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직무배제까지 감수하면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했던 이유는 뭘까. 그의 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매’로 넘어가는 보고”라며 ‘항명’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윤 지청장은 자신의 행동을 ‘결행’이라고 표현하며 반박했다.
윤 지청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조직을 사랑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았기에 이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행위가 검찰조직 고유의 임무인 수사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정원의 트위터를 통한 여론공작 혐의를 밝히기 위해 항명 논란도 감수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윤 지청장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결행의 가장 큰 이유는 ‘수사 외압’이었다.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 근거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에 보고서를 작성해 내고 설명하는 과정이 2주 이상 걸렸다고 했다. “그 기간 중에 수사팀은 아무 것도 못했다. 외압으로 느꼈다”고 윤 지청장은 밝혔다.
조 지검장이 ‘주저’했던 것도 윤 지청장이 영장청구를 강행하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검사장을 모시고 이 사건을 끌고 나가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지난 15일 저녁 조 지검장 자택에서 보고서로 확인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과 내용, 신속한 체포와 압수수색 필요성, 향후 수사계획까지 적어 보고했지만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면하라’면서 격노했다”는 게 조 지검장의 당시 반응이었다. 윤 지청장은 “부당한 지시라면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중대 선거범죄”, “명백한 범죄행위”였다는 수사팀의 판단도 윤 지청장을 움직이게 했다. 특히 “그동안에도 국정원 방해로 수사를 다 못했다. 소환하면 바로 직원들을 은닉시켜서 조사가 안 될 것으로 봤다. 체포 등 강제수사가 불가피했다”는 게 윤 지청장이 밝힌 수사팀의 판단이었다. 그는 체포했던 국정원 직원 조사에서 입회한 변호사들이 ‘진술하지 마라. 진술하면 (국정원에 의해) 고발될 수 있다’는 남재준 원장의 지시를 반복해 주입했다“면서 구체적인 수사방해 행위도 밝혔다. ‘표범이 사슴을 사냥하듯'’ 신속한 수사가 필요했고, 사건이 잘 마무리된다면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것"이라는 게 그의 각오였다.
결국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을 하면서는 윤 지청장이 조 지검장과 ‘딜’을 하기도 했다. 윤 지청장은 “직무에서 손 떼고, 국정원 직원들 석방하고, 압수물 돌려주라는 지시가 왔길래 다 수용할 테니 공소장 변경 신청만이라도 내일 즉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보고하고 네 번에 걸쳐 승인받았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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