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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양민학살, 생명존중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책동네] 이규봉 교수의 《미안해요 베트남》, 지난 세기 잘못 인정해야
 
이윤옥   기사입력  2014/05/10 [10:21]
▲ 《미안해요 베트남》, 이규봉, 푸른역사 책 표지     © 푸른역사

아름답게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당신과 마주선 곳은 서글픈 아시아의 전쟁터​
우리는 가해자로 당신은 피해자로
역사의 그늘에 내일의 꿈을 던지고
어떤 변명도 어떤 위로의 말로도
당신의 아픈 상처를 씻을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가운데 줄임)
미안해요 베트남 미안해요 베트남 

                                 - 작사, 작곡 박치음 -

5월 9일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미안해요 베트남》저자 특강이 있는 푸른역사아카데미에 들어 선 것은 30분 전이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아담한 사랑방 크기의 강의실에는 아늑한 조명이 불을 밝힌 채 “미안해요 베트남”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치 동요처럼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마음의 때를 씻어 주는 것 같았다. 

3월 25일 같은 자리에서《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 횡단》이란 제목으로 저자 특강이 있었는데 이번에 《미안해요 베트남》특강에도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 파병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10년 1월 20일부터 2월 8일까지 자전거로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장장 1800킬로미터를 16일에 걸쳐 여행하면서 이규봉 교수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는 왜 이러한 자전거 여행을 한 것일까? 2시간 내내 베트남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는 많은 상념에 젖어야했다. 상념이라기보다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 미안해요 베트남 특강 파워포인트 첫 화면     © 이윤옥

“침략자 미국에 대한 원한을 깊이 새긴다. 1966년 2월 26일 남조선 군대가 미제국주의의 지도하에 380명의 무도한 주민을 학살했다 이는 1966년 1월과 2월 사이에 한국군 최대의 민간인 학살 현장인 ‘빈딘 성 떠이빈 사’ 마을 돌비석에 새겨있는 글귀다. 남조선 군대란 물론 한국을 말한다. 이렇게 베트남 참전시에 한국군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은 꽝남성의 30건 4천여 명을 비롯하여 최대 9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맹호, 백마,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베트남 중부 지역이 주로 피해지역이다. 

월남전에서 한국군 32만여 명이 참전하여 5천여 명 전사, 1만여 명 부상, 8만여 명 고엽제 피해 등 엄청남 휴유증을 안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베트남 참전을 둘러싼 배경과 사후처리 같은 것들이 제대로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점, 특히 전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일제강점기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시민단체의 용기있는 활동과 지원”을 보고 깨달은 바 있어 모두가 침묵하는 한국군의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국내의 제주 4.3사건과 베트남 민간인 학살 그리고 광주시민 학살을 모두 한 고리로 보고 있다. 그 뿌리의 근원은 친일파 일본군의 잔재라고 단정한다. 
 
▲ 미안해요 베트남 특강을 하는 이규봉 교수     © 이윤옥

베트남 참전은 과거의 일이다. 그곳의 민간인 학살의 역사도 과거의 일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베트남 사람들이 과거를 잊지도, 과거를 닫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묵묵히 역사에 깊이 새기고 있다. 20세기의 잘못을 해결함으로써 21세기는 20세기와 다른 평화와 화해의 세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 교수는 구수정 작가의 말을 빌어 ‘20세기의 잘못을 떳떳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과거를 닫고 미래를 보자는 말은 진실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지 과거를 덮어주자는 말이 아니다”라는 베트남 당 서기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저지른 죄악에 대해 눈감고 있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라고 했다. 
 
▲ 미안해요 베트남 특강 청중 모습 1     © 이윤옥
 
▲ 미안해요 베트남 저자 특강 청중 모습 2      © 이윤옥

2시간 동안 《미안해요 베트남》을 쓰게 된 동기와 그를 둘러싼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은 진실’에 대한 저자의 열정은 뜨거웠다. 그는 덧붙였다. 지금 한국은 베트남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고 베트남 출신 여성들도 한국에 많이 와서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있다. 우리가 좀 더 이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베트남에 참전한 한국군의 실상을 이해한 바탕이어야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고했다. 

저자는 특강의 끝에 “베트남 문제는 좌우의 시각이 아니라 <생명존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을 맺었다.

특강에 참가한 독자 최인형 (47살, 회사원) 씨는 “일제국주의자들이 조선땅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양심 있는 일본 시민단체들이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고 일본정부에 요구하듯이 한국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베트남 참전 시에 저지른 한국군의 실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정부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이규봉 교수     © 이윤옥
또한 대학생 조수민 씨는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학살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앞으로 인류가 이러한 잔인한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진실을 밝히고 사죄 할 것은 사죄하는 성숙한 역사인식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수학자인 이규봉 교수는 3월 25일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 횡단, 푸른역사》 특강에 이어 《미안해요 베트남, 푸른역사》3쇄 기념 특강을 마치면서 올 8월에 나올 책 “장준하 구국장정 육천리(제목 미정으로 책 내용임)”에 대한 소개도 더불어 했다.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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