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총선 '올인' 발언이 연이어 쏟아지고 야당은 대통령의 중립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국은 급속하게 총선 국면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1일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과 가진 오찬자리에서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면 대통령이 중립을 지킬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싶다"며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유권해석을 선관위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3일 장.차관급 공직자 1백여명이 참석한 3차 국정토론회에서 "이해관계자, 언론, 국회, 국민 등에게 하고자 하는 일의 취지와 효과를 잘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무원 조직이 언론에 포위됐다"는 발언에 대해, 또다시 '언론 탓'을 하느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월 5일 조선·중앙·동아·경향신문은 신년사에서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총선 관련 발언만 쏟아내고 국정토론회에서도 '언론 탓'만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설을 실었다.
조선 "대통령의 죽기살기식 총선 '올인' 보면 착잡한 마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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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일자 사설, 대통령, 죽기살기식 선거 앞장설 텐가 ©조선일보 |
조선일보는 <대통령, 죽기살기식 선거 앞장설 텐가>제하의 사설에서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당적 보유를 허용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내놓고 선거운동을 하란 것이 아니라 책임정치를 하란 것이며,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서 '죽기살기'로 총선에 올인하겠다고 하면 필시 반대편의 '죽기살기'를 부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설은 또 미국은 정당정치가 뿌리내리고 행정기관의 엄정 중립이 제도화된 반면 우리는 '관권 선거'의 악몽이 엊그제 일이며 현행 선거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앞장선 죽기살기식 선거판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할 뿐이라고 전했다.
동아 "노 대통령은 말 줄이고 국정운영에 매진하라"
동아일보는 <盧대통령, 경제·민생 우선이라더니>제하의 사설에서 노 대통령이 선거개입 시비를 부르는 발언을 해 정치권의 비난을 사고 있다며, 대통령은 선거법을 철저히 지키고 선관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장차관 워크숍에서 노 대통령이 또 언론과의 대립각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가급적 말을 줄여 정쟁이나 분란의 한복판에 서지 않도록 해야 하며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에 매진하라고 강조했다.
중앙 "언론은 언론의 일, 정부는 정부의 일만 하라"
중앙일보는 <새해 출발부터 또 언론 탓>제하의 사설에서 지난 3일 국정토론회에서 언론 비판은 정부에 대한 언론의 파수꾼 기능을 이해하기보다 여전히 원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처럼 단소리에만 솔깃하고 쓴소리는 의도적 왜곡이라고 폄하한다면 애초부터 '건강한 긴장관계'는 없었던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사설은 이어 오늘날 언론의 의도적 왜곡이 있다면 독자들이 먼저 이를 외면한다면서, 언론은 언론의 일을 하고 정부는 정부의 일만 하라고 주장했다.
경향 "새해 벽두부터 어불성설 발언, '언론 탓' 버릇부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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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일자 사설, 공직사회가 언론에 포위당했나 ©경향신문 |
경향신문은 <공직사회가 언론에 포위당했나>제하의 사설에서 새해 벽두부터 대통령이 언론 탓을 하며 언론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사설은 더욱이 언론이 적대세력이나 되는 것처럼 공직사회를 포위하고 있다는 주장과 언론이 입에 맞지 않으니 스스로 '발광(發光)'을 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라며, '일 잘하는 정부' '신뢰받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언론 탓, 홍보 타령이나 하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날 신문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의 '말'을 문제삼았다. 과거 대통령과 일부 언론이 대립을 했을 당시 갈등의 초점이 언론의 의도적 왜곡에 따른 감정적 대응이었다면, 지금의 논란은 대통령이 선거 개입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공직자들을 모아놓고 '언론 탓'을 하고 있어 사건의 발단을 대통령이 제공하고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사설을 싣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또다시 본의가 왜곡됐다거나 진실된 발언이었다는 식으로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미디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