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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의 핵심은 '친일진상규명법'의 재개정부터
족벌신문 해체, 언론개혁의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조언
 
소환   기사입력  2004/04/23 [01:25]

총선이 끝나자마자 개혁아젠다 선점을 위해 민주노동당에서 언론개혁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만큼이나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었던 열린우리당 쪽에서도 신기남 의원의 입을 통해 언론개혁의 추진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거센 저항과 국론분열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며 개혁은 체력이 강할 때 하는 것이라고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기상의 문제일 뿐 언론개혁추진 자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이렇게 언론개혁의 논의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하자 이에 대해 당사자인 족벌신문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거세게 저항하고 나선 신문사는 의외로 중앙일보였습니다. 중앙일보는 소유지분제한은 선진국에서는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언론개혁에 논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반면 조선, 동아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 신중론을 크게 보도하는 한편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며 언론개혁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며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조선, 동아일보의 이러한 신중한 반응은 의회권력이 개혁진영으로 넘어간 마당에 처음부터 공격적인 보도를 할 경우 결코 득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처음에는 국민들의 동정론을 의식해 수세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자신들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반발여론이 비등해지면 치고 나온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과거처럼 전후사정 따져보지 않고 자신있게 반격하지 않는 것만 봐도 족벌신문사들이 지금의 상황을 결코 녹녹하게 보고 있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개혁 추진이 간단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은 큰 오판입니다. 왜냐하면 족벌신문사들이 반세기에 걸쳐 혈연, 지연, 학연 등을 통해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 파워는 총선에서 빼앗긴 의회권력뿐만 아니라 국민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 구석구석까지 그 힘을 아직까지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론개혁은 정말 잘 추진하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루거나 최악의 경우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한 후, 결정이 된 다음에는 뒤돌아보지 말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입니다.

1. ‘족벌신문’이 ‘조중동’보다 중요한 이유

언론개혁에 있어 ‘조중동’이라는 용어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왜나하면 언론개혁을 추진하는 진정한 의미를 ‘언론탄압’으로 크게 왜곡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개혁은 결코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개혁이 아닙니다. 그 동안 한국사회를 섞게 만들어왔던 족벌신문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신문시장을 바로잡고 족벌체제의 영향으로부터 언론사의 편집권을 독립시켜 끝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족벌언론’에 대한 국민의 인식확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티조선진영의 일부에서 제기되어왔던 중앙일보를 ‘조중동’에서 빼자는 의견 역시 기득권층과 결탁되어 있는 언론사의 족벌소유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며 뿌리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족벌소유체제의 와해없이는 언론사의 사익추구성향을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앙일보의 논조변화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며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그 뿌리를 잘라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족벌신문사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젊은 신문족벌 3세들은 엄청난 규모의 신문사 주식을 이미 증여받아 세습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신문시장의 70% 가까이 독점하고 있는 이들 족벌신문들의 잘못은 현재로 끝나지 않고 미래에도 계속 답습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선진국의 존경받는 언론사들과는 달리 일제시대, 군사독재정권시절에서부터 자신들의 이익과 자신들과 연관되어있는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해 왔습니다. 선진국의 지도층 인사들이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자식들을 전쟁터로 보냈던 것과는 달리 우리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자식들의 병역의무마저 등한시하고 국민들을 선동해 전쟁터로 내보내는 대신 자신들의 안위는 보장받았습니다. 선진국이 부역언론사들을 모두 폐간시키고 언론인들을 단죄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의 족벌신문들은 일제와 군사정권에 부역했던 과거에 대해 사과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족벌신문사들은 선진국의 언론사들과는 달리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해 왔습니다. 어떻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도 않으면서 선진국의 언론사들과 똑같은 권리를 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신문족벌들은 부와 권력을 차지고 있는 사회 각 부문의 기득권층과 혈연, 지연 등을 통해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거미줄과 같은 기득권 네트워크망의 일부로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 네트워크로부터 국민의 눈과 입인 거대 언론사들을 끊어내지 못하는 한, 한국의 주류신문과 족벌민영방송은 영원히 전체 국민이 아닌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려 들 것입니다.

2. 언론사 소유지분제한만큼 중요한 신문유통구조의 개혁

언론개혁의 핵심은 정간법과 방송법 개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초점이 맞춰져야 할 부분은 신문시장에서 있어서는 신문유통구조의 개혁 그리고 거대 족벌방송과 신문에 대한 소유지분제한이 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 소유지분제한의 필요성은 앞에서 족벌소유체제의 문제점을 말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더 중요할 수 있는 신문유통구조개혁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족벌신문사들이 논조의 카르텔을 동원하면서 여론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것은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광고시장과 구독료시장의 2/3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독과점구조는 이제 완전히 고착되었습니다. 기형적 구조의 원인은 족벌신문사들이 군사독재기간동안 이미 거대자본을 가지게 된 부자신문으로 성장해버렸으며 자본력과 시장장악력이 곧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는 대리점식 지국운영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족벌신문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남용할 수 있는 바탕에는 신문시장의 불공정한 경쟁관행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들 거대신문사들은 사실상 신문의 유통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성장가치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로 그 기업이 시장의 유통망을 얼마나 장악하고 있느냐 입니다. 그만큼 제품의 판매망 장악은 기업의 성장과 유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신문시장에 있어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과점카르텔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들이 신문의 판매보급망인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유통망중심의 마케팅기법'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질좋고 우수한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장될 수 밖에 없으며 기업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영세신문사들은 이미 족벌신문들에게 빼앗겨서 완전히 고착되어버린 유통망 때문에 사실상 성장이 멈춰버렸습니다.

족벌신문의 지국들은 고가의 경품과 상품권에 무가지까지 동원하며 부수확장에 열을 올립니다. 그것은 바로 구독료수입과는 별개로 들어오는 전단지수입 때문입니다. 전단지는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일 수 있는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그래서 구독부수가 많은 족벌신문사들의 지국들은 구독료수입을 포기하는 과다출혈경쟁을 하면서도 부수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각 신문사별로 지국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대리점식의 유통구조'가 유지되는 한, 신문시장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계속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불공정한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신문유통시장을 신문생산자로부터 분리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급한 일입니다. 제품의 생산자가 유통까지 장악하게 되면 ‘생산과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생산자간의 경쟁과정이 없어지고 유통자가 생산자를 위한 마케팅까지 맡게 되면서 ‘유통과 소비자단계’에서 과당출혈경쟁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족벌신문사들의 지국끼리 서로 살인까지 하는 등 폭력사태가 끊이질 않는 것입니다. 신문지국간의 과당경쟁은 질 좋은 신문보다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자금력이 풍부한 신문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는 시장왜곡을 초래할 수 밖에 없어 결국에는 소비자피해로 직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언론개혁을 위해 국회에서 만들어질 언론발전위원회는 이러한 신문의 유통시장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미 일부 영세신문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배제는 매주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설립한 신문유통공사가 신문의 유통을 맡고 유통사는 신문의 마케팅에는 개입해서는 안되며 오직 유통만 전담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신문사들은 지금까지처럼 지국이 직접 마케팅하고 그 비용까지 부담하며 전단지라는 부수입을 통해 지국을 운영하는 전근대적인 편법마케팅기법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유통구조를 완전히 개혁하면 정말 우수한 신문이 어떤 신문인지 공정한 경쟁체제 속에서 점차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3. 언론개혁보다 중요한 과거사에 대한 심판

민주노동당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첫번째로 내놓은 것이 언론개혁입니다. 권영길 대표가 말했듯이 언론개혁은 우리사회의 개혁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임에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개혁에는 순서와 타이밍이 있습니다. 무조건 언론개혁해야 하니 방송법 개정하고 정기간행물법 개정한다고 수로 밀어부처 해결될 일이 아니란 뜻입니다.

언론은 '국민의 눈과 입'입니다. 국민을 대신해 보여주고 말해줍니다. 심지어는 생각까지 대신 해주려는 언론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언론을 개혁하려는 시도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주류족벌언론들은 그 동안 민주주의를 지키고 개혁에 동참하려 하기보다는 보수신문이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방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유지에만 몰두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제 모든 사회개혁에 앞선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사회구성원 모두가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족벌신문사들이 발행하는 신문의 양은 하루 500만부가 넘습니다. 가히 엄청난 양입니다. 그리고 이들 신문을 읽는 구독자 중에는 족벌신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왜 언론개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신문소비자들인 독자들이 언론개혁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치권이 중심이 된 언론개혁의 추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권이 정말 언론개혁을 원한다면 우리당 신기남의원도 언급했지만 사회 각층의 여론을 수렴해야 할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족벌신문들의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혁하기 앞서 그들의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문독자들에게 그들이 지금 읽고 있는 신문들이 과거에 민족과 국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해왔는지, 그들이 국가와 민족의 수호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그것부터 보여주어야 합니다.

족벌신문인 조선, 동아일보는 일제시대 친일선전지로 활동하다 일본정부의 언론사통폐합방침 때문에 폐간되었습니다. 두 신문의 주된 폐간 사유는 전쟁물자부족으로 여러 조선어선전지를 병존시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폐간 당시 조선일보의 주요간부들의 상당수가 유일하게 남은 총독부 소유의 조선어선전지 매일신보로 이동한 것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폐간이 마치 항일운동 때문인 것인 양 일제시대 윤전기를 독립기념관에까지 전시하며 국민들을 계속 기만해 왔습니다.

조선일보의 기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지시로 한독당에서 만든 반민특위 피의자명단 초안에 해당되는 친일파 살생부 명단에 당시 조선일보 사장이었던 방응모의 이름이 올라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응모가 백범과 절친한 사이라고 주장하다가 망신을 당했으며 이제는 만해 한용운 선생과 친했기 때문에 친일파가 아니라며 만해 선생 기념행사 때마다 참석하며 만해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일제나 군사정권에 협력했던 족벌신문들의 과거행적보다 더 큰 잘못은 과거를 계속해서 속이고 있는 현재의 부도덕성에 있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신문이 어떻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바르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는 현재를 보는 창이며 현재는 미래를 보는 거울입니다. 부끄러운 과거사에 대해 단 한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는 족벌신문들의 파렴치함은 낱낱이 파헤쳐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합니다. 따라서 언론개혁에 앞서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하며 족벌신문들의 친일행적 또한 상세히 다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역사적 단죄없이 그대로 정간법개정을 중심으로 한 언론개혁만 먼저 진행된다면 신문족벌들의 친일행적에 대한 죄를 물을 수 있는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민족정기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 17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추진되어야 할 일입니다.

친일진상규명법 재개정은 새로운 국회가 열리면 반드시 첫번째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그 다음이 언론개혁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안됩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브레이크뉴스>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깁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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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23 [01: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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