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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야~ 독립 단편영화보러 대구에 가자!
[현장 객석1] 제5회 대구단편영화제 개막, 신선한 작품많아 관중 호응커
 
한상훈   기사입력  2004/09/15 [10:14]

1. 제 5 회 대구단편영화제 개막!


2004년 9월 14일 화요일 드디어 제5회 대구단편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제5회 대구단편영화제는 오늘부터 6일간 끈질기게 계속됩니다. 벌써 영화제가 5회를 맞이한다니 감회가 새롭군요. 푸른방송 지하상영실에서 1회 영화제가 개최되었을 때만해도 요놈의 행사, 언제까지 가는지 지켜보자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았었는데, 대구단편영화제는 그 길고 외로운 기간을 얼지도, 죽지도 않고 가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부활했습니다. 예, 이제부터 6일간 단편영화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올해 영화제가 달라진 점은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전국순회상영이 영화제 기간 중에 이루어진다는 점과 대구지역 영화, 애플시네마를 경쟁부분과 스페셜 팩으로 구분하여 보다 폭을 넓혔다는 점, 삼덕동 문화거리에서 열리는 아웃도어전과 연계한 지역영화상영등을 들 수 있습니다. 경쟁부분의 수상은 감독들의 자유투표에 달려있고, 부산, 전주의 지역영화들을 불러오는 등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 또 한 가지, 올해는 [송환]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메모리즈]등 장편독립들도 초청되어 상영됩니다. 단편영화와 장편영화의 구분이 아닌 시스템 밖의 ‘독립’제작방식의 영화에 대한 배려까지 하고 있는 것이지요. 전체적으로 상영작들은 예년보다 풍성해졌습니다.


대구단편영화제 살림살이 나아졌냐고요? 에... 그렇습니다. 대구시가 전폭지원 했던 달구벌 축제도 꼬꾸라진 고난이도의 빙판에 얼지도 죽지도 않고 부활한 독립영화협회의 분투에 감동했는지 이번에는 대구시가 돈 좀 썼습니다. 대구시에서 열리는 단일행사 중에서는 몇 손꼽히는 지원이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리는군요. 때문에 영화기린아들에게 주어질 포상도 총 상금 1천 2백만원의 유래없는 거금입니다. 이렇게 대구단편영화제는 한국영화계의 우량거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다모여'라는 소박한 부제에 걸맞지 않게 대구독립영화협회와 대구단편영화제는 내실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별탈없이 이대로만 나간다면 부산, 부천, 전주, 광주에 이어 네번째 국제영화제로 성장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조만간 끌레르몽 페랑을 능가하는 ‘대구국제단편영화제'로 간판이 바뀔지도 모르겠군요. 짜릿한 상상에 파르르 가슴이 떨립니다. 대구시에서 열리는 왠만한 행사에는 다 붙여져 고생하던 '국제'라는 수식을 이젠 번지수에 맞게 회신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야겠군요. ’대구국제단편영화‘가 밀라노 프로젝트에 이어 허울좋은 게임 산업유치를 위해 서울업체들에게 일편단심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대구시가 영상미디어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승부수 중에 하나라고 대구시에 민원을 넣어야겠습니다. 모두들 동참해 주시겠습니까? ^


35미리, 16미리 필름, 또는 디지털, 아날로그 캠코더로 제작된 영화까지, 5분남짓한 영화에서 장편다큐멘터리까지 단편, 독립영화라는 다양한 유기농 영화들이 블록버스터라는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관객들을 어떻게 정화시킬 것인가? 멀티플렉스에 가서 영화를 고르는 소비성향 관객들의 발길을 어떻게 동성아트홀이라는 비활성상권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향하게 할 것인가가 영화제 흥행의 관건입니다. 물론, 흥행만이 영화제의 성패를 가늠하지는 않습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처음부터 감독, 단편영화인들을 위한 영화제이기도 했으니까 말이죠. 대구단편영화제를 통해 한국의 단편영화인들이 작은 용기를 나눠갖고 쑥쑥 성장해 주기를 바랍니다.
 
▲영화제 첫날 자원봉사자 '독립군'들의 손이 바쁘다.     © 한상훈


2. 두두두둥! 올해의 상영장은 대구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올해도 어김없이 상영장이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상영장을 주욱 꼽아볼까요? 1회는 달서구케이블방송 푸른방송의 지하상영실, 2회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대구시내중심가의 단관 송죽극장, 3회는 대구 디지털진흥원의 영사실, 4회는 대구 계명대학교의 시청각실이었습니다. 거의 대구를 순회하는 수준으로 동서남북을 헤집고 다녔었네요. 올해는 다시 시내중심가의 극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 맛이죠. 게다가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은 이번 단편영화제를 시작으로 대구독립영화협회가 프로그램 수급책임과 공동운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대가 더 큽니다. 앞으로 열릴 단편영화제의 정착과 대구지역 예술영화 감상의 너른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기서 잠깐 동성아트홀에 대해 알아볼까요? 동성아트홀은 그야말로 기구한 운명의 극장이었습니다. 개관당시 대구의 재개봉관으로써 개봉관과 소극장을 잇는 역할을 한 극장이었지요. 동성아트홀의 역대 최고 히트작은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였습니다. 개봉관이 울고 갈 정도의 대박을 터뜨렸지요. 그 뒤로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하다 임권택 감독의 [노는 계집년 창]을 마지막으로 비디오 전용극장으로 전락합니다. 당시의 재개봉관, 소극장의 운명은 그처럼 가혹한 것이었지요. 그렇게 유지를 하다 얼마 전 등급외 판정을 받은 영화들을 개봉하는 성인전용관으로 변모했으나, 성인전용관이 유지되기는 너무 어려운 현행법 탓에 다시 한번 좌초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강한 생명력의 영화관 동성아트홀이 여기서 절망하고 주저 앉을 리가 없지요. 작년에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정되었던 필름통의 실패를 딛고 새롭게 출발하는 대구의 예술전용관으로 완전히 허물을 벗었습니다.
 
▲ 동아백화점 앞 동성아트홀로 오세요.     ©보도사진닷컴


3. 12시 영화상영시작!

12시가 땡!하자, 애플시네마 스페셜 섹션1 - 대구지하철참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현종문 감독의 [메모리즈]가 대구단편영화제의 첫테이프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첫 상영에는 유료관객이 아닌 관계자들만 득시글대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경로로 많이들 보신 작품일 테지만, 끔찍했던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겨우 2년 남짓한데 이렇게 관심 밖으로 벗어난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게다가 상영장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하철 중앙로역이 가까워 사고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며 맴돌고 있는 추모사업과 안전대책, 그리고 우리들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현종문 감독은 [메모리즈2]를 제작하며 기억을 붙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시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섹션부터는 관객들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매회 10명도 채 되지 않는 관객들이었지만 영화제 첫날의 액땜은 매년 있어 왔기 때문에 그리 당황스럽지는 않았습니다. 6시 상영된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섹션4 이경순 감독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부터 관객들이 밀려들기 시작하더니 8시 개막식을 앞두고는 영화관 로비가 관객들과 관계자 취재진들의 열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KBS의 ‘금시초문’ 제작진은 아침부터 집중취재를 하더군요.

▲ 뜨거운 관객들의 열기     © 한상훈


4. 개막식

100여명의 관객과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운가운데 8시가 되자 개막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처럼 개막식 사회는 남태우 사무국장이 맡아 해가 갈수록 무르익는 만담실력을 자랑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작년처럼 충무로의 잘나가는 여배우 - 문소리씨라는 이야기가 있었음 - 를 섭외하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아 홀로 사회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막식은 대구독립영화협회의 대표이자 대구단편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신 손영득 감독이 직접 제작한 축하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곧바로 손영득 대표의 인사말과 개막선언이 이어졌는데, 예년과는 달리 말쑥한 양복차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자 ‘공무원 컨셉’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개막선언은 전통 그대로 모든 관객들이 기립한 채로 공동선언을 하였습니다. 그 뒤로 현종문 대구독립영화협회 극영화분과장과 박철웅 가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대구를 대표하는 송의헌 감독, 세사람의 영화제 집행위원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상영작 선정기준, 대구독립영화협회소개, 대구독립영화협회 창립선언문등을 소개했습니다. 박철웅 교수의 상영작 선정기준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단편영화라도 상업영화 냄새를 풍기는 영화들보다는 신선한 영화들에 중점을 두고 선정을 했다는군요. 내빈소개가 끝나고 바로 개막작인 애플시네마 경쟁작이 상영되었습니다.
 
▲ 손영득 대표가 제작한 개막축하 애니메이션1     © 한상훈

 

▲ 손영득 대표가 제작한 개막축하 애니메이션2  © 한상훈

▲ 개막식 사회를 맡아 만담실력을 유감없이 자랑한 대구독립영화협회 남태우 사무국장     © 한상훈

▲손영득 대표의 개막선언     © 한상훈


▲ 가야대학 박철웅 교수의 본선상영작 선정기준 발표     ©한상훈
 

▲ 송의헌 감독의 대구독립영화협회 연혁발표     © 한상훈

▲ 현종문 감독의 대구단편영화제창립선언문 낭독     © 한상훈


5. 개막작


  애플시네마 경쟁작을 보니 대구의 영화판이 상당히 넓고 비옥해졌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열악하던 시기에 고등학생들의 습작영상물이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던 묻지마 섹션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고 이제는 어떤 영화제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들이 애플시네마의 간판을 달고 등장했습니다. 이번 애플시네마 경쟁작 섹션에는 대구뿐만 아니라 경북의 작품들도 고루 선정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지역영화계가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개막작이 끝나고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시간, 상영된 다섯편의 영화중 네편의 연출자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졌습니다. 한편, 상영작 중 하나인 [달팽이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의 공동연출자인 최수영씨는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금시초문'의 PD자격으로 행사장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는 주로 창작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질문들이 이어졌고, 젊은 연출자들은 솔직하고, 때로는 발랄한 대답으로 개막식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관객과의 대화에서 있었던 세부 내용들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애플시네마 경쟁작 관객과의 대화에 임한 네명의 감독들     © 한상훈
 
▲질문하는 관객에게 주어지는 시뻘건 엽기 메가폰     © 한상훈
 
▲ 관객과의 대화는 점점 활기를 띄고     © 한상훈
 
▲ 대구단편영화제 개막일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 한상훈

* 사진 : 보도사진닷컴(www.bodosajin.com)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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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15 [10: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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