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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객은 노빠아닌 검찰 힘보태기'
희망돼지 만들었고 노사모이지만 파병 부안문제는 불만
대선자객은 검은돈 청산위한 주문, 정치풍자놀이터 만들겠다
 
심재석/김광선   기사입력  2003/12/10 [21:36]

인터넷상에서 <대선자객>이라는 정치풍자극화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불법선거자금을 유용한 한나라당과 검찰의 한판승부라는 소재를 사진합성을 통해 한편의 만화로 승화시킨 <대선자객>은 이제 포털사이트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대선자객 중 한장면     ©뉴스툰
<대선자객>을 작품을 탄생시킨 신규용(ID 첫비.33)’씨는 예상치 못한 흥행성공에 대해 “기쁜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유쾌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을 계속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씨는 노사모를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스스로 ‘노빠’는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파병이나 부안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노대통령이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한다.

신 씨는 <대선자객>을 그린 의도에 대해 “검은 돈으로 유지되는 정치행태를 이제 멈췄으면”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자객>이 정치판의 검은 돈을 이번 기회에 싹 없애버리라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최근 라이브즈닷컴(www.liveis.com/)이라는 사이트 오픈을 준비중이다. 그는 이 사이트를 “시사, 정치를 패러디, 풍자한 네티즌들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라이브즈닷컴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신규용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대선자객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기쁜데 부담스럽다.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다. 처음에는 좋아서 정신 못 차렸는데 어느 순간이 지나니 부담이 돼서 걱정이 늘었다. 생활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작품보다 개인에 대해 궁금해 해서 스스로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  대사들이 가히 예술이다. 어떻게 만드나?
말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대체로 책을 많이 보고 그 중에 있는 말을 상황에 맞게 조합한다. 대사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신규용 씨     ©대자보
▼  첫비라는 아이디는 어떤 의미인가?

비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첫눈’이라는 단어는 있는데 ‘첫비’라는 단어가 없는데 착안했다. 첫비라는 말이 꼭 한해의 처음으로 내리는 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데,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비’가 정말 중요하다. 씨앗을 뿌린 후 알맞은 시기에 비가 내리는 것을 ‘첫비’라고 상정했다.

▼ 단지 사진 합성을 잘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연출력도 돋보인다. 원래 하던 일은 무엇인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경제여건상 그림 그릴 형편은 안 돼서, 인터리어 쪽 일을 했다.

▼  원래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노사모 회원으로 알고 있는데...
노사모는 작년 민주당 경선시 가입했다. 특별한 가입동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노무현 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돌풍을 일으켜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가입하게 됐다. 오프라인 활동을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단순히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했을 뿐이다.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학교 때도 약간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사회에서는 잊고 살았다.

▼ 학교 때는 운동권이었나?
90년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 때가 분신정국이었다. 그러나 ‘미대’는 그런 일과 관계가 없었다. 그래서 그림패에 들어가 잠시 활동하기도 했다. 운동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지만 운동을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단지 관심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첫비     ©대자보
▼ 희망돼지를 직접 도안 했다는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있을 때, 노사모 홈페이지에 희망돼지 디자인 공모 광고가 떴다. 큰 기대없이 그려서 보냈는데 그게 당선됐다. 그 이후 노사모에 관련한 디자인을 많이 했다.

▼ 요즘도 노사모에서 디자인을 하는가?
노사모에서 탈퇴한 것은 아니지만, 옛날처럼 활동하지는 않는다. 노사모에서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다른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있나?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노사모에 가입돼 있을 뿐이다. 남들은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열린우리당에도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 정치권으로부터 반응이 있나?
직접적으로 무슨 요청이 왔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 편향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특히 한나라당 쪽에서는 더 그럴 것 같은데..
한나라당에서 나를 편향적이라고 보는 것은 정상아닌가?(웃음). 지나친 말일지는 모르겠는데 한나라당을 공격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수라기 보다 수구에 가까운 그 어떤 세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고, 그 쪽을 노리고 있다.

▼ <대선자객>의 목표는 무엇인가?
<대선자객>은 정치판의 검은 돈을 이번 기회에 싹 없애버리라는 주문이다. 앞으로 선거는 계속 있는데 언제까지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것인가. 이것은 나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 현재로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검찰이 의도적으로 한나라당 대선자금만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검찰을 미화시키는 <대선자객>이 검찰의 편향성을 감추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검찰이 특별히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나도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만을 가지고 그릴 수 밖에 없다. <대선자객>을 처음 연재할 시점에서는 검찰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이런 것을 토대로 그릴 수 밖에 없다. 겉으로 보여지는 검찰의 모습이 진실이기를 바라고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이 만화를 보고 뜨끔해서라도 제대로 수사하기를 바랄 뿐이다.

▼  지나치게 선악구분이 뚜렷하고, 안대희 중수부장 같은 경우에도 너무 미화된다는 의견도 있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현실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만화형식이고 스토리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선과 악이라는 구분이 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나 악역이 너무 과장된 면이 있지만, 하나의 만화로서 이해를 바랄 뿐이다.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만 독자들이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대선자객의 작가인 첫비     ©대자보
▼ 얼마전 선관위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저께(8일) 선관위에서 찾아왔다. 경북 영주의 <시민일보> 게시판에 어떤 독자가 <대선자객>을 올렸다고 한다. 이것을 본 영주 선관위에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시민일보> 측에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것이 서울시 선관위까지 옮겨온 것 같다. 선관위에서는 특정정당을 비하한 것이 선거법에 위반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선거법의 어느 조항을 위반했는지 잘 모르겠다. <대선자객>이 선거법 위반이라면 인터넷 상의 패러디 작품들은 모두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무것도 못 올리게 될 것이다.

▼ 선관위 관계자가 뭐라고 하던가?
쉽게 말하자면 경고 차원인 것 같다. 일단은 조사차원에서 나왔다고 하더라.

▼ 앞으로 작품을 그리는데 선관위의 경고 때문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닌가?
그러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도 다른 작품활동을 하겠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선관위에서 문제를 삼는다면 그대로 부딪쳐 나갈 생각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더 강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다.(웃음)

▼ 한나라당이 트럭째 돈을 받은 것이 밝혀졌다. 앞으로 할 일이 더욱 많아지겠다.
(웃음) <대선자객>은 이제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대선자객을 지속하는 것이 너무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선자객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도 다 한 것 같았는데, 이제 소재거리가 막 나오니 고민된다. 그런데 무협극화에 트럭이 등장할 수도 없고 어쩌나…(웃음)

▼ 앞으로도 정치와 관련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인가?
그렇다. 다만 앞으로는 편향적인 것은 탈피하려고 한다. 나는 ‘노빠’라는 단어도 싫어하지만, 일방적인 노대통령 지지자는 아니다. 대선자객은 검은 돈 정치를 없애자는 대의에서 노대통령을 좀 미화했지만, 파병, 부안문제 등에서 노대통령에게 불만이 많다. 다른 주제로 작품을 할 때는 현정권이 악역이 될 수도 있다. 노대통령에게 아직 기대를 버리지는 않았지만,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좀 잘하지(웃음)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인 첫비     ©대자보
▼ 라이브이즈닷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전업적으로 하는 것인가? 수익모델 등 향후 사업방향은?

전업적으로 하려고 한다. 처음에 두 사람이 시작했다가 한 명이 더 늘었다. 개인홈페이지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이트가 오픈하면 한나라당 쪽에도 말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은 작품하나 올려놓으면 우루루 몰려와서 욕만 써 놓고 가는데, 이제 이런 것을 탈피해서 작품에 대한 반론은 작품으로 제기하도록 만들고 싶다. 시사, 정치를 패러디, 풍자한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게 잘 되면 돈도 벌 생각이지만, 한 1년은 더 고생해야 하지 않겠나? 아직은 실험 단계다. 수익모델은 사이트가 영향력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봐 주면 광고도 좀 들어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일종의 정치 디씨인사이드라고 보면 되나?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 라이브즈닷컴이 잘 되기를 바라겠다.
고맙다.


[인터뷰 후기]

최근 검찰의 수사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에게 대선자객을 만든 '첫비'는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막상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만난 그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인상좋은 선배 같았다.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땀에 대한 진리를 알고 있는 '첫비'는 최근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는 "작품을 작품으로만 봐야지 그것을 만드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자신을 정치적으로 바라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는 <대선자객>에서 연출되는 상황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고,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시종일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객관적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라크 파병과 부안,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누구나 노무현 대통령이 잘되길 바라는데, 나는 '노빠'가 되기는 싫다"며 "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당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작품이 추구하는 것은 정치자금 부분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지 노무현 대통령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사 정치를 딱딱하고 답답하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어가면서 답답한 정치나 사회 분위기를 희망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시작한 일. 어찌보면 무모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가 만드는 작품은 "약자가 승리할 수 있다"라는 진리를 담고 있기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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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2/10 [21: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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