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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 살아남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생존기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한국 사회에 대한 블랙코미디 재난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임순혜   기사입력  2023/08/03 [17:29]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대한 재난이 휩쓸고 간 서울에서 살아남은 아파트라는 신선한 소재에 리얼리티에 중점을 둔 프로덕션으로,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예측 불가한 스토리는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영화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의 한 장면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아파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되고,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의 한 장면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지옥 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 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에서 그들 사이에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을 따르거나, 떠나거나,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실제 아파트 건축에 준하는 대규모 세트와 완성도 높은 CG 등 재난 이후 서울과 생존자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긴 장면들은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한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의 한 장면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4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북미 최대 영화제인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기대를 높이고 있는 영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예측불허의 스토리다.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의 입주민들의 재난 이후 시작되는 진짜 생존을 담은 영화는 그 들의 생존 욕구가 커질수록 팽팽해지는 긴장감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의 한 장면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일상적인 공간인 아파트가 유일한 피난처가 된다는 독창적인 상상력에서 시작된 스토리는 기존 재난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나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자문하게 하며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입주민과 외부인, 입주민과 입주민 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의 한 장면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다채로운 캐릭터들이다.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은 평범한 이웃의 친근함부터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오가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파트 안팎에서 마주한 냉혹한 현실에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민성(박서준)과 변화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명화(박보영)의 변화와 선택은 관객들에게 드라마틱한 감정과 생각을 하게 한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의 한 장면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트먼트

 

여기에 황궁 아파트의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를 비롯해 외부에서 살아 돌아온 혜원(박지후 ), 비협조적인 주민 도균(김도윤)까지 생존을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리는 캐릭터들은 관객들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 든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하게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마지막 관람 포인트는 재난 상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차별화된 프로덕션이다. 모든 방면에서 리얼리즘을 강조한 제작진은 대지진 이후 서울과 황궁 아파트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주요 공간인 아파트의 실제 아파트 3층 높이의 대규모 세트와 각 캐릭터의 특징이 녹아 있는 세밀한 미술은,  태양광을 차단해 재난이 휩쓸고 간 서울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으며, 붉은 조명을 활용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익숙한 클래식부터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 7월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배우 김도윤, 박보영, 김선영, 박서준, 박지후, 이병헌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7월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엄태화 감독은 "원작 웹툰 '유쾌한 왕따'를 무척 재밌게 봤고 영화화 하고 싶었다"라고 영화를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엄태화 감독은 "아파트라는 소재를 처음 가져왔을 때 한국 사회의 아파트는 어떤 맥락을 갖고 있을까 알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박해천 작가의 인문 서적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읽게 됐다. 그걸 보면서 한국의 아파트가 지금까지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잘 공부할 수 있었고, 그 제목을 작품의 가제로 붙여놨었는데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최종 제목으로 결정짓게 됐다"라고 제목을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지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의 한 장면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영탁 역을 연기 한 이병헌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극단적인 악이나 극단적인 선이 아니고, 다들 상식적인 선 안에서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스릴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면서 중간 중간 블랙 코미디의 색깔도 확실하게 보이는 영화는 오랜만이라 신나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민성 역을 연기 한 박서준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 롯테컬쳐웍스(주)롯테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본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냐는 물음에 "많이 고민스러웠을 것 같지만 일단 받아주는 쪽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중에 벌어질 문제들은 막상 당시엔 생각 못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명화 역의 박보영은 "다 같이 살아보자는 입장을 취할 것 같다. 나중 일은 그때 해결 방안을 찾아볼 것 같다"라고 말했고, 혜원 역의 박지후는 "일단 제가 혜원이었다면 아파트까지 돌아오지 못했을 것 같다"며, "만약 돌아왔다면 다 더불어서 행복하게 살자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런 대지진으로 서울 전체가 폐허가 된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 103동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재난영화이자 한국 사회에 대한 블랙코미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9일(수)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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