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우리는 누구의 군인도 되지 않을 것이다!
터키 젊은이들 전쟁반대 군대반대 외쳐
 
조약골   기사입력  2003/01/24 [19:58]
아래는 터키에서 활동하는 군사주의반대 연대네트워크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이들은 터키에서 전쟁반대와 군대반대 활동을 강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터키는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이라크에서의 전쟁 발발이 터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터키는 한국,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군사주의의 영향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퍼져있는 병영국가로서, 국가주의 폭력에 의해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에 끌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터키도 바뀌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하나 둘 나서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전면적인 병역거부를 외치고 있습니다. 1월 24일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몇 명의 젊은이가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한다고 합니다.

터키 아나키스트 친구들의 활동에 경의와 지지를 표하며, 이들의 전쟁과 군대반대 활동을 소개합니다. / 필자



2003년 1월 24일 금요일 터키의 친구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까지도 반대하는) 전면적 병역거부'의 방법을 통해 전쟁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합니다.

이 친구들의 개인적 성명서는 1월 24일 금요일 오전 11시 이스탄불의 인권협회(the Human Rights Association)에서 발표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연대의 목소리를 부탁드립니다.

주소: Insan Haklary Dernegi(Human Rights Association) Beyoglu/Istanbul
전화: +90-212 / 2513526 - 2444423



[전쟁과 군대에 반대하는 이들의 개인적 성명서]

"우리는 누구의 군인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국방이라는 명목으로 조직적으로 지배를 행사하며 착취를 자행하는 군대에는 절대로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협력 또한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합니다. 우리는 어떤 군대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전쟁준비도 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전쟁 자체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완전히 합법적인 의제가 되어버린 전쟁준비에 대하여 반대를 사려깊이 고려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런 전쟁준비에 저항할 것이며 전쟁반대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차별과 경계와 계급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배와 수탈에 대항해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군복의 견장이 사라지고, 이 땅에서 마지막 지뢰가 제거되는 그 날까지 실천과 행동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자유로운 세상의 기초를 놓기 위해 우리는 전쟁을 일으키는 요인들을 모두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의 군인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선언문을 받아든 모든 이들에게]

당신은 지겹지도 않습니까? 당신 역시 자신의 의견이 계속 무시되는 쪽으로 흘러가는 세상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 잠에서 깨어난 적이 없습니까?

전쟁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매일같이 들려오는 요즘 우리는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우리들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폭격기를 조종하고 싶지도 않고, 폭격을 받고 싶지도 않은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인명을 살상하고 싶지도 않고, 아직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생각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로부터 빼앗은 돈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를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협상 끝에 전쟁을 선포할 것이며, 우리의 의견 따위는 무시할 것이라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인류를 위한다며 내려질 이 결정은 우리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폭격의 여파는 십 년 혹은 백 년 동안 지속되니까요. 히로시마를 기억합시다. 할렙세(*)를 잊지 맙시다. (이라크와 국경을 이룬) 터키의 남동부 지역은 여전히 지뢰로 가득합니다!

여기 다른 가능성이 있습니다.

▲ 스스로의 양심을 되찾고 "안 돼!"라고 외칩시다. ▲ 우리의 "인적 자원"을 전쟁을 위해 제공하지 맙시다. ▲ 우리는 터키 육군 복무를 거부한다. 우리는 어떤 군대에서의 복무라도 거부한다. 우리의 목소리는 '전쟁반대'이다!

지난 10년간 터키에서는 3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현재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이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전면적 병역거부를 선언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들과 연대하여 거대한 기계 속의 부속품이 되는 것을 거부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유한 양심의 소리를 되찾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나서서 전쟁을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한 줌의 모리배들의 꼬리를 밟아버려야 합니다.

거부하자! 저항하자! 싫다고 말하자!
군인이 되지 말자!

* 필자 주: 할렙세 Halepce 1988년 3월 16일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터키의 쿠르드 족을 대량 학살한 사건으로 쿠르드 족 오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만 명 가량이 부상을 입었다.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이라크의 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라크는 공격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더군다나 화학무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화학무기는 이란 군대가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르드 족의 주장에 의하면 할렙세는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 족의 마을이기 때문에 터키는 오히려 후세인을 지원하여 쿠르드 족에 대한 인명 살상을 도왔으며, 미국 역시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이라크의 군사 행동을 묵인함으로써 '인종청소'가 이뤄지는 데 한 몫 했다고 한다.

당시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이, 그리고 터키에서는 '케미컬 알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군인 출신의 알리 하산 알 메씨드Ali Hassan Al Mecid가 정권을 잡아가는 과정이거나 이미 잡고서 기틀을 공고히 다지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이라크와 터키라는 두 개의 병영국가 사이에 끼여 탄압을 받으면서도 강한 민족성을 잃지 않던 쿠르드 족이 희생양이 되어 버린 것이다.


* 필자는 아나키스트 사이트 아나클랜 http://anarclan.net 의 운영자입니다.
* 터키 반군사주의 연대 네트워크(Antimilitarist Solidarity Network)에서 연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reddet@savaskarsitlari.org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1/24 [19:5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