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 뒤 미국 군정 때부터 조선어학회(한글학회)와 애국지사들은 교과서를 우리 말글로 만들어 교육을 하고, 일본이 못 쓰게 한 우리 토박이말을 되살려서 쓰자는 “우리말 도로 찾기 운동”을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세운 뒤에 교과서에 토박이말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1961년 군사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김종필 군사정권이 1964년부터 한글로만 쓰던 교과서를 일본 강점기처럼 한자를 섞어서 쓰겠다고 하면서 토박이말로 된 “이름씨, 그림씨”같은 말본 용어를 “명사, 형용사”처럼 한자말로 바꾸고 자연책에 있던 “흰피톨, 붉은피톨, 쑥돌”같은 토박이말을 “백혈구, 적혈구, 화강암”같은 일본 한자말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뒤에 교과서 개정을 할 때마다 이희승 교수 제자들이 만든 (사)어문회가 중심이 된 일본 식민지 지식인들은 교과서에서 토박이말을 하나하나 몰아내고 일본 한자말로 바꾸었다. 그 나라말은 그 나라 정신이고 얼인데 교과서에서부터 우리말이 사라지고 일본 한자말로 바뀌니 국민 자주정신이 약해지고 자주문화가 꽃피기 힘들었다. 더욱이 오늘날 세계화, 국제화를 한다고 영어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우리말이 영어에 밀려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라도 교과서에서 몰아낸 우리 토박이말을 도로 찾아서 쓰고 우리말을 살려야 한다. 그래서 자주통일도 하고 자주독립국이 되는 밑바탕을 다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고유 전통 음악인 국악은 음악 교과에서 챙기고 있고 우리 고유의 미술, 전통 미술은 미술과에서 챙기고 있다. 우리 고유의 춤인 전통 무용은 체육과에서 챙겨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해 놓았으며 우리 고유의 음식인 전통 음식은 실과, 가정과에서 챙겨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우리 토박이말은 어느 교과에서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있다. 1962년 내가 예산농고에 다닐 때에 농업시간에 ‘거름주기, 꽃따기, 가지치기“라고 토탁이말로 말하던 것을 ”시비(施肥), 적화(摘花), 전지(剪枝)“처럼 일본 한자말로 바꾸었고 ”이름씨, 그림씨“같은 말본 용어도 못쓰게 하고 ”명사, 형용사“처럼 한자말로 바꾸었다.
국회 교육위원들과 교육부장관은 이번 교육과정 개편 때 꼭 토박이말을 되살리기 바란다. 이 일은 우리 겨레말을 살리고 교육을 바로 세워서 자주독립국이 되는 밑바탕을 다지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지난날 광복 뒤 어렵게 교과서에서 살려 쓰던 토박이말을 몰아내고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로 바꾼 것은 반민족행위이다. 그래서 지난 9월 1일 진주에서 활동하는 (사)토박이말바라기가 80여 한글단체와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번 ”2022 개정 국가 교육과정“ 개편 때에 모든 교과서에서 우리 토박이말을 되살리자고 교육부장관에게 건의문을 보냈고 한글날을 앞두고 ”교과서에서 토박이말을 살리자.“는 토론회와 기자회견도 할 계획이다. 아래 교육부장관에게 보낸 그 건의문 전문을 소개한다.
▲ 지난 9월 1일 (사)토박이말바라기가 80여 개 한글단체와 함께 교육부에 보낸 건의문 사본 © 리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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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국가 교육과정에 토박이말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모임들이 함께 올리는 말씀(건의문)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한국말, 한국말 가운데서도 가장 우리말다운 알맹이로서 흔히 고유어라 부르는 토박이말을 그동안 우리 모두가 마땅하게 챙기지 못했습니다.
우리 글자인 한글은 뛰어난 글자, 우수한 문자로 자랑하면서 정작 그런 글자를 만들 수 있게 한 바탕이며 어머니와 같은 토박이말을 가꾸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라를 되찾은 지 일흔 일곱 해(77년)가 되는 오늘까지 일본식 한자말이 가득한 교과서와 온갖 교재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그런 말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외래종에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생태계처럼 우리 토박이말도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슬기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으며 겨레의 얼과 정신의 원천이면서 우리말의 노른자위인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여러 가지 느낌, 생각, 뜻을 나타낼 수 있는 토박이말을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2년 올해 개정을 한다는 국가 교육과정 총론은 말할 것도 없고 각론 가운데 마땅히 챙겨야 하는 과목인 국어과에서조차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선 교육과정에서는 토박이말 관련 성취기준이 있었 는데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2011 국어과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시안 개발 연구 보고서에는 토박이말(고유어) 관련 성취기준을 넣은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습니다.
학생들의 어휘 능력 향상과 고유어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신설 그리고 2011년 12월 19일 고시된 2009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의 1-2학년군 문법 영역 성취기준 풀이도 다음과 같이 해 놓았습니다.
”(2)다양한 고유어(토박이말)를 익히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기른다.
고유어(토박이말)에는 국어 문화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다양한 고유어를 익히는 활동은 국어 문화에 대한 관심과 우리말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고양할 수 있다. 생활 속의 아름다운 고유어를 두루 찾아서 재미있고 다양한 말놀이 활동을 통해 익히게 하면서 고유어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도록 지도한다.“
보시는 바와 같이 토박이말(고유어) 관련 성취기준은 어휘 능력 향상과 고유어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새로 만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토박이말(고유어)에는 국어 문화 특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토박이말(고유어)을 익히는 활동은 국어 문화에 대한 관심과 우리말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이 성취기준을 만든 까닭을 좀 더 자세하게 풀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생활 속의 아름다운 고유어를 두루 찾아 재미있고 다양한 말놀이 활동을 통해 익히게 하면서 토박이말(고유어)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했는데 이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특성을 생각해 놀이 중심 활동을 하라는 교수·학습 방법 쪽에서의 길잡이까지 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까닭도 밝히지 않고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이 성취기준이 빠져버렸고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에서도 토박이말 관련 성취기준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의 고유 음악이자 전통 음악인 국악은 음악 교과에서 챙기고 있고 우리 고유의 미술, 전통 미술은 미술과에서 챙기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춤인 전통 무용은 체육과에서 챙겨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해 놓았으며 우리 고유의 음식인 전통 음식은 실과, 가정과에서 챙겨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우리 고유의 말이자 전통 언어인 토박이말은 어느 교과에서 챙겨야 할까요? 초등학생들에게 물어도 국어 교과에서 챙겨야 마땅하다는 말을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앞선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토박이말을 챙겨 가르쳤던 좋은 보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를 저마다 관련된 교과에서 챙겨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거울삼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토박이말을 챙겨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런 생각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바람을 똑똑히 밝히는 바입니다.
첫째,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과 교육과정 총론의 추구하는 인간상에‘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똑똑하게 앞세워 주기 바랍니다.
교육이념과 교육과정 총론의 추구하는 인간상에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 기르기’를 앞세워 준다면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쉬우면서도 빠른 ‘한국말’을 다루는 국어과에서도 한국말 가운데 가장 한국말다운 토박이말을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토박이말을 제대로 챙기려면 ‘국어과 성격’부터 ‘국어과 교육 목표’에 ‘토박이말’의 값어치와 종요로움을 환하게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둘째, 모든 학교급, 학년군, 영역에서 토박이말을 챙길 수 있도록 국어과 내용에 관련 성취기준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어 교과의 성격과 ‘국어과의 목표’에 토박이말의 값어치와 종요로움이 드러나게 해 놓으면 국어과의 내용에 그 어떤 것보다 ‘토박이말’을 잘 알고 쓰는 것이 가장 앞서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런 목표를 이루려면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토박이말을 한가운데 두고 가르치고 배울 알맹이(내용)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교급, 학년군, 영역에서 ‘토박이말’을 챙길 수밖에 없으며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성취기준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뒤 처음 만들었던 교과서에서 썼던 토박이말 바탕의 쉬운 용어들을 쓸 수 있도록 교과서 편수 용어와 교과서 검정 기준에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잃었던 나라를 되찾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우리말 도로 찾기’였습니다. 그것과 함께 일본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뒤친(번역한) 일본식 한자말로 가르치고 배우던 것을 우리말로 바꾼 배움책(교과서)으로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 꿰었었는데 어느새 다시 일본식 한자말로 되돌아 가버렸습니다. 그때 썼던 토박이말 갈말(용어)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더니 일본식 한자말로 된 갈말보다 토박이말로 된 갈말이 훨씬 알아차리기도 쉽고 오랫동안 잊히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놓고 볼 때 ‘토박이말’은 ‘국어과’에서만 챙길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옛날 교과서에서 썼던 토박이말로 된 ‘갈말’을 찾아내어 갈무리를 하고 어려운 일본식 한자말 또는 다른 나라말로 된 갈말을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쉬운 갈말로 바꾸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쉬운 우리 토박이말 갈말로 가르치고 배우면 학습 부진, 학습 격차라는 것이 풀거리(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 편수 용어와 교과서 검정 기준에 이렇게 쉬운 토박이말 갈말을 넣도록 잣대(기준)를 만들어 놓는다면 절로 될 것입니다.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변화하는 국어사용 환경에 따라서 ‘매체’관련 영역을 새로 만들고 관련 내용이 좀 더 들어가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국어사용 환경과 함께 ‘국어 교과’에서 변함없이 지키고 이어가야 할 성격과 목표, 내용도 생각해야 국어과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말은 크게 토박이말과 들온말(외래어)로 가를 수 있고 ‘토박이말’을 잘 알면 토박이말 속에 깃들어 있는 우리 겨레 얼과 문화까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국어 문화를 잘 담고 있는 토박이말을 앞서 가르치고 배워야 우리 겨레 문화를 잘 알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위와 같은 우리들의 바람을 귀 기울여 듣고 2022 개정 국가 교육과정이 바람직한 쪽으로 바뀌게 되기를 함께 비손합니다.
2022년 9월 1일
2022 개정 국가 교육과정에 토박이말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모임 모두
토박이말바라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한글학회 진주지회, 배달말찾기국민연대, 국어순화추진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 외솔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주)옛기술과문화, 한글문화연대, 한글사랑운동본부, 한글재단, 한글철학연구소, 한말글문화협회,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들 70개 한글단체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겨레말살리는이들, 푸른누리, 서울교사노조, 진주YMCA, 마산YMCA, 창원YMCA, 거창YMCA, 거제YMCA, 청소년문화공동체필통, 공연예술박스더플레이, 진주교육공동체결, 한누리, 한국해양소년단경남서부연맹, 진주놀자학교놀고재비협동조합 들 진주지역 시민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