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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과 지진해일, 태연한 부시의 비밀
[논단] 미국의 경보방기는 군산복합체 이익, 군비보단 자연재해 힘써야
 
뒤집기   기사입력  2005/01/04 [20:05]
미국은 정말 지진해일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나
 
어느 신문에선가 동물들은 이번 동남아 지진해일 사태를 미리 알고 대피했다는 추측보도가 있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미약한 인간의 존재"를 일깨우기 위한 목적이라면 모를까 이런 류의 보도는 많은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코끼리가 인간이 듣지 못하는 저음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우리가 이 현상을 안다는 사실은 다시 말하면 우리가 특정한 도구를 통해서 그 주파수대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동물이 가진 위기 예측은 인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 지진해일 피해국들이 그런 예측시스템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사태에 대한 해당국의 무지를 모두 설명하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지구 도처에 자국 해군 기지를 건설한 미국이 이 사태를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오타와 대학의 마이클 초스도프스키 교수가 이 의문에 나름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왜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주둔한 미군기지는 이미 지진해일에 대해 미리 통보받았는데, 인디아, 스리랑카, 타이의 어부들은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에서 이번 사태의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그의 의문은 "왜 하와이에 위치한 경보센터가 아무런 경고도 발송하지 않았는가"로 더욱 구체화된다. 뉴욕타임즈에 보도된 바를 보자.
 
"엄청난 지진해일이 스리랑카를 덮친 보도를 보고 나서야 호놀룰루 과학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깨달았다. ... '그때, 우리는 무언가가 인도양을 가로질러 가는 것을 알았다'고 찰스 맥크리리는 말했다" (뉴욕타임즈 2004년 12월 28일, http://www.globalresearch.ca/articles/CHO412C.html 에서 재인용, 맥크리리는 NOAA 소장)
 
초스도프스키 교수가 보기에 하와이 경보센터의 이런 변명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이미 스리랑카에 지진해일이 덮치기 한 시간 전에 태국에서 지진해일 피해가 발생했고, 관련 뉴스도 화면과 함께 타전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미 사태를 예견했던 미군 부대가 피해국들에게 정보를 알리지 않은 이유도 석연치가 않다.
 
"인도양에서 지진해일 정보를 받은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가 디에고 가르시아 미해군기지이다. 태평양경보센터 리스트에 우리 기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와 인디아의 적당한 사람들을 찾는 것은 더 어려웠다." (뉴욕타임즈, 2004년 12월 28일, http://www.globalresearch.ca/articles/CHO412C.html 에서 재인용)
 
뒤늦게 경보연락을 시작한 하와이 경보센터는 여전히 피해국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 즉, "그 지역 인사에 대한 연락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은 국제쯔나미경보체계조율그룹의 일원이기 때문에 이런 변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초스도프스키 교수의 진단이다.
 
실제로 인도양 연안국 중 인도네시아와 호주만이 미 당국의 통보를 받았지만 이미 인도네시아는 피해가 발생했고, 호주는 거리가 너무 떨어져있어 피해와는 상관이 없었다. 이 교수는 왜 이런 선택적인 경보만이 주어졌는가하는 의문을 던진다.
 
다음으로 1세기 동안 네 번째로 큰 강도의 이런 대지진에 대해 보다 이른 시간에 (즉 실제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미 당국이 정말 아무런 지진파를 측정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 이 교수의 연이은 물음이다.
 
사실, 이런 류의 문제들의 핵심은 지구과학적 분석의 틀을 뛰어 넘는다. 지진해일에 관한 정보를 알고도 미국이 비밀을 유지한 배경이 유추되지 않으면 미국이 지진정보를 숨겼다는 추측은 미국을 미치광이 나라로 판단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미국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동남아 국가가 피해를 당하는 것에 대해 고의로 알리지 않겠는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문제는 이미 9.11 테러 사태 때 짚고 넘어 갔던 문제들이다. 미국 증오주의자들은 9.11 테러 초기부터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신나간 주장으로 취급되었는데 그 이유는 상기한 것과 유사한 논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자작극을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미국증오주의자들은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을 거치면서, 또 FBI 지부요원의 첩보가 묵살되는 과정이 워싱턴 포스트에 실리면서, 이 '정신나간 주장'과는 다른 각도에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즉, 자작극은 아니더라도 미 정부가 테러를 "방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힘을 얻어갔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 에서의 지나치게 침착한 부시 대통령의 모습이 이런 류의 음모론을 간접적으로 유포했던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9.11 테러는 (1) 미정보당국이 단순한 항공기 납치 사건으로 파악하고 이를 묵인, 방조했거나 (2) 더 큰 거물을 잡으려고 테러 용의자를 사전에 검거하지 않아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건으로 축약된다. 둘 다가 아니라면 남는 것은 (3) 미 정보당국이 제3세계 국가의 정보력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 밖에 남지 않지만 이는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 실제 연방 FBI가 착륙 연습은 하지 않고 비행연습만 했던 테러용의자에 대한 지방 FBI 요원의 압수수색 요청을 거부한 사건은 (3)의 가정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어쨌든 (1), (2)의 결론으로 압축될 수 있는 단초가 된, "미정보당국이 테러 사실을 예지했다"는 주장은 애초에는 미국증오론자가 공유하고 있던 것이었다.
 
요컨대, 미국증오론자처럼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으로 시작했을지라도 그 주창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들의 판단은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되면 적어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초스도프스키 교수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가와 무관하게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되면 그의 주장은 이 증거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유의미한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초스도프스키 교수가 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왜 유엔 산하의 민간 구호기구가 아니라 미군이 재해 복구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집약된다.
 
미군이 발빠르게 3개국에 급파되고 홍콩에 주둔 중이던 아브라함 링컨 항공모함이 투입되는 등의 전례 없는 "복구작전"이 초스도프스키 교수 눈에는 약간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진해일을 미리 통보받아 피해가 없었던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미해군기지가 이 복구작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그에게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그는 왜 이라크 침공의 부함장이었던 블랙맨이 이 구호 작전을 지휘하는가 하는 더욱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이 사태의 기묘한 측면을 부각시킨다.
 
결국 그가 하고자하는 말은 -- 비록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 (1) 미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미군의 주둔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나 아니면 (2) 미국 내의 군대 중시 기조 (국방비 증액, 심리효과 포함)를 위해 지진해일 정보를 해당 피해국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우리가 곧이 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남아 지진해일 사태를 접하고도 목장에서 휴가를 마친 부시 대통령의 모습, 인색한 구호자금 설정 등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복구의 모습이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화씨 9.11 에서 나왔던, 테러보고를 받고도 평온함을 유지한 부시 대통령과 그 이후의 대규모 군사작전이 보여준 극명한 대비이다.
 
만에 하나 초스도프스키 교수의 심증대로 미국이 지진해일 사태를 예견하고도 고의로 해당국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 더 정확하게는 미국내 군산복합체제의 이익을 위해 -- 수십만의 생명을 구할 조기 경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서 이는 지구촌의 엄청난 비난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이와 달리 의도된 것이 아닐지라도, 백방으로 긴급하게 알리려 하기보다 느긋하게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치한 것은 미필적 고의나 제3세계 국가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고도로 발달된 미디어, 정보 체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정보 전달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결국, 초스도프스키 교수의 심증과는 무관하게 그의 주장은 앞으로 밝혀질지도 모를 객관적 증거가 무의미하게 흩어진 채로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논리적 연관성 하에 재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유의미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과 무관하게 이제는 각국이 첨단 전쟁무기에 돈을 쏟아 붇기 보다는 이런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범지구적 차원에서의 협력과 투자가 절실히 필요함을 이번 사태는 일깨우고 있다. 전투기, 항공모함 제작에 들어갈 돈이 제3세계에 예방 장비 설치로 돌려지도록 하는 운동도 구호운동과 별개로 범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말 인간은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지고서도, 스스로 대피할 줄 아는 동물보다도 못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독자 논설위원
 
* 필자의 홈페이지 안내 http://www.geocities.com/turnover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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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1/04 [20: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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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도날 2005/01/17 [00:34] 수정 | 삭제
  • 왜 미국은, 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 KAL 007기가 항로를 벗어나 구소련 영공인 사할린쪽으로 운항을 하고 있었음을 방공망과 첩보위성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객기에 통보하지 않아서 결국 소련 공군기에 의해 격추되어 승객과 승무원 269명 전원이 사망하도록 방치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