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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투표반대, 비상투쟁위구성 요구하라
사회적 협약안은 반노동자, 노사정위 참여는 항복선언, 민노총 대안필요
 
편집부   기사입력  2005/02/10 [13:22]
현재 민주노총 내의 사태에 대해 진보누리(www.jinbonuri.com)의 논자 "비온뒤" 님이 쓴 글입니다. 전노투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단순히 노동운동 내부 뿐이 아니라 노동 운동과 진보 정치세력의 현재 상황에 대해 시사점이 많은 글이라고 생각되어 올립니다. 본문에 대한 누리꾼 여러부들의 다양한 평가와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총투표 반대, 비상투쟁위 구성을 요구하라
 
급한김에 "일단 반대"라는 입장을 먼저 표명했습니다. 하던 일 마치고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도 막히는군요. 그래서 일단 간단하게나마 논거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전장에 나서는 장수는 싸움에 나서기 전에 전략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병사들을 단결시킵니다. 중간에 반대하는 자들의 주장도 있을 것이고 전략의 수정변경을 주장하는 자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일단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다른 말 하는 자이 있다면 목을 쳐서라도 군령을 세워야 합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고 하면 전노투 단상점거를 계기로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겁니다. 문제는 단상점거는 했는데 후속 싸움의 계획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단상점거가 명확한 전략속에서 나온 싸움의 한 계기가 아니라 거의 즉흥적인, 분노의 표출이었다는 점, 이게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단상점거, 폭력 맹동주의라는 여론의 십자포화 앞에서 며칠도 견디지 못하고 총투표 전술 운운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2. 제가 전노투 투쟁을 지지한 것은 이수호 집행부의 부실한 민주주의, 노동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민노총의 관료적 태도나 노력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반대의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사회적 협약안은 반노동자적이라는 것, 노사정위 참여는 2005년 노동자 투쟁 항복선언이자, 적어도 앞으로 몇년 동안은 지속적인 항복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노사정위가 제도화 된다면, 그리고 그 위에서 세워질 산별노총의 경우는 타협과 투항의 제도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일부 민노당이나 민노총 주류의 경우는 제도화된 산별, 그리고 민노당을 축으로 정치세력화를 꿈꿀지도 모릅니다. 그 꿈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요.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질 정치세력화는 우리에게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요? 무늬좌파 열우당이 최대치요, 잘못하면 김문수, 이부영, 이재오들의 패거리 후예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3. 지난해 2월에 만들어진 사회적 협약안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노동부에서 나온 로드맵이란 것도 읽어보았구요. 노사정위에서 토론하고 합의할 대강의 줄기가 어떤건지도 봤습니다. 그 전반적 내용을 대충 때려잡아서 얘기해보죠. 웃기는게 전체 내용의 3분의 1은 자본측에게 참여시 줄 당근들을 줄줄이 나열하고 있는 반면에 자본측이 지켜야할 사항들은 갖가지 유보조건에 권고사항만 늘어놓았더군요. 정부측의 경우는 돈내고 제도적인 지원을 하도록 요청 (뭐 이 정도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생색내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하는 반면, 노동측에게는 아주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더군요.
 
생산성 향상 협조를 통한 투자 활성화, 대기업 임금동결, 대화를 통한 교섭 지속, 그리고 변화한 노동운동의 정립이라는게 그 핵심적 요구사항이더군요. 대기업 임금동결 및 근무형태 변경을 통한 일자리 확충이야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지만 나머지 요구사항들은 그야말로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거랑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는 국가가 나서서 산별로 전환, 제도화된 노동운동을 만드는데 적극 협력하겠다는 얘기구요. 기금조성이니 직업재전환 교육을 위한 기관설립이니, 상설 회의체 구성이니 이런거 모두 위로부터의 산별체제 이행을 위한 아주 효과적인 무기이자 당근들이라는거, 뭐 충분히 짐작가능한 일 입니다.
 
(민주노총에서는 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아래 이수봉의 글을 읽어보세요. 그럴듯한 단어, 패러다임 전환을 제목으로 삼아서 신자유주의 반대니 뭐니 6가지 항목 나열해 놨습니다. 근데 내용은 하나도 없습니다. 쟁점이 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패러다임 전환만 줄기차게 강조하지요. 근데 웃기는건 민노총을 위시한 업종별 위원회라든가, 각종 부설 기구설립에 대한 요구는 빼놓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죠. 민노총의 노사정위에 대한 기본입장은 2.1대대시 배포된 (비공개?)문서에 적혀 있습니다. 노사정위 참여, 사회적 협약안 수용, 6가지 입장천명, 각종 기구 및 제도의 상설화가 그 핵심입니다.)
 
4. 그런데 정작 정부가 마련한 불안정 노동 관련 법안이나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대책을 읽어보면 이게 도무지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대책인지 의심스러운 내용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제목은 해소책인데, 내용은 비정규, 파견직 노동 장려책이라고 봐도 전혀 무방한 내용들이라는 것이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민노총조차도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결사반대를 했던 것이겠죠. 그런데 작년 12월까지 결사반대를 한다던 이수호 집행부가 왜 사회적 협약안 참여에 그렇게 목을 매다는 것일까요? 뭐 대충 분석들이 나와 있죠. 대기업 중심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민노총 구조, 총파업을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의 부재, 산별이행을 통한 제도적 공고화에 대한 욕망 이런게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산별노총+민노당이라는 전략 목표가 가장 큰 당근으로 작용했을거라는 판단입니다.
 
정광열씨가 네덜란드의 노사정 협약 경험을 소개하면서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셨는데, 우리나라에서 만일 그런게 시도된다면 노동운동, 아예 씨가 말라버릴 겁니다. 유럽의 경우는 시민사회라는게 있습니다. 상식과 합리, 그리고 약자에 대한 보호, 엄청난 사회보장 등등의 것들이 사회적 협약을 가능케했던 근본적인 사회적 배경일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사회적 협약이 일방적 투항과 착취가 아니라 보다 균등한 생산적 분배로 나타나게 만들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이죠. 그러나 일단 그런 네덜란드의 사회적 협약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 조직력은 내부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점, 위로부터의 제도화가 갖는 치명적인 한계라고 할 것입니다.
 
5. 이전의 글에서 저는 사회적 협약안이 산업의 위기를 노동의 희생으로 모면해 보려는 얄팍한 계산이라고 정의했었습니다. 진짜 사회적 협약을 통한 균등한 생산적 분배가 이루어지려고 한다면 국가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단순조정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생산적 분배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안적 산업체제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고, 그에 걸맞는 사회,경제,교육 및 정치적 제도 및 관련법안들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사회적 협약안에서 제시한 대안이란게 뭡니까? 재벌의 정치자금 투명화, 이거 외에 뭐가 있었나요? 관련 노동법 개정을 해야 하는 판에 개악을 하다니요?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단 한마디라도 표명된 적이 있나요? 우리나라 산업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무슨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된적이 있나요? 있었다면 오직 노동유연성 제고와 투자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 노사협력 이거외에 뭐가 있었던가요? 하다 못해 신성장동력이니 뭐니 휘황찬란한 제목의 산업정책에 고용확대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기나 했었나요? 소수의 대재벌들, 그리고 힘깨나 쓴다는 교수들의 연구프로젝트 줏어모아 만들어낸 짜집기가 신성장동력 산업정책 아니었던가요? 도대체 정부가 제안한 사회적 협약안에서 뭘 보았길래 민노총은 사회적 협약에 참여하지 못해 안달을 하는걸까요?
 
6. 민노총 현 집행부가 가진 문제는 이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사회적 협약안 참여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주류 노동운동 세력의 전략관이 문제입니다. 기아차 비리, 현대차 비리, 조선산업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인사비리들, 그거 이미 굳세게 뿌리내린 관료주의의 제도화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의 말단일 뿐입니다. 몸통은 따로 있어요. 위로부터의 산별이행은 바로 이렇게 암묵적으로 뿌린 내린 관료주의가 제도화되는 신작로가 될 겁니다. 사회적 협약안은 거기로 가기 위한 지름길인 셈이구요. 전노투 투쟁이 정말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이 은밀하고 거대한 흐름에 대한 대중적인 문제제기이자 폭로였다는 것이지요.
 
전노투 투쟁을 통해 남한 노동운동의 주류흐름을 타격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판에, 그 분명한 대립지점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총투표 전술이라니요? 이 전술은 그야말로 전노투 투쟁의 의미를 민노총 의사수렴구조의 빈민주성 정도로 격하시키려는 것이며, 실상은 음쩜셋이 말한대로 모양좋은 항복선언을 만들어내려는 술책입니다.
 
7. 총파업이 안돼도 좋습니다. 전노투는 기왕에 시작한 투쟁의 기조를 변경하면 안됩니다. 2차 단상점거 역시 필요하다면 감행해야 합니다. 단 이번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더 많은 노동조합들의 파업대오를 배경으로 해야 하겠지요. 기왕에 파업결의가 돼 있는 사업장들, 불파투쟁의 동력이 살아있는 노동조합들, 여하튼 현재 쟁점이 형성돼 있는 모든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업투쟁의 흐름을 조직해야 합니다. 시기가 집중이 안되면 어떻습니까.
 
그러나 문제는 전선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단상점거가 있는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는 판에 분명한 쟁점이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각인되는건 없습니다. 싸움의 큰줄기, 맥락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작은 규모의 파업으로도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래야 제 아무리 작은 작은 파업투쟁이라도, 그것을 기반으로 더 큰 싸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법 입니다. 사회적 협약안 반대, 노사정위 해체, 계급적 노동운동의 새로운 구축, 위로부터의 산별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산별 투쟁위원회 (이게 맞는지는 몰라도 여하튼 이런 종류의 대안제시), 그리고 새로운 계급적 노동운동을 통해 쟁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들을 현재의 사회적 협약안과 대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이런 것이죠. 중소기업에서의 파업투쟁을 조직하더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쟁취, 노조 관료주의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과 반성,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노동자의 대안, 그리고 나아가 사회경제적 체제개혁의 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재벌구조의 개혁, 산업공동화, 그리고 고용창출을 극대화 시키는 산업전략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걸 구체적인 정책안으로 내놓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굳이 지금 당장 구체안을 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고지가 어디인지, 민노총 주류와 전노투가 어떤 점에서 가장 명확한 정치적 차이를 가지는지 국민들 다수를 상대로 선전선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8. 전노투는 이제 남들이 뭐라하던, 민노총 주류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남한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선도투쟁체가 되었습니다. 좋든 싫든 그 역할을 충실하게 담보하지 못한다면 전노투는 이미 죽은 조직입니다. 싸우던 중간에 말을 갈아타서는 안되며 내뻗은 칼을 거둬들이려고 한다면 제 몸에 상처만 낼 것입니다. 전노투는 좀 더 대담해져야 합니다. 민노총이 안되면 최.악.의 경우에는 제3노총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각오로 전진해야 합니다. 자본과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약되어 있습니다. 전노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역시 유일합니다. 이럴 때 전선을 흐리게 만들거나 교란하는 것은 자멸의 지름길입니다. 대중투쟁의 파고가 지금보다 조금만이라도 더 커질 수 있다면, 급속한 반전이 가능합니다.
 
9.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전선을 명확히 하십시오. 전노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발언하십시오. 총파업이냐 아니냐,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놓고 따질 때가 아닙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연속적인, 이어지는 투쟁의 물결을 만들어내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투쟁에 동참하는 대오가 늘어날 때마다 전선의 성격이 분명해 질 것이고, 전선이 분명해지는 만큼 더 많은 노동자들이 결합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0. 총투표를 하려거든 불신임투표를 하십시오. 사회적 협약안 해체를 위한 민노총 비상투쟁 위원회 구성을 안건으로 발의하십시오. 그것을 위한 총투표를 조직하십시오.
 
[참고] 다음 인터뷰 글의 행간을 읽어 보십시오. 민노총 지도부의 정치적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글 입니다.
 
이수봉 : 비공식적으로 논의를 한 내용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언질을 주고 이랬던 거다. 공식적으로 이해찬 총리가 민주노동당 분들 만나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심상정 의원이 국무총리 만찬 결과를 브리핑하며 “비정규직 법안은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관점에서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최종 결정을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거는 상식이다. 모든 교섭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람과 사람과의 약속이다.
언젠가 8시 뉴스에서 ‘오랜만에 훈훈한 소식 전하겠습니다. 민주노총이 사회공헌기금을 통해 연대의식을 강화했습니다’ 라면서 마무리 말로 ‘정치권도 배웠으면 합니다’라고 보도에 나온 적이 있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운동세력이 정권을 잡으려면 바로 이런 사례들이 축적되어야한다. ‘저 사람들은 역사와 사회를 끌고 갈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대중들로부터 들어야한다.
 
<참고기사> [인터뷰]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 "비정규직 법안 국회 통과 막는 길은 사회적 교섭뿐" (프로메테우스, 200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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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2/10 [13: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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