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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대든 검찰의 기개는 어디갔나?
[주장] 검찰은 당장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을 구속수사하라
 
임미리   기사입력  2004/02/18 [11:25]

과연 대한민국 검찰은 삼성 이건희 회장을 처벌할 수 있을까.

대선자금 수사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검찰에 쏠려있다. 대한민국이 아닌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된 이 나라에서 국민들은 검찰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싶어한다.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온 안대희 중수부장이 최근 몇 차례 실수를 하며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한 처리는 검찰의 자존심을 살리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이미 이건희회장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어야 했다. 삼성이 1차로 한나라당에 152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 채권 170억원과 현금 50억원등 220억원을 추가로 제공한 것이 검찰에 포착되지 않았는가. 372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에 흘러 들어간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돈세탁을 위해 사채시장에서 채권을 구입하는 등 과정도 좋지 않았다. 그동안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년간 수십억원을 사회사업에 투자하면서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윤리경영을 외치던 기업치고는 치졸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거기에 핵심 당사자인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은 출장을 이유로 장기간 해외에 출장중이고, 김인주사장 역시 지방출장을 이유로 검찰 출석을 미뤄왔다. 사실 검찰은 이학수 부회장을 출금조치했어야 했고 김인주 사장을 긴급체포라도 했어야 했다. 더욱이 이학수부회장은 검찰의 수사대상임에도 삼성측은 승진까지 시켰다. 어쩔줄 모르고 헤매는 검찰을 물먹인 것이다. 대통령에게 대들던 검찰의 기개는 다 어디갔는가.

엄청난 돈을 불법자금으로 제공한 것이 드러났고 그 정도의 돈이면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데 왜 주저주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삼성측에서는 문제의 자금은 대주주의 돈이며 횡령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불법자금을 제공한 것은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는가. 부정부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소환할 때는 마치 80년대 이탈리아 정계의 부패 고리를 파헤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운동의 기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처럼 행세하더니 삼성에게는 고양이앞에 쥐처럼 꼼짝못하고 있는 안대희부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심사숙고도 좋지만 때를 놓치면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업인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을 때 안대희부장은 "우리는 우리대로 입장이 있으니까, 입장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처음 수사 시작할 때 밝힌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인 비리이고, 기업인들은 죄질에 따라 (형사처벌 수위를) 판단한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은 반신반의 하고 있다.

또한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대선자금 수사에서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대통령이 사전에 제한하는 월권적인 것이고,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검찰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눈과 귀가 검찰 수사에 쏠려 있음을 잘 알아야 하며, 기업 수사와 관련해 자금출처 조사나 사법적 처리에서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발언' 한 것은 본심이든 아니든 간에 '의도적 목적'이 있을 것이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의 성명은 검찰은 한눈 팔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4대그룹이 자신에게 준 불법대선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려고 1/10발언이나 이번처럼 기업인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을 것이다.

4대그룹 역시 한나라당은 이미 죽은 시체나 같으니 밟고 넘어가도 상관없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노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불겠는가. 게다가 아직도 4년이나 남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노캠프에 유입된 불법자금의 단 10원이라도 밝혀내야 하는 부담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끝은 봐야 한다.

검찰은 즉각 이건희회장을 소환하고 불법대선자금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민들은 검찰의 마지막 문전처리에 주목하고 있다. 자살골이 될지 홍명보의 4강골이 되지를 말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드림브릿지 기획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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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18 [11: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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