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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룡천역 참사 피해막심, 국제사회에 도움호소
정부 '현황 파악대로 도움줄 것' , 적십자 총재 현장방문 예정
 
손봉석   기사입력  2004/04/24 [00:33]

북한 룡천에서 22일 발생한 열차 폭발사고의 사상자가 당초 알려진 것 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군인 외에는 접근을 금지하던 사고현장에 국제기구 공동조사단과 각국 외교부 관계자들의 방문을 허용해 피해상황을 직접 보도록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고 역 부근 반경 5백미터의 건물들은 대부분 완파됐고 1km이내의 건물들도 대부분 크게 파손이 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조를 공식으로 요청한 상태이고 우리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구호활동 협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의 경위에 대해서는 룡천역에서 대기하던 유류 적재 화물 열차가 정상궤도로 진입시키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룡천역을 통과한 뒤 일반 열차의 운행을 재개하면서 LP가스나 석유 등 인화성 물질을 실은 열차가 다른 열차와 충돌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중국 신화통신이 평양주재 중국 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화학물질 폭발설은 열차에 실려 있던 질산암모늄이 유출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러시아와 영국 쪽에서 다이너마이트 등 화약 폭발설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 통신은 북한 외무성의 한 관리가 열차에 실려 있던 관개수로 공사에 사용되는 화약이 폭발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의 BBC 방송과 아일랜드의 한 구호단체 대표도 다이너마이트를 실은 화차를 분리한 뒤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전선이 단락돼 점화되면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을 태운 열차에 대해 암살을 기도했다거나 환영인파가 몰려든 시점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냈다는 음모설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외국 소식통과 주요 통신사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희생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데이비드 슬린 북한 주재 영국 대사는 "이번 열차 폭발사고로 수백명이 숨졌다는 말을 북한 관리로부터 들었다"고 영국 외교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 있는 아일랜드 구호단체 대표 역시 "숨진 사람만 1백50명 이상이고 부상자도 1천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이런 수치들은 당초 국제적십자사가 밝힌 사망자 54명을 훨씬 웃도는 규모로 적십자사는 역 주변에서 무너진 가옥만 천 8백여채에 이르고 사고지점 반경 5백미터가 초토화됐다고 밝혀 현장수습이 진행되면 사상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게 될 전망이다.

피해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은 유엔 등 국제기구 뿐 아니라 북한 주재 외교공관에 지원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우리는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의료상황이 열악한 상태에서 참사가 발생하자 세계보건기구, WHO는 우선 10만 달러 규모의 의료장비와 자재를 북한에 긴급 지원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러시아, 유럽연합 국가들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우리정부는 현재 1천여명선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고 현재까지는 단순한 사고로 인한 참사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동포애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할 방침"이라고 23일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밝혔다.

정 장관은 특히, 현재 평양을 방문중인 대한적십자사 이윤구 총재가 상황을 파악중이라며 이총재가 사고 현장도 방문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북측은 오는 5월4일에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4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연기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북측은 남측에 보낸 전화 통지문에서 남측이 탄핵 정국에 따른 비정상적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 이번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룡천이 북한내 화교들이 밀집한 지역이라는 점과 이번 사고에 희생자가 화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중국과 북한간에 미묘한 갈등을 야기 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고 특히, 이 지역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식료품과 생필품이 유입되는 주요 경로라는 점도 주목된다.

또한 이번 열차사고는 북한의 낙후된 국가시스템으로 인한 사회인프라의 노후가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측과 교류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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