례대표의석 모두)가 이미 제2표의 득표율에 따라 정해지므로 독일식은 비례 대표제의 기본바탕위에 지역구선거를 통한 인물선거적 요소를 혼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채택할 경우에는 전국을 '하나'의 정당명부 투표구로 할 것이냐, 아니면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정당명부식 투표를 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독일의 경우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비록 정당명부작성이 주(州)단위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제2표의 득표율집계와 각 정당에 대한 총의석수의 배분이 기본적으로 연방단위로 이루어지고, 저지조항의 적용도 연방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독일의 비례대표선거는 사실상 그 효과면에서 연방단위로 실시되고 있다고 봐야 옳다.

아울러 주차원에서 정당명부작성이 이루어지는 것은 지방분권적 역사, 그리고 독일이 하나의 독립한 국가적 성격을 지닌 주들로 이루어진 연방국가라고 하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단일국가인 우리의 경우, 그리고 사회적·지역적 통합의 필요성이 절실한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권역별'이 아닌 '전국'을 하나의 선거단위로 하는 비례대표제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 총의석수(지역구의석과 비례대표의석 모두)를 제2 투표인 정당 득표율에 따라 결정하고 이 범위내에서 지역구가 병용식으로 혼합되는 '민주노동당식 1인 2표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주장한다.

따라서 당연히 지역구 대 비례대표제의 비율을 1대 1이 되어야 하고, 비례대표 명부도 권역별이 아닌 전국구, 즉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전국단위의 명부 작성과 정당득표율 집계 및 의석배분방식이 채택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보수 정치권이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과 비례대표의 대폭 확대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개혁대상으로 삼는 선거제도의 개혁을 국회의원 자신들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선거제도에 관한 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여 변화를 수행하는 주체가 아니라 변화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국민주권을 발동할 국민의 조직화된 의사형성과 힘이 절실함을 느낀다. 그것도 기성 정치권력의 저항을 압도할 만큼 큰 덩어리로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1987년 직선제를 요구할 때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주권 발동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필자는 민주노동당 기획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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